빨질레리 자켓 한 점 구입하면서
오늘('20.5.1)은 근로자의 날로서 휴무다. 코로나19도 어느 정도 가시고 날씨도 화창하여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막상 떠나자고 하니 마땅이 갈곳이 없다. 한참을 궁리 하던중 약 20여년 전에 근무하던 홍성과 청양으로 가서 옛 정취나 한번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카톡의 네비케이션으로 가는 길을 서치해 본다. 아 이게 웬 일인가. 평소 약 2시간이면 넉넉히 가던 길이 장장 3시간 반이나 걸린다.
그곳은 너무 멀어 포기하고 인근 파주지역으로 가서 바람이나 쏘이기로 하였다. 파주로 가면 늘 들리는 곳이 있는데 바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 있는 빨질레리 매장이다.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듯이 이곳은 브랜드 자체가 없어져 오는 5월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연다고 한다. 이제는 전국에 남아있는 재고를 모아 판매한다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별로 없다. 그래도 그냥 나올 수 없어 오늘도 남방과 티셔츠 몇 점을 구입하고 나오려는데 눈에 띠는 자켓이 보인다.
지난 2월에 들렸을 때도 한번 입어 본 자켓인데 가격이 좀 비싸서 망설이고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 이태리 수입품인데 정가가 무려 200만원 짜리다. 당시만 해도 60%할인 가격으로 80만원이었데 오늘은 무려 80%나 할인 한다고 하니 구미가 당긴다. 드디어 나의 병폐라고 할 수있는 구매 충동이 발작되어 그냥 나올 수 없가 없다. 한참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용기를 불어 넣는다. 이런 옷은 아무나 입을 수 없다고 하면서 당신같이 몸매가 늘씬한 사람만 입을 수 있다고 하면서 욕심나면 입으라고 한다.
입어보니 어깨와 소매가 맞춤보다도 더 잘 맛는다. 모던한 디자인으로서 신축성도 좋고 컬러가 특이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소재는 알파카 40%, 모 34%로서 가을과 겨울 간절기에 캐주얼로 입으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늙어 가면서 옷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떻게 보면 허영이 아닌가 싶어 이래서는 않되지 하면서도 자제가 않되니 말이다. 사람들의 욕심은 각자가 다르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먹는 욕심이 강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입는 욕심이 강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후자에 속하는 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옷을 입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가리기 위해 입는 게 아니라 욕망의 실현수단이다. 명품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는 그 옷을 통해 나만의 기쁨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서 나만의 활력은 바로 옷을 잘 입는 패션감각에서 나온다." 이분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지금의 나의 행위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그렇다. 늙어갈수록 오래된 옷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옷을 마련해 입는 것이 현명하다. 가능하면 보다 젊고, 밝고, 단아하게 치장하여 나만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삶의 의욕을 불 태울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빨질레리를 통해 나만의 멋을 창조하였는데 막상 없어진다고 하니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어야 할런지 가슴이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이 자켓 한 점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면서 애지중지 하면서 잘 입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