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제주변환소 관계자들이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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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전력을 제주도로 수송하는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이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계획예방정비(오버홀)를 시행했다. 지난 1년 간 쉼 없이 제주에 전력을 공급하느라 바빴던 국내 첫 직류연계 해저케이블에 휴식시간을 준 것이다. 지난 1998년 3월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간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은 우리나라의 첫 번째 직류연계(HVDC) 사업이었다. 열악한 제주도의 전력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은 지난 2006년 불의의 사고로 제주지역의 광역정전을 촉발시키기도 했지만 10년 넘게 제주지역 전력사용량의 약 40%를 담당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냈다.
가공선로로 전기를 공급할 수 없는 도서지역에 대한 전력공급은 지난 1970년대 말부터 농어촌 전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해저케이블이 담당했다. 그 결과 66kV, 22.9kV 등 배전선로를 이용한 교류 전력공급을 통해 크고 작은 섬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인천 영종도, 충남 안면도 등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큰 섬들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도는 예외였다. 육지에서 100km 이상 떨어져 있어 교류방식에 의한 전력공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제주도 내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건설, 전력수요를 자체적으로 충당했지만 육지에 비해 발전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안정도가 낮아 새로운 전력공급방식의 도입이 요구됐다. 그 해답이 바로 직류연계(HVDC)방식을 이용해 해남과 제주를 잇는 해저케이블이었다. 전남 해남군(해남변환소)과 제주 삼양동(제주변환소)을 연결하는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의 길이는 101km×2회선이며, 당시 변환설비는 영국의 GEC-알스톰사가, 해저케이블은 프랑스의 알카텔 케이블이 각각 담당했다.
정격전압과 용량은 각각 DC±180kV, 30만kW(15만kW×2회선)다. 1990년 사업기본계획이 확정된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은 91년 계약이 체결된 이후 해저케이블 포설(93년), 변환설비공사(94년), 해저케이블 보호공사(97년) 등을 거쳐 97년에 1·2번선이 모두 준공됐고, 98년 3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교류~직류 변환설비와 직류해저케이블을 이용한 직류송전방식(HVDC)의 전력계통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이다. 또 1926년 제주도에서 전력사업이 시작된 이후 70여년만에 육지의 전기가 제주도로 직접 전달돼 지역발전소에 의존했던 제주도 전력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제주 전력사용량 약 40% 담당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의 가장 큰 효과는 제주도 전력공급을 위해 필요한 발전비용을 대폭 낮췄다는 점이다. 해저케이블은 지난 2007년 기준 제주지역 총 전력사용량의 약 40%를 담당할 만큼 제주 전력수급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한전 관계자는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은 이전까지 제기됐던 제주도 전력공급의 취약점을 해소하면서 급증하는 제주도 전력수요를 대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제주도 전력사업의 수지를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실제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의 경제적 성과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한전에 따르면 해저케이블은 2007년 기준 연간 1218억원의 발전연료비를 절감했다. 해저케이블로 공급받은 전기를 제주도 내 발전소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했다면 1218억원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한전은 이에 따라 제주 해저케이블이 1998년 최초 상업운전 이후 지난해까지 약 8651억원의 발전연료비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 변환설비 건설비가 약 34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지난해까지 약 1.5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셈이다. 또 해저케이블의 설비수명이 40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약 3조6000억원(연간 9000억원 절감 기준)의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하지만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도 시련이 없지 않았다. 지난 2006년 4월 발생한 제주도 광역정전은 해저케이블의 약점이 노출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사고는 해남변전소로부터 13.4km 떨어진 해저케이블(2번 연계선)을 지나던 어선의 닻이 케이블을 손상시키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는 2번 연계선 조류를 1번 연계선으로 절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제어실패와 제주내연 발전기의 과속도 보호시스템 오신호 등으로 이어지면서 제주지역에 최대 2시간 34분 간 정전이 발생하는 기폭제가 됐다.
한전은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998년 3월 상업운전 초기에 도입된 기술들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설비 보강공사와 개선활동 등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 변환설비 주요 핵심부품의 국산화와 함께 점검장비 및 점검기술 개발, 인력양성 등을 통해 현재 변환설비 운영·점검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전은 제주도 인근의 안강망 어선의 어구와 양식어업용 쇠말목에 의한 해저케이블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SSS(측면주사 수중 음파탐지기), MBES(다중주사 수중 음파탐지기)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 해저케이블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저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발생하는 폐전주를 이용해 만든 인공어초를 활용한 보호공법을 개발, 시범적용 중이다. 한전은 인공어초를 활용한 해저케이블 보호공법은 케이블 보호뿐만 아니라 해조류와 어류 서식지로서의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 어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제2의 해저케이블 2011년 등장
한전은 2006년 12월 제3차 전력수급계획에 HVDC 사업이 결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진도~제주 간 직류연계 건설사업을 준비했다.
이 사업은 초고압직류송전(HVDC)기술을 활용해 해저케이블로 육지의 전력을 제주도로 송전하는 프로젝트로,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에 이은 국내 두 번째 HVDC사업이다. 한전은 조만간 해상, 육지 케이블 경과지에 대한 상세조사를 시작한 뒤 오는 10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내년 1월부터는 변환소 부지 정지와 건축물 시공에 나서고, 2010년 3월 케이블 설치, 2011년 1월 변환설비 설치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2011년 12월 진도~제주 간 직류연계 건설사업을 준공할 예정이다.
한전은 특히 이 과정에서 해남~제주 간 해저케이블 구간의 보강공사를 실시, 2013년 1월부터는 무인 자동화 운전은 물론 1·2차 해저케이블을 통합 운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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