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수석

초코석의 신비

凡石 2009. 4. 25. 22:28

초코석의 신비


2001.5.17 遇石 鄭遇權


수석에 입문하신 분들은 초코석(또는 쪼코석)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돌을 보고 초코석이라고 하는 것일까? 초코석이라고 하면 웬만한 수석인들은 그 말을 금방 이해할 정도로 보편화된 용어이지만 정식 명칭이라기 보다는 속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분들은 청초코니 개초코니 하는 말들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청초코석이라는 것은 석질은 초코석과 같은 돌이지만 색감이 청색인 것을 말하는 것이며, 개초코는 색감은 갈색이지만 석질이 초코석보다 떨어지는 속칭 "무늬만 초코"인 돌을 이르는 말이다.

우선 초코석의 어원을 살펴 보면 수석의 색감에서 얻어진 애칭이었다. 즉 수석의 색감이 짙은 갈색인 것이 마치 초코렛색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초코석인 것으로 우리나라 수석산지 중 남한강 수계에서 이 돌이 산출되고 있다.

이 초코석은 지금은 많은 수석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돌인데, 그 원인은 아주 강질의 돌이면서 갈색 색감이 깊은 맛이 있고 주름이나 푹 패인 변화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강돌은 강돌대로 산돌은 산돌대로 나름대로의 맛이 느껴지는 돌이다.

그러나 지금 들으면 꿈 같은 이야기지만 초창기에는 이 돌도 괄시(?)를 받은 때도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 초에 돈암동에 일석수석이라는 수석상회에서 좌대를 제작하던 당시 좀 젊은 수석인에게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을 다시 소개한다. 그 수석인은 충주 사람이었는데 자기는 아주 어린 나이에 충주의 원로급 수석인을 쫒아 다니며 정통 수석을 배웠다고 한다.

당시에는 수석의 기준을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하였다는데, 규격 싸이즈(보통 20~40센티미터 정도의 돌)의 오석으로 산수경이 나오는 돌만을 수석으로 탐석하였고 그 외의 돌들은 수석으로 치지를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예전에 잘 알던 한 분이 자기를 찾아와서 자기가 그 동안 수석을 뫃아 놓았는데 한 번 구경해 달라고 하더란다. 가서 보니 자기가 배운 바와 다르게 짙은 갈색의 돌(그러니까 초코석이다)로 변화가 좋은 돌들을 잔뜩 뫃아 놓았더란다. 그래서 이 분은 자기가 배운대로 이야기하니 그 분은 더 말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하더란다. 이 수석인도 그 후에 초코석의 진가를 알고는 그 분이 이미 자기의 경지를 훨씬 넘어선 분이라는 것을 알고 후회 막급이었다나!

이 초코석이 남한강에서만 산출되는 것은 원산지가 남한강 주변이기 때문이다. 단양인근과 제천시 수산면 인근 그리고 덕산면 인근등 남한강과 접하는 산들이 원산지인 초코석들이 하천을 타고 남한강으로 내려 왔다가 하류로 계속 떠 내려 온 것이다.

수산, 덕산 인근의 산돌산지를 가 보면 초코석의 원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당연히 물씻김이 되어 있지 않아서 거칠며 덩어리가 큰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초코석의 특징은 원석은 주름돌이라는 것이다. 이는 산돌들을 살펴 보면 금방 이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필자가 직접 겪어 본 지곡리, 수곡리, 덕산의 산돌 중에 초코석질인 것은 모두 주름석이었다.

물론 남한강 하류인 목계나 여주등지에서 산출되는 돌은 주름이 없거나 일부에만 있는 돌들도 있는데, 이는 주름돌들이 하류까지 전래되는 동안 물씻김에 의해 닳아 없어진 때문인 것이다. 주름이나 변화가 적은 대신 강질의 돌이 매끈하게 물씻김이 되어서 그것대로 우리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일품 초코석은 남한강 중류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원산지 산에서 떠 내려 온 수석들이 중류에 이르러서는 적당히 물씻김이 되고 변화는 변화대로 갖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양 하진이나 제천수선면인 괴곡리, 지곡리와 청풍인근, 도화리 인근에서 일품의 초코석들이 산출되었으며 지금은 전국의 내노라 하는 수석인들 집에서 상좌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하류인 목계나 조터골인근 여주인근의 남한강 수계에서도 많은 초코석이 산출되었으며 변화는 중류돌보다 조금 덜하더라도 좋은 물씻김 때문에 발견이 되었다 하면 소중히 여기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초코석을 많이 좋아하는데 필자가 초코석을 탐석해 본 산지는 다음과 같다. 단양 하진이 제일 상류이며 괴곡리, 수곡리, 도화리, 목계리 그리고 여주 일대이다.

이 중에 괴곡리와 여주에서 제일 많이 탐석한 것으로 기억된다.

초코석은 필자의 경험으로는 오직 남한강에서만 산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 수입되는 수석들도 초코석은 본 기억이 없다. 그야 말로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특산품이라고 생각한다(물론, 필자의 식견이 짧아서 잘 모를 수도 있으니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수석카페에 글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초코석으로 불리우는 돌들도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진초코라고 하는 돌이 있는데 이 돌은 오리지날 초코렛색으로 된 돌을 말하는 것으로 비교적 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통은 다른 색들이 섞여져 있다. 즉 초코렛색이 오석계열 또는 청석계열과 섞여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흰색이 섞여져 있는 것도 있다.

또, 속돌과 섞여져 있는 것들도 많은데 이런 돌은 주름과 변화가 좋아서 나름대로 묘미가 있는 것이다. 주산지가 수몰된 요즈음은 예전처럼 물씻김과 변화가 좋은 초코석의 탐석이 쉽지 않다. 다만, 지금도 산돌 산지에서는 부지런한 수석인들은 물씻김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초코석을 가끔 만날 수 있어서 예전의 향수를 달래주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