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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체력이 소진됐다’는 신호

凡石 2009. 5. 14. 14:32

[新 건강학] 피로는 ‘체력이 소진됐다’는 신호

“병 걸렸나?” 불안감이 불면 등으로 악화
몸이 휴식 원하면 쉬고 자고싶어 하면 자라

A씨는 45세 회사원이다. 저자의 진료실에 피로가 심하다며 방문했다. 최근까지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피로가 심해졌으니 틀림없이 무슨 병이 생겼을 것이라며 진단해 달라는 거였다. 그는 자신에게서 간질환·당뇨병·갑상선질환·암 등이 발견될 것이 확실하다는 눈치였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미국식 문화병으로 진단받을 게 분명하다는 투였다. 하지만 모든 검사에서 이런 신체질환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신체질환이 피로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자신의 체력과 일 사이의 균형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몸은 35세 전후가 되면 그 기능을 서서히 소실하기 시작한다. 몸에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것을 피로와 같은 증세로 느끼거나 자신이 감지하게 되는 것은 5~10년이 경과한 40대부터다.

물론 일과 스트레스에 의해 체력소모가 크면 클수록 이러한 증세의 발현도 빨라져서 30대에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신체기능은 저하되고 있는 반면 자신의 마음은 아직도 젊었을 때의 ‘최고조의 체력’에 맞추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첫 단계로,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자신의 나태함 때문이라 여기고 더욱더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며칠 또는 몇 주는 버티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체력은 더 소진되어 다음 단계를 예비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바로 증세의 단계로서 피로와 체력저하는 물론 두통, 전신통, 불면증, 기억력 감퇴 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증세들은 신체가 마음으로 보내는 신호이다. “체력이 소진되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다.

이렇게 저하된 체력이 회복되려면 몇 개월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서 며칠간 쉬어 보고 낫지 않으면 틀림없이 병에 걸렸을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불안 자체가 다시 체력을 악화시키고 증세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흔히들 간이 나빠지면 피로를 느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자신을 피로하게 만들어서 간이 나빠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로나 체력저하를 느낄 때 흔히 ‘먹는 게 부실해서’ 또는 ‘보약을 안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약도 지어 먹어보고, 소위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찾기도 한다. 특별한 보약이나 보양식을 잘 찾지 않는 여성들은 늘 먹는 음식을 더 많이, 더 자주 먹음으로써 해결하려 하거나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반짝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갈수록 아무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살만 찌게 된다. ‘잘 먹어서 건강하겠다’는 생각은 과거 잘 못 먹었던 시절에나 통했지, 영양과잉에 의한 비만과 활동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체력저하를 회복하려면 신체가 보내는 신호대로 회복과 증진에 힘을 써야 하는데, 이 기간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걸린다. 이 기간에는 한 마디로 ‘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휴식을 원하면 쉬고, 수면을 원하면 자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는 잠자리에 들었을 때 10%의 에너지가 남아 있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숨찬 운동(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나 쉬어야 될 몸이 운동을 하면 오히려 또 하나의 일이 된다. 일을 줄여 운동을 하든가, 충분한 휴식 후 체력이 허용할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바쁜 현대 생활에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중에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치료도 받으면서 쓰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