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수석

수석 / 고목에서 핀 매화

凡石 2010. 1. 15. 23:13

  새해 아침을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요즈음 서울에는 몇 십년만에 찾아 온 강추위로 온 산하가 꽁꽁 얼어 붙었지만, 이제 조금있으면 남녁으로 부터 훈훈한 봄 소식이 전해 올 날도 머지 않았다.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 해 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매화 소식이다. 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맺혀 금방 터질 것 같다는, 아름다운 화신이 우리 귀에 들려 오면 "아! 이제 드디어 새봄이 오는구나." 하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꽃망울을 터트리듯 활짝 기지개를 켠다.

 

 아직 남녁으로부터 매화 소식은 없지만, 우리 집만큼은 매화 향이 가득하다. 그 향을 뿜어 주는 놈이 바로 아래의 수석인데, 내가 모은 사군자 문양석 중 매화로 보는 놈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림이 제법 그럴싸하다. 시커먼 고목등컬에  이끼가 끼어 고태가 물씬 풍기는 나뭇가지에서, 희디 흰 순백의 매화가 군데군데 소담하게 피어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토록 사실적인지, 한편으로는 놀라우면서 믿기지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모진 비 바람과 추위에 견디어 온 고목에서, 이처럼 예쁜 꽃망울을 터트리며,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 주는 백매를 보니, 내 마음 어딘지 모르게 굳세고 깨끗해 지는 기분이다.  

 

 너무 과한 표현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그렇게 봄으로서 매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매의 표상을 노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저절로 이 놈에게 정이 간다. 이 놈의 고향은 경기도 가평천이며 크기는 대략 17×8×6㎝ 정도이다. 석질은 그리 단단하지는 않지만 차돌같이 희고 야무져 그런대로 볼 만하다. 어느 유명 화가가 한지에 그려 놓은 한 폭의 수묵화로 보고 싶다.

 

 예로부터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잎이 채 나오기도 전에, 메마른 고목(古木)의 가지에서 꽃을 피운다고 하여, 장수와 회춘의 상징으로 여기며, 누속(陋俗)을 벗어나 절개를 굳게 지키며, 불의에 굴하지 않고 고난을 견뎌 내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도 삼았다고 한다. 나도 이러한 매화의 표상을 본 받아 고상하고 순결한 삶을 영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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