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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 첫째날

凡石 2011. 11. 30. 22:55

 

 엊그제('11.11.27)는 죽마고우 모임에서 1박2일 동안 남도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전 번 모임에서 가결한 사항으로서, 참석 회원 모두가 특별히 시간을 내어 마련하였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도 일선에서 일을 하고 있기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 다행히도 이재규회원을 제외한 모두가 시간을 내주어 성사가 되었다.

 

 여행 첫째날은 정읍 내장산을 거쳐 나주 영산포로 내려가 흑산도 홍어회를 시식하고, 다음 날에는 남원 광한루를 거쳐 진안 마이산을 다녀 오기로 하였으나, 친구들 모두가 광한루와 마이산 보다는 남쪽 해안가의 안 가본 명승지를 가는것이 어떻겠냐고 하여, 이틑날은 벌교 낙안성마을과 순천만을 다녀왔다.

 

 오전 10시 신천역 7번출구에 친구들과 만나 이은영 회원이 모는 자동차를 타고 정읍 내장산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반이다. 산채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 천년고찰 내장사 경내를 구경하고 나서, 장성군으로 넘어가 백암산 자락에 위치한 백양사를 구경하였다.

 

 내장산은 국립공원으로서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난 관광지다. 내장산을 보지 않고는 단풍을 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풍이 현란하기 짝이 없는 곳이지만, 이미 철이 지나서 그런지 끝 단풍만 간간히 보일뿐 만물이 모두 한가하기만 하다.

 

 백양사로 가는 길에는 수령이 600여년이나 지난 천연기념물 비자나무와 아름드리 참굴나무들이 즐비하여 사찰의 무게감을 더 해 주고 있다. 백양사는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 백제 무왕 시절에 창건한 고찰로서 주변에 빼어난 경관과 기도가 영험하여 소원이 빨리 이루어진다고 소문이 나,  많은 신자들과 관광객들이 찾아 온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조종환 회원이 불에 구운 비자 열매를 사서 회원들에기 맛이나 보라고 몇 알씩 나누어 준다. 맛은 탄닌 성분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 떫데기는 은행 알 보다 더 단단하다. 비자는 눈을 밝게 하고 몸을 개운하게 하며, 뱃속에 충을 죽인다고 하여 한약재로 널리 사용하는데, 많이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한다. 서너알을 깨물어 먹어 보니 그런대로 맛이 고소하다. 몸에 기생충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이것을 먹고 모두 없어진 것 같아 한결 몸이 가벼워 진다. ㅎㅎㅎ

 

 백양사에서 광주를 거쳐 나주에 다다르니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우리 일행은 영상강변 홍어거리에 있는 부영모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갔다. 그야말로 이번 여행의 최고 이벤트인 진짜 흑산도 홍어회를  맛 보는 기회다. 과연 어느 집이 잘 하는지 몰라, 이은영 회장이 사전에 인터넷으로 조회한 정보를 갖고 집을 찾았다. 

 

그 집이 바로 "영산홍가"라는 집이다. 홍어의 거리에서 한 불록 뒤에 있는 집으로서, 건물 외부나 내부가 세련되게 잘 꾸며져 있어, 마치 정통 일식집 같은 분위기다. 집에 들어서니 훤칠한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하면서 방으로 안내한다.

 

 식탁에는 이미 7인분 수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우리가 내려 오면서 이 집의 위치를 전화로 물어 보았는데, 이를 예약으로 간주하여 미리 세팅을 해 놓은 것이다. 그것만 보아도 이 집의 장사 열의가 어떠한지를 가름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면서, 오늘의 주메뉴인 홍어정식 7인분을 주문하였다.

 

 홍어 정식은 홍어회, 홍어찜, 홍어애, 홍어전, 건홍어, 홍어튀김, 홍어무침이 나오고, 홍어삼합으로 나오는 돼지고기 수육과 묵은지 그리고 야채샐러드가 겯드려 나온다. 맨 마지막에 보리싹으로 얼큰하게 끓인 홍어국이 나온다. 이 집에서 취급하는 홍어회는 흑산도산, 국내산, 칠레산이 있는데, 오늘 이 상에 오른 것은 단연 흑산도산 오리지날이라고 주인은 힘주어 말한다.

 

 특히 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는 무려 9년이나 되었고, 배추김치는 5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기네스북에 나올만한 하다. 지금까지 여러 집에 다니면서 묵은지를 먹어 보았지만, 무려 9년이나 묵은 김치는 처음이다. 색깔은 비록 허옇게 변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깊다. 

 

 홍어회의 진 맛을 보기 위해, 맨 회 한첨를 입 안에 넣고 씹으니, 입안에서 홍어 고유의 향기가 오래 동안 감돈다. 그 맛이 서울에서 먹어 본 맛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진짜 흑산도산을 구분 하는 방법을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그 양반 하는 말이 오로지 입안에서 느끼는 향기의 차이라고 한다.

 

 흑산도산은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항기가 오래 남고, 그밖에 회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또한 색으로도 구분할 수 있느나, 부위별 또는 숙성기간별로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아마도 진짜를 제대로 구분하려면 이것 저것을 많이 시식을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홍어회에는 막걸리를 빼 놓을 수 없다. 막걸리를 주문하였더니 그 지방에서 제조한 울금 막걸리를 내 놓는다. 울금 성분이 함유된 이 막걸리는 혈액순환과 통증완화 등 각종 출혈에 효과가 있고, 숙취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약간 톡 쏘는 맛이 있다.

 

 여기서 주인의 서비스가 별나다. 무슨 봉지 커피 같은 데서 하얀 분말을 꺼내어 막걸리에 탄다. 하도 이상하여 그것이 무슨 분말이냐고 물으니, 자기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홍어의 껍데기에서 추출한 콜라겐 성분의 가루라고 한다.

 

 이 분말을 막걸리에 타면 맛이 부드러울뿐더러, 아무리 먹어도 그 이튿날 절대 숙취로 고생하는 법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있게 권한다. 실제 그런지 안 그런지는 내일 두고 볼 일이라서 두 봉지를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 역시 톡 쏘는 맛이 덜하여 마시기가 수월하다.

 

  대부분 그 다음날 숙취로 고생을 하게 되는데, 숙취가 전혀 없었던 점으로 보아, 홍어 분말의 효능이 주인 말마따나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집에서는 분말뿐만 아니라, 야채 샐러드에 넣는 콜라겐 소스까지 개발하였다고 하면서, 샐러드에 소스를 듬뿍 얹어 준다.

 

  홍어의 본 고장에서 오리지날 흑산도 홍어회를 원없이 맛보고 즐겼다는 자체가 오늘 무한히 기쁘면서도,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 집이 아니면 맛 보기 힘든, 홍어 별미를 먹어 보았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