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0.4.20)은 경기도 양주와 파주 일대에서 일을 보고 나서 일행들과 같이 차 한잔을 하려고 어느 까페에 들렸는데 분위기가 매우 인상 깊어 사진 몇 컷을 올려본다. 도로 옆에 자리한 이 집의 걷 모양은 철도 폐침목을 이용하여 약간 검고 묵직하게 보이며 내부는 육송으로 치장하여 밝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로 들어가보니 간판이 말해 주듯이 차 우린 냄새가 그윽하고, 중국 전통차인 보이차와 다기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어 그야말로 전통찻집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인의 안내로 2층으로 올라가니 어느 라이브 까페에 온 것 같이 갖가지 악기들이 즐비하고 또 한편으로는 포근한 안락의자와 더불어 묵직한 괴목탁자가 눈길을 끈다.
순수하고 다정다감 해 보이는 주인아주머니께서 주문을 받는다. 일행 중 어느 분이 말하기를 오늘 날씨도 싸늘하니 따끈한 쌍화차가 어떠냐고 하길래 모두 좋다고 하여 쌍화차를 시켰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갖가지 한약재료가 들어가서 그런지 마치 보약 한 사발을 먹는 기분이다. 보약을 마시고 나니 이어서 디저트로 국화차가 서비스로 나온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중국의 차마고도에서 자란 야생국화라고 하는데 그 맛과 향이 오랫동안 입안을 감돈다. 몇 잔을 우려 내도 똑 같은 색과 맛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하도 분위기가 좋아 이 집에 대한 궁금증을 주인 아주머니에게 직접 어쭤 보았더니 너무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을 해 준다. 지금으로 부터 약
14년전인 2006년경에 문을 열었다고 하며 주로 보이차를 전문으로 하는 전통찻집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또한 차 문화공간으로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작은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2007년 5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니 꽤 역사가 깊는 음악회라고 본다. 공연 내용은 그 날 출연진에 따라 달라지는데, 통기타 반주에 맞춘 가요, 팝송, 가곡, 동요, 장고 반주에 맞춘 민요, 시낭송이나 기체조 시연, 색스폰, 피아노, 리코더 등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출연진에 의해 여러 장르의 예술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열린’ 음악회라고 한다.
처음엔 주인 아주머니 혼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하다가, 이후 차츰 음악회가 알려지면서 외부 출연진들이 하나 둘 합세하여 요즈음은 출연진만 해도 7~8개 팀에 이르는 등 월 말이 되면 제법 푸짐한 장이 열린다고 한다. 안 주인의 음악성이 범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혹시 왕년의 가수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그저 음악이 좋아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혹시 이자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시면서 노래 한 곡을 들려 줄수 있느냐고 정중하게 청하였더니 그렇게는 곤란하고 자기가 부른 MP3곡이 있는데 그것을 한 번 들어 보시라고 핸드폰을 켠다.
핸드폰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그리스의 거장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하고 메조 소포라노로 유명한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다. 이 노래가 나오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이 노래야 말로 내가 평소 즐겨 듣는 곡으로서 한때는 내 휴대폰의 컬러링으로 사용하던 곡이니까... 곡의 선율도 좋지만 이 집 주인의 노래솜씨는 누가 들어도 결코 아마추어 수준은 훨씬 뛰어 넘는다. 아마도 성악을 전공한 사람의 실력 그 이상이다. 국내 가수로서는 성악가 조수미씨가 불러 널리 알려졌는데 내가 보기에는 감정의 표현 등은 그 이상의 수준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늘 참석한 동료들 모두 참으로 놀랄만한 수준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오늘 날씨도 싸늘하고 몸도 피곤한데 몸에 좋은 웰빙 차를 마시고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니 심신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갖을 수 있었던 차우림의 분위기를 오랫동안 간직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기대 해 본다.
<주인 아주머니의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국화차 한 잔하는 기분은 이루말 할 수 없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