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꽃 눈" 내리는 현충원을 거닐면서...

凡石 2009. 4. 13. 00:27

 

오늘(4.12)은 일요일이다. 집에서 있는 것 보다는 인근 현충원에 가서 봄 꽃 구경이나 할까 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벗꽃 놀이 행사로 많은 인파가 북적이었을텐데 오늘은 꽃이 시들어서 그런지 그렇지가 않다.

 

그래도 막바지 꽃이라도 보고자 가족끼리 삼삼오오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준비해 온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과 같이 놀면서 재롱을 보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또한 꽃을 배경으로 한껏 폼을 잡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의 애교스런 모습도 볼 만하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내의 벗꽃이 시들어서 한창일때의 눈부신 정경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바람에 나부껴 떨어지는 연분홍 꽃잎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이 부실만큼 찬란하고 화려하기만하다.

 

마치 하늘에서 봄의 향연을 축하라도 하듯 "꽃 눈"을 뿌려, 온 대지를 연분홍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는 연분홍색을 무척 좋아한다. 정신 놓고 한참을 쳐다 보니 마음의 고요를 느낀다.

 

 현충원 경내는 잡상인도 없고 상춘객들의 음주가무도 없어 그저 조용한 분위기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이제 벗꽃의 화려함은 지났지만 머지않아 철쭉, 라일락, 복숭아꽃, 살구꽃들의 꽃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하면 이들의 꽃 세계가 장관을 이룰 것이다.

 

 경내 외곽 산책로를 따라 현충원 정문 앞에 다달으니 어디선가 브라스 밴드의 선율이 고요하게 들려온다. 가까이 가 보니 현충문 앞에서 내일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해외 애국지사의 위패 봉환식 예행연습이 한창이다. 

 

육군 군악대의 조악(弔樂) 연주도 감상 하고, 씩씩한 의장대의 모습도 구경하고, 행사준비 과정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다섯시가 되어 간다. 이곳 현충원은 오후 여섯시까지만 개장 되기 때문에 나머지 코스를 더 보기 위해서는 자리를 떠야 한다.  이곳 저곳을 두루두루 살피다 보니, 경내 스피커에서 "모든 참배객들은 여섯시까지 나가라"는 안내방송이 들려 온다.

 

 서둘러 경내를 빠져 나오면서 생각해 보니, 오늘 하루는 그야말로 꽃에 취해 무아지경 속에서 즐겁게 보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대 자연에 감사하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래 사진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되어 화질이 썩 좋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