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도 말했지만 스피커는 아무리 비싼 최고급품이라 하더라도 앰프나 Cd player와 같은 전자기기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결점이 많고 개성이 뚜렷한 것이므로 구입하실 때 특별히 신중하셔야 합니다. 스피커 쇼핑 나들이를 떠나시기 전에 스피커 청취에 사용할 CD를 고르셔야 합니다. 물론 오디오 상점에서 오랫동안 이것 저것 다 들어보고 확인하시려면 약간의 배짱도 준비하셔야 합니다. 오디오 상점에서 들려주는 레코드의 소리를 듣지 마시고 자신이 자주 듣는 CD 중에서 녹음이 잘되었다고 느낀 것들을 준비해 가서 들으셔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바하의 오르간 곡들과 같이 저역이 풍부한 곡들과 다이나믹한 피아노 곡, 솔로 바이올린, 말러의 교향곡과 같은 대형 오케스트라 곡, 팀파니의 강한 타격음이 들어있는 신세계 교향곡 1 악장과 같은 곡, 독창곡, 그리고 가지고 계시다면 대중가요 CD도 가지고 가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모두 만족 스럽게 들린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모두 만족 스럽지는 않더라도 대개의 레코드를 비교적 잘 울려준다고 생각되는 스피커를 고르시면 될 것입니다. 스피커를 들으실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특히 유의해서 들어보십시요. 나름대로 check list를 만들어 가지고 가시면 좋을 듯 합니다.
- 피아노의 소리의 attack이 잘 느껴지는지
- 피아노 연주가 화음이 복잡하고 강한 소리를 내는 대목에서 피아노 소리의 윤곽이 흐려지지 않는지
- 저역, 중역, 고역의 균형이 알맞는지 (저역이 지나치면 소리가 또렷하지 않고 붕붕 거리는 소위 boomy한 느낌이 들며 중역이 지나치면 음량에 비해 시끄럽게 느껴지며 고역이 지나치면 과하게 날카롭거나 화려한 느낌이 듭니다.)
- 스테레오 효과가 좋은지(악기들의 위치가 뚜렷하게 느껴지는지)
- 오르간의 저역이 느껴지는지 콘트라 베이스의 낮은 음이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 오케스트라의 대음량 현악 합주 부분이 지저분하게 느껴지지 않은지
- 바이올린 소리가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지
- 팀파니의 타격음이 리얼하게 느껴지지 않고 책상 두드리는 것처럼 따분하게 들리지 않는지
- 대중 가요 가수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입에 붙이고 노래 하는 것처럼 또는 입에 손나팔을 대고 부르는 것같이 느껴지지 않는지
- 트라이앵글이나 심벌 같은 금속의 타격음이 명쾌하게 나오는지
- 스피커를 듣는 각도에 따라 높은 음역의 소리가 현저하게 다르게 들리지 않는지
- 스피커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소리보다 모양에 끌리고 있지 않은지 (농담이 아닙니다. 실제로 잘못된 선택의 원인이 되기 쉽습니다.)
- 가격을 너무 많이 깎아준다고 해서 소리보다 돈 절약에 마음이 끌리고 있지 않은지(100만원 짜리를 50만원에 가져가라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한푼도 안깎아준다고 해도 마음에 드는 스피커를 고르십시요. 세월이 지나면 절약한 돈은 간곳없고 미련한 스피커만 남습니다.)
이 정도 테스트에 무난히 합격한 스피커가 있다면 구입하셔도 별로 후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스피커의 소리는 실내 환경과 듣는 위치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가능 하면 오디오 상점 주인에게 스피커를 하루밤만 대여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요. 오디오에 대한 식견이 있는 주인이라면 쾌히 허락은 못할지라도 손님이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입니다. 옛날에 세운 상가의 어떤 아저씨는 그렇게 해보라고 제게 먼저 권한 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귀찮다. 알듯 모를 듯한 소리만 하면서 잘난체 하지말고 내가 돈 줄테니 스피커 한셋트 사다 주라... 믿을만한 오디오 애호가 친구가 있다면 그렇게 하셔도 나쁘지 않지만 우정에 금이 가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도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테니 제게 아무리 좋게 들려도 익숙치 않은 브랜드의 스피커를 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피커에 귀를 aging(?) 시키다보면 그 친구가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운영자에게는 그런 부탁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스피커 고르는 일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너무 고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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