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정보]/건강 정보

술을 사랑하는 당신 췌장은 안녕하신지 …

凡石 2009. 5. 14. 12:46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꼭 알아둬야 할 장기가 있다. 췌장이다. 무게 80g, 길이 12~20㎝에 불과하지만 한 번 '성이 나면' 걷잡을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 김명환(소화기내과)교수는 애주가들이 잘 걸리는 만성 췌장염의 조기 진단법을 개발, 최근 열린 일본소화기병학회에서 특별 강연해 관심을 끌었다. 췌장 질환의 원인과 예방을 김 교수에게 들어봤다.

 

◆작지만 무시하면 큰 코 다쳐

흔히 지라 또는 이자라고도 불리는 췌장은 얌전한 며느리로 비유된다. 위장 뒤쪽에 다소곳이 숨어살면서 웬만한 고생은 묵묵히 참고 견디기 때문. 췌장을 힘들게 하는 것은 폭음과 폭식이다. 췌장은 하루 1500㏄ 정도의 소화 효소와 혈당조절을 위한 인슐린을 생산하는 공장.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술이 쏟아져 들어오면 췌액과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과부하가 걸린다.

문제는 췌장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힘들고 지치면 걸리는 질환이 췌장염과 췌장암이다.

 

◆췌장염으로 사망까지

췌장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췌장염의 원인은 담석증이 30~60%, 음주가 30~40%를 차지한다. 과음 후 또는 담석이 장기를 긁으면 칼로 져미는 듯한 복통이 찾아온다. 통증은 등 쪽으로 뻗고, 구역질을 동반한다. 환자의 10%는 소화효소가 췌장을 녹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폭식도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단백질 성분이 많아진 끈적끈적한 췌액이 췌관을 막는다.

만성 췌장염은 대부분 술이 주범이다. 매일 마신 술의 양이 많을수록, 또 기간이 길수록 잘 생긴다. 알코올 기준 80㎎(소주 1병) 이상을 8년간 매일 마실 경우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기 증상 역시 참을 수 없는 복통이다.

췌장암은 소화기계 암 중 가장 악명이 높다. 환자가 소화불량 등 다른 소화기 질환과 초기 증상이 비슷해 간과하는 데다 치료율도 낮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흡연자에게서 2~5배, 당뇨병 환자에서 정상인보다 71% 발병율이 높다.

 

◆췌장이 말하기를 '술은 안 돼'

폭음.폭식을 일삼는 사람이라면 췌장을 쉬게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육류 중심의 식생활을 채소 중심의 전통식으로 바꾸면서 적당히,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복통이 있을 때 금주만으로도 통증을 50% 정도 줄일 수 있다.

발암물질인 담배도 끊어야 한다. 흡연량에 비례해 췌장암 발생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조기 진단도 중요하다. 소화불량이나 상복부 불쾌감이 몇 달 이상 지속할 때는 반드시 복부 초음파 검사나 단층촬영(CT)을 받아보라는 것. 특히 그동안 잘 조절되던 혈당이 잡히지 않는 당뇨병 환자, 또 50대 이후 당뇨병이 생긴 사람은 췌장암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가 필요하다.

 

◆새로운 진단 기준 마련

그동안 췌장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 사례를 보고한 일본의 진단기준이 통용됐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는 췌장암과의 구별이 모호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30%가량을 췌장암으로 오진함으로써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로 고통을 준 경우도 있었다.

김 교수는 기존의 방사선.혈액.조직 검사 소견 외에도 '스테로이드제 투여 반응'을 통해 췌장염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할 경우 병이 3분의 1 정도 진행한 초기에서도 만성 췌장염을 발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진단기법을 이용하면 췌장염을 초기에 진단.치료할 수 있어 당뇨병이나 췌장암 같은 또 다른 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