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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USA' 그 뜨거운 혁명의 현장 [中]

凡石 2009. 6. 18. 09:59

 

'그린 USA' 그 뜨거운 혁명의 현장 [中]
'스마트 그리드' 기술로 생산·소비 획기적 개선…
미(美), 45억달러 투자 발표 핵심기술 선점 위해 질주

'전기요금이 가장 싼 밤 시간이 되자 짠돌이 마이클은 사나흘 모아둔 빨랫감을 드럼 세탁기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전력 사용량을 표시하는 세탁기 조작판의 불빛이 녹색으로 오르내리더니 드럼 회전 속도가 빨라지자 적색으로 깜빡였다. 덩달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표시되는 예상 전기요금도 빠르게 올라간다. 그 순간 전력회사와 신호를 주고받는 스마트미터기(機)가 세탁기에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내 회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면서 조작판의 불빛이 다시 녹색으로 바뀌고 전기요금도 낮아진다….'

지난 5일 방문한 뉴욕 GE 글로벌 리서치센터 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연구실에는 미래의 전력 시스템이 미리 구현돼 있었다. 발전소는 송배전 시설과, 송배전 시설은 가정·사무실·공장의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과 대화하듯 정보를 주고받는다. 수백만명의 마이클이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공장에서 기계를 돌릴 때마다 쌍방향으로 공유되는 정보를 통해 전력 시스템 전체가 하나의 두뇌를 가진 생물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존 컨(Kern) 전력연구실장은 'GE의 목표는 전력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장하는 신뢰성 있는 통합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E의 뿌리가 된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이 첫 번째 전기 혁명이었다면, 지금 GE가 도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는 두 번째 전기 혁명이다. 밥 길리건(Gilligan) GE에너지 부사장은 '기후변화 위기에 맞닥뜨린 오늘날의 세계에 에너지를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이용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GE의 자연스러운 소명'이라고 했다. 스마트 그리드가 현실화하면 소비자는 자신의 에너지 사용과 비용을 직접 관리하고, 전력사는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생산량의 변화가 심한 전력도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저탄소 교통수단 보급에도 필수적이다.


 

 

하와이 마우이 섬에 설치된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미 연방 에너지부와 GE가 마우이 섬에서 추진 중인 1500만달러 규모의 스마트 그리드 시범사업이 완료되면 풍력에너 지 등 생산량 변동이 심한 전력도 이용 효율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베터플레이스(에너지기업)
 

미국은 요즘 스마트 그리드 '열풍'에 휩싸였다. 지난 4월 조지프 바이든(Biden) 부통령이 이 분야에 45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고, 앞서 올 초에는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이 직접 '미 전역에 스마트미터(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전력미터) 4000만개를 설치하자'고 촉구했다. 시장조사기관 룩스 리서치는 스마트 그리드 산업의 시장 규모가 작년 420억달러 규모에서 2013년 65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9% 이상 성장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28만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만 향후 10년간 2조달러가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E뿐 아니라 구글, 시스코, IBM 등 IT업계의 거인들도 앞다퉈 스마트 그리드에 투자하거나 뛰어들고 있다. 벤처 캐피털 자금이 스마트 그리드로 몰리면서, 특히 작년 3분기에는 처음으로 관련 벤처에 투입된 돈이 바이오연료 벤처 분야의 1.8배 이상인 2억7200만달러에 달했다.

9일 새크라멘토에서 만난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CEC)의 마이클 그레이블리(Gravely) 에너지시스템 연구부장은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력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발전소를 더 지을 필요가 없어 자원 낭비도 줄어든다'며 '4년 내에 200만개의 스마트미터기를 주 전역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 스마트 그리드 투자는 일거양득이다. 미국 내 전력망 25%는 이미 사용연한이 지났고, 60%는 수명이 다 돼 가는 상태다. 노후한 전력망을 바꾸면,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대규모 정전사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의 구본경 차장은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표준을 미국 중심으로 결정하고 핵심기술을 개발해 미리 선점하겠다는 노림수도 숨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곳곳에 대규모 스마트 그리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필연이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GE와 시스코 등이 참여하는 2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스마트 마이애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배로 실어오는 석유에 전력생산을 의존하는 탓에 미 본토보다 전력요금이 3배 정도 비싼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는 연방정부 에너지부와 GE의 주도로 1500만달러 규모의 스마트 그리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섬은 2030년까지 전력수요의 70%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스마트 그리드 도입은 필수다.

존 체임버스(Chambers) 시스코 회장은 지난 4월 마이애미 프로젝트 참여를 발표하며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미국은 에너지 리더십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