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자료]/녹색 전력IT 관련

'그린 USA' 그 뜨거운 혁명의 현장 [上]

凡石 2009. 6. 18. 10:35

 

건물 3만여곳에 태양광 설비 폐자원 재활용률 무려 72%
미(美) 대도시들, 연방정부 앞서 저탄소 '에코시티' 탈바꿈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마스코니 컨벤션 센터 옥상에 올라서면 햇빛에 반짝이는 짙은 청색의 태양광 패널들로 눈이 부시다. 축구장 크기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5330㎡ 면적에 솔라 패널 5200여개가 설치돼 있다. 4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675㎾)을 생산할 수 있는, 미국 내 공공건물의 태양광 설비 중 최대 규모다. 마스코니센터는 이를 통해 4년째 전력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센터 홍보 담당자인 나이나 아이야(Ayya)는 10일, "6년 뒤면 보조금을 뺀 초기 투자비 570만달러(약 71억원)를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했다.

9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가장 큰 공원인 골든 게이트 파크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푸른 숲 속에 거대한 유리로 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CSA)'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GBC)의 친환경건축 기준인 LEED 최고 등급 인증을 받은, 세계 최대 건물이다. 이 건물에 쓰인 콘크리트의 50%는 재활용 재료이고, 건물 단열은 100% 폐청바지로 마감됐다.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평균 섭씨 23도 정도의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내부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열대우림을 재현한 환경교육시설이 조성됐다. 6살 난 아들과 나들이 나온 케네스 펑(Fung·43)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지난달에도 여기서 홍콩 TV 취재진을 만났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라는 이름에서 골든 게이트 브리지와 케이블카, 알카트라스 섬을 먼저 연상한다면 당신은 구시대 사람이다. 지난 2003년 서른여섯 나이에 샌프란시스코에서 100년 만에 가장 젊은 시장이 된 개빈 뉴섬(Newsom) 시장은 "샌프란시스코를 케이블카보다 전기자동차가 흔한 도시, 녹색 가치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시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바야흐로 세계의 '녹색 수도(Green Capital)', 저탄소 경제 시대의 기준을 제시하는 도시로 변신 중이다.


 

 

                                   친환경 건물 과학아카데미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의 친환경건축 기준(LEED) 최고 등급을 받은
                                  세계 최대 건물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CSA). 세계의 ‘녹색 수도’를 지향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다./샌프란시스코=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위성사진으로 본 이 도시의 다운타운은 거대한 태양광 발전단지다. 시(市)는 태양광 보급 홈페이지(sf.sol armap.org)를 통해 태양광 보급 추이를 매일 업데이트해 공개한다. 뉴섬 시장 취임 이후 사무·주거용 건물 3만1000여 곳에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됐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기업·건물주들은 '솔라 클럽'이라는 조직을 통해 시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버스·지하철 등 시내 교통수단은 이미 100% 전기나 바이오디젤 차량으로 교체됐고, 택시들도 속속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뀌고 있다. 카페에서는 태양광 전기로 작동되는 커피 머신에서 뽑은 아이리시 커피를 팔고, 요가학원도 태양광으로 불을 밝힌다. 수력발전 전기로 하이브리드카를 충전하며, 야간엔 풍력 전기로 에어컨이 작동되는 집에서 잠들 수 있다. 미래 저탄소 경제 시대를 앞당겨 살아가는 모델 도시다.

웨이드 크로풋(Crowfoot) 시 기후보호 총괄국장은 10일 "3년 뒤인 2012년까지 우리 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수준보다 20%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또 미국 내 최고의 폐자원 재활용률(72%)을 자랑한다. 건물을 철거할 때 폐자재를 전량 수거해 재활용하고, 식당이나 패스트푸드 점의 폐식용유도 시가 무료로 수거해 바이오디젤로 변환해 공급한다. 2020년에는 쓰레기 배출 제로 도시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자전거로 통근하는 사람 비율도 6%로 역시 미국 내 최고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또 중국태양발전 회사 선테크와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의 태양광 자회사 BP솔라 등 그린에너지 분야의 선두 기업 118개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인터넷 붐 때 실리콘밸리가 IT기업들을 끌어들여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듯, 샌프란시스코도 지방세 면세와 법인세 환급 등 다양한 유인책으로 그린에너지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중이다.

크로풋 기후보호 총괄국장은 "시민들이 녹색의 삶을 일부러 선택하지 않아도, 시민 생활의 모든 것을 녹색으로 만드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의 부시 전 행정부가 기후변화 방지 노력의 '걸림돌'로 지탄받는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의 대도시들이 연방정부에 앞서 녹색 혁명을 향해 뛰어왔다. 5월 현재 미국인 8350만명이 거주하는 935개 도시의 시장들이 '미국 시장 기후보호협정'에 서명했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그린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클린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경제개발촉진기금' 300만 달러를 조성한 새너제이, 미국 시장 기후보호 협정을 주도한 시애틀, 하이브리드차 보급비율이 가장 높은(2008년 기준 주민 1000명당 12.17대) 포틀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드 크로풋 샌프란시스코 시장실 기후변화 총괄국장이 시청 앞에 설치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충전소 앞에서 세계의 'green capital'을 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환경.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미국 내 공공건물 중 가장 큰 태양광 발전판이 설치된 샌프란시스코의
메인 컨벤션 마스코니 센터. 마스코니는 지붕의 태양광설비로
모든 사용 전기를 해결한다. 10일 나이나 아이야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태양광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알바니(뉴욕)·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