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울 엄마 생각이 난다.

凡石 2009. 10. 14. 17:41

  

 엊그제에 이어 오늘도 가을 들녁에 나가, 누렇게 변한 황금벌판을 보면서 가을 향기를 흠뻑 마셔 본다. 그렇게 푸르고 싱싱하던 오곡백과는 이제 완연히 무르 익어 수확이 한창이고, 온 산에 나뭇잎도 이제 단풍으로 곱게 물들기 시작한다.

 

 가을꽃 향기를 맡으며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 요즈음 보기 어려운 허수아비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얼굴의 화장도 예쁘고, 안경도 멋지게 걸치고, 모자와 옷도 요즈음 유행하는 명품으로 한껏 치장을 하였다. 아마도 예술적 감각이 있는 분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한참을 지나다 보니, 어느 백발의 농부 할어버지가 마당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보인다. 온갖 정성으로 땀흘려 농사 지은, 콩을 알맹이 하나 하나를 주워 담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웬지 모르게 허전 해 보인다. 할아버지의 뒷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이 돌아 가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떠 오른다.

 

 우리 어머니는 평생을 농촌 고향마을에 사시면서 오로지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시다가 약 30여년 전에 8순을 못 넘기고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하셨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어머니가 모두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우리 어머니는 생활력이 강하시고,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없는 이들에 대한 인심이 후 하신 분이었다.

 

  젊으셨을 때는 직접 농사 지은 채소나 곡식을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20리가 넘는 천안 장터에 내다 팔기를 수 없이 하시고, 틈만나면 하루 종일 논 밭에 나가 김을 매고 가꾸어 온 곡식을, 가을에 거둬 들여 양식을 하고, 나머지는 장리(長利)쌀을 놓아 재산을 늘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손들에 대한 사랑도 그지 없는 분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동내 또래 친구들과 싸워서 코피라도 터지면, 당장 그 집에 찾아 가,  그 친구를 마구 나무라고 나서, 다시는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고 어깨를 다독거려 주시기도 하고, 우리들에게는 어디가서 빈충맞게 얻어 맞지 말고, 끝까지 덤비어, 반드시 이기고 오라면서 우리에게 투지와 의기를 길러 주셨다.

 

 또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하셨다. 예를 들자면 시골로 다니는 행상 아주머니가 잠 잘곳이 없다고 하면 선뜻 잠 자리도 제공하고, 설령 걸인이 와서 밥을 달라고 하면  밥상도 차려 주기도 하고,  형편이 넉넉치 않은 이웃이 사정이 어려우면 쌀 한되박이라도 나누어 주는 등, 그야말로 온정과 자비가 넘치는 분이었다고 본다.

 

 이러한 강한 생활력과 온정심은 근동에 소문이 날 정도였으니까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모두가 자기 자신를 위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잘 하여, 남 보다 더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해, 항상 고민하시고 실천하신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말 하기를  "아무개 집 애들은, 모두 잘 키워서, 훌륭하게 잘 됬어~" 라는 소리를 들으시려고 그토록 고생을 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어머니 혼자 집안을 돌보시느라고, 그 누구보다도 더 힘드셨을텐데, 그동안 내색 한번 안 하시고,  꿋꿋하게 집안을 이끌어 주시던, 우리 어머니의 의연한 모습은 지금도 우리 자손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어쨌든 그 결과,  어머니 뜻대로 자손들이 잘 커서, 공부도 잘 하고, 취직도 잘 되고, 가계 형편도 그런대로 넉넉하게 되어, 소원은 이루었으나, 그 이후 장성한 자손들로 하여금  효도 한 번, 제대로 못 받아 보시고, 그만 저 세상으로 가시고 말았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막내아들인 내가 나이가 서른 두 서너살이 되도록 장가를 안 가고 있었으니, 안타까워서 어떻게 눈을 감으셨는지 지금 생각하면 불효가 막심하기만 하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만약 지금 살아 계시다면 원 없이 효도 한 번 잘 할 수 있을텐데....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핑 돈다. 

    

 

어머님 은혜

 

                                               윤춘병 작사, 박재훈 작곡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게 또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아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하나 있지.
사람 되라 이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아

  

 


어머니 마음

 

                                         작시 양주동   이흥렬 작곡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셨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위에 주름이 가득
땅위에 그 무엇이 높다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