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행 3일 째 되는 날이다. 어제와 같이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나 혼자 펜션 주변의 올레코스를 산책하였다. 아들놈과 아내를 깨워서 같이 갈까 하다가 곤히 잠이 든것 같아 차마 깨울 수가 없다. 아직 동트지 않은 너른 바다를 바라다 보며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나서 가볍게 팔 다리를 펴 본다.
제주의 올레길은 별도로 산책코스가 있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기존 도로의 보도에 우레탄을 깔아 걷기 좋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달리는 차량의 매연을 직접 마시게 됨으로서 기분이 언짢기도 하고, 차도와 보도간에 안전 철책도 없어 안전상 위험한 곳도 있다. 물론 차량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구간도 있으나 내가 걸어 본 코스는 그렇지가 않다.
도로에서 빠져 나와 감귤밭 돌담길을 끼고 깊숙히 들어 가 보니, 아침 햇살을 머금은 노란 감귤이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아저씨, 이른 아침에 저희들을 보려고 여기까지 오셨네요. 반가워요~" 기분이 상쾌하다.
펜션에서 제공하는 아침 밥을 먹고, 짐을 꾸려 다음 행선지로 자동차를 몬다. 오늘 숙소는 강정마을에 있는 풍림리조트에서 일박을 한다. 이틀간 정든 이곳 나포리 펜션을 빠져 나오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오마"라고 속으로 인사를 해 본다. 조용하고, 전망 좋고, 깨끗하고, 아침식사 맛있고, 아무튼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오늘 처음 행선지는 중문단지 대포항 부근의 주상절리다. 마치 석수쟁이가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 돌 기둥의 모양이 겹겹이 쌓여 병풍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조물주께서는 어떻게 이런 걸작을 만들어 우리에게 주었는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까만 돌 기둥에 새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은 철썩거리며 흑과 백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내 마음의 복잡함을 모두 씻어 가는듯 속이 시원하다.
주상절리름 보고나서 천제연폭포를 구경하였다. 천제연이란 옛날 옥황상제의 선녀들이 밤중에 목욕하러 내려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하느님의 연못`이란 뜻이라고 한다. 제1폭포와 제2폭포로 이루어졌는데 낙차는 그리 크지는 않으나 비단결 같이 넓고 아름답게 퍼져 내려오는 장면은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주변 원시림 속에 옴폭하게 자리 잡아 아늑하고 아름답다.
점심식사는 제주에 와서 안 먹고 가면 서운한 오븐자기 뚝배기를 한그릇 하고, 가을이 한창인 한라산 노루목을 거쳐, 억새풀로 유명한 산굼부리를 다녀왔다. 산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 사투리로서 분화구의 위용도 볼 만하지만, 이 가을에는 주변 산책로를 걸으면서 넓게 펼쳐진 억새밭의 장관과 바람에 나부끼는 은색 물결을 파노라마를 감상하는 것이 매력이다. 그야말로 가을의 서정을 제대로 자아낸다.
산굼부리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들렸다. 내가 알기로는 녹차 단지는 전남 보성쪽이 가장 크다고 보았는데 이곳도 크기가 무려 약 24만평이나 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차의 역사와 함께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의 다양한 다구를 전시하고 있고, 일본,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찻잔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티 하우스에는 차와 함께 녹차를 이용한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다양한 웰빙푸드를 판매한다.
입장료가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연간 70만명의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 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공짜라서 그런가? 물론 그런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나 또는 주변 차 밭의 경관을 멋지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녹차 또는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데 원산지라고 해서 결코 싸지는 않다. 나는 녹차를 시키고 아내와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시켜 놓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였다.
녹차박물관을 나와 자동차 박물관을 들렸더니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굳이 들어 갈 필요가 없다고 보아 그냥 밖에만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모슬포로 가서 요즘 제철인 방어회나 먹어 볼까 하였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어시장은 철시되고 보이질 않는다. 마침 바닷가 서편으로 해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하여, 해안도로 한 켠에 자동차를 파킹하고, 한동안 사진도 찍어가면서 광경을 지켜 보았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광경에서 해가 구름에 가려 완전한 일몰을 감상하지 못하였다 . 그래도 붉게 물든 바다가 파도에 넘실대는 광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드디어 오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강정마을에 있는 풍림리조트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지하 슈퍼에 내려가 캔맥주와 오징어를 사다가 아들놈하고 같이 맥주 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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