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앨범]/여행 사진

제주도 여행 / 둘째 날

凡石 2011. 10. 27. 16:10

 

 

 여행 이튿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 나 펜션 앞에 있는 대포항 포구에 나가 상큼한 바닷 바람을 쏘이고 나서, 펜션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하였다. 전복죽, 구운 식빵, 버터와 쨈, 우유, 소세지, 삶은 계란, 감자튀김, 깍뚜기 등이 오늘의 메뉴인데, 아침식사로는 제격이라고 본다. 비록 정통 호텔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그런대로 이렇게 구색을 갖추어 준비하였다는 점이 고맙기만 하다. 전복죽 맛은 좀 묽기는 하나 그런대로 전복 건데기가 제법 많은 편으로서 구수하고 맛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드라마 올인으로 유명한 섭지코지를 구경하였다. 봄에는 유채꽃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이 가을에는 넓은 들판에 시들어 가는 억새풀과 유채 잎만 무성하여 그저 슬쓸하고 한적하다. 아찔한 해안 절벽 옆에 외로이 서 있는 선녀바위는 거세게 몰아 치는 파도에  멍들고, 하얀 성당 건물의 십자가는 그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섭지코지를 나와 성산포에서 북동쪽으로 약 십리 정도 떨어져 있는 우도를 다녀왔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가고 한다. 서정적인 섬마을 풍경에 아늑하게 펼쳐진 풀밭과 돌담, 산호가 마모되어 생긴 하얀 백사장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과 함께 이곳 우도를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는데, 성산포에서 1시간 간격으로 정기여객선이 운항되며 자동차도 승선이 가능하여 우리 차도 같이 다녀 왔다.

 

 요 몇일전 검멀래 해안가에 있는 콧구멍 동굴이라고 부르는 동안경굴에서 클래식 콘서트가 있었다고 하여, 도대체 그 동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여 일부러 찾아갔다. 해식으로 패인 동굴인데 그리 깊지는 않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고래들이 살았다고 하는데 생김새로 보아 그럴만하다. 소리가 어떻게 울리는지 시험 해 보고 싶어 그리운 금강산 한 소절을 소리 높여 불러 보니 그렇게 울리는 맛은 없다. 아내와 아들이 지금 뭐하는거냐고 핀잔을 주길래 얼른 나왔다. 

 

 우도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성산 일출봉을 구경하였다. 오늘따라 비가 와서 우비를 입고 다니다 보니 경치를 구경하고 사진찍는데 지장이 많다. 예전에는 올라가는 길이 자연 그대로였는데 오늘 와 보니 나무 계단과 돌 블록으로 바닥을 깔았다. 깨끗하고 안전해서 좋기는 하나 인위적인 냄새로 원래의 자연경관을 해치게 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특히 정상 분화구 위 까지 철책으로 관망대를 만들어 놓아,  분화구 자체의 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출봉은 높이 182m로서 제주도 동쪽에 돌출한 성산반도 끝머리에 있으며, 중세기 화산으로서 커다란 사발모양의 평평한 분화구가 섬 전체에 걸쳐 있다. 3면이 깎아지른 듯한 해식애를 이루며, 분화구 위는 99개의 바위 봉우리가 빙 둘러 서 있고,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 하여 성산이라 하며, 해돋이가 유명하여 일출봉이라고 한다.

 

 아내가 올라 가다가 무릅이 아파서 더 이상  못 올라 가니, 둘이 먼저 올라 가라고 한다. 아들놈과 같이 올라 가면서도 내내 마음이 무겁다. 젊었을 때는 한라산 정상까지 끄떡 없이 올라 갔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그렇지 않아도 골다공증이 있어 약을 먹고 있는데 무릅마저 아프다니 큰 일이다. 그렇게 된 것이 내게도 일련의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하다. 앞으로도 속 안 썩이고 잘 해 주고 싶은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아내도 겱국은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정상까지 다녀왔다.

 

 일몰 시간까지는 몇 시간이 남아 만장굴을 다녀왔다. 그곳도 예전에 한 번 다녀 갔던 곳인데 주변 경관이 180도로 바뀌었다. 역시 입구까지 가는 길을 돌 불록으로 깨끗하게 단장하여 보기가 좋을뿐더러, 주변 나무들이 원시림 같이 굵고 울창하여, 대자연의 동굴 분위기를 더 해주고 있다. 내부 조명도 색색으로 변하고 관람 시설도 예전보다 한층 더 세련되게 만들어, 동굴 속이 마치 어느 콘서트장과 같은 분위기가 난다.  

 

 만장굴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길이가 약 13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라고 한다. 동굴 내부의 연평균기온은 9~17℃, 습도는 87~100% 정도이며, 굴 속에는 박쥐·지네·거미류 등의 동물군과 양치류의 식물군이 있다. 거대한 규모의 용암주와 용암종유석·용암교·용암선반 등이 기묘한 현상으로 발달해 있으며, 한국 제일의 관광 동굴로 개발되어 있다.

 

 숙소로 돌아 오면서 중문에서 흑돼지구이집으로 소문난 하영이라는 식당에 들려 흑돼지 5겹살을 구워 먹었다. 식당 외관은 그 동네에서 가장 크고 세련되었으며,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일하는 아주머니의 서비스도 으뜸이다. 참숯불에 두툼하게 썰은 5겹살을 노릿노릿하게 구워 먹어 보니, 역시 본 고장에서 먹는 맛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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