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며늘아기가 준 바렌타인데이 선물

凡石 2015. 2. 10. 17:48

 

 

오늘은 태어 난지 이제 두 달도 안 되는 손녀 민서가 왔다. 아직 백일도 안 지나서 그런지 수시로 젖을 먹여야 되고 잠을 재워야 되기 때문에 제 에미 애비가 밤낮으로 힘들어 한다. 더구나 잠시도 누워 있지 않고 사람 손에서 놀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오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민서를 봐줄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둘이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선심 아닌 선심을 베풀었더니 그렇게 해도 되겠냐고 하면서 둘이 밖으로 나간다. 어디 가서 서너 시간동안 놀다가 여섯시쯤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며느아기가 예쁜 쇼핑백을 내게 건네준다. “이번 주 토요일이 "발렌타인데이"라서 아버님께 드릴려고 선물 하나 준비 했어요”

“아버님 해피 발렌타인데이 예요” 하고 살짝 웃는다. 얼떨결에 “땡큐~ 베리마치”라고 답하고 나서 쇼핑백을 열어본다.

  

 

 

 

 백 안에는 아주 정성들여 포장한 네모난 종이 상자 하나가 있다. 연한 하늘색 바탕의 종이보드에 엠보싱으로 처리된 흰색 글씨가 짜임새 있게 새겨지고, 핑크색의 나비 모양의 리본이 조화를 이룬다. 그야말로 누가 봐도 고상하고 우아하다.

 

 

 

 

 

 

 

 상자에는 삐아프(PIAF)라는 초콜릿 전문제조업체에서 2015년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하여 특별하게 한정품으로 만든 초콜릿이라고 적혀 있다.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어보니, 초콜릿 색상의 속 종이가 나오고 그 밑에 네모, 동그라미, 마름모 꼴의 봉봉(bonbon) 17개가 각각의 번호가 새겨진 제 자리에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다.

 

 

 

 

 

 

 

 

 

 

  맛은 오렌지, 계피, 천일염 프랄리네, 밀크, 누아, 산딸기, 무화과와인, 유자, 루이보스, 코코넛, 꿀 마다가스카르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봉봉마다  제각각 다르다고 하며, 이 중에서 1, 6, 9, 15, 16번의 5개 봉봉은 특별히 이번 시즌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 진 한정품이고, 나머지 12개는 이 집에서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들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 맛이 과연 어떤지 빨리 맛을 봐야겠다. ㅎㅎ

 

 

 

 

 상자 안에 있는 카탈로그를 보면 17개의 봉봉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하였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의 그래픽디자이너이었던 Annie Atkins가 직접 모든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였다는 사실도 적혀있다. 또한 내가 받은 상자는 이번 시즌에 한정품으로 제작된 1300개의 상자 중에서 310번째라는 고유번호도 찍혀있다. 

 

 제작 과정상 비용 발생 요인이 발생되어 제품가격은 자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보지만, 가격에 걸맞게 질이나 내용면으로 보아 국내 최고수준의 초콜릿임은 틀림이 없다.

 

 

 

 

 

 

 

 어떻게 이렇게 귀한 초콜릿을 시아버지에게 선물할 생각을 했을까. 그 마음이 가상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맙기만 하다. 집사람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당신은 참 행복하겠어요. 예쁘고 쎈스있는 며느리가 있어 발렌타인데이 선물까지 받고~”  "맞어~"

 

 어느 것을 먼저 맛 봐야 될런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는데, 며늘아기가 한 가운데 있는 9번 초콜릿을 골라 준다. 이것은 한정품으로 만든 5개의 봉봉 중에 하나다. 카탈로크에는 “리치와 베르가못 향을 연상시키는 카카오 과일 맛이 나는 프리 드 라 카카오“라고 적혀있는데, 여느 초콜릿처럼 딱딱하지가 않고 젤리처럼 부드럽고 향이 은은하다.

 

 바라건대, 며늘아기의 갸륵한 마음을 길이길이 새기면서, 초콜릿 맛처럼 부드럽고 향기 나는 좋은 시아버지가 되고 싶다. 과연 그렇게 될런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노력코자 한다. 끝으로 아들 내외 가정의 행운과 건승을 기원하면서 화이팅을 외쳐본다. 화이팅!!!

 

 

'[자유게시판] > 생활 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마고우 모임에서  (0) 2015.03.27
이륙산악회 남한산성 등반  (0) 2015.03.15
우리가족 신년 단합대회  (0) 2015.01.14
이륙산악회 수락산 등반길에서  (0) 2014.11.16
죽마고우 모임에서  (0) 201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