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Audio

앰프 고르는 법 I

凡石 2009. 4. 25. 21:02

시어터 시스템은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신호가 복자합게 얽혀 있는 시스템이지만 그 복잡한 디지털 신호는 AV 프로세서에서의 파워 앰프로 신호가 출력되면서 일단락이 된다. 파워 앰프가 AV 프로세서(프리앰프)로 부터 받아 들이는 신호는 미약한 아날로그 신호로 파워 앰프는 이를 큰 신호로 증폭하여 스피커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스피커는 파워 앰프로부터 받은 큰 전기 신호를 물리적인 설계 구조를 통해 '소리'로 바꾸어 내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AV 시스템이나 하아파이 시스템이나 똑같다. 단지 AV 파워 앰프는 하이파이 파워 앰프와 다른 다음의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첫째, AV 시스템은 멀티채널이 기본이므로 파워 앰프도 당연히 멀티채널이어야 한다. 하이파이 앰프는 2채널이 기본이다. 그러나 AV에서는 서브우퍼 포함 6채널이 기본이며, 초근의 포맷인 돌비 디지털 EX나 DTS-ES 같은 경우는 8채널까지 요구한다.


둘째, AV 사운드는 하이파이 사운드와 성격이 약간 다르다. 영화의 효과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음악적 성격이 강한 하이파이 사운드와는 대역폭, 반응 속도, 음색 등에서 강조되는 바가 다소 다르다. 따라서 AV 파워 앰프를 선택할 때에는 기본적인 파워 앰프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AV 고유의 특성을 몇 가지 더 고려해 선택하여야 한다.


앰프가 프리부와 파워부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일전에 이야기한 바 있다. AV 시스템에서 프리앰프란 곧 AV 프로세서와 같은 의미라는 것도 설명한바 있다. 또 프로세서와 파워 앰프를 따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분리형 시스템과 하나의 섀시 안에 집어 넣은 일체형 시스템(리시버)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우리는 흔히 파워 앰프를 선택할 때 제일 먼저 출력부터 살펴본다. 그것은 출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고, 출력 이외의 다른 요소들은 당장 눈앞에 드러나 보이지않기 때문에, 다시말해 수치로 표시된 스펙상에서는 볼 수 있는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것일수도있다. 파워 앰프에서는 출력은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한 가지일 뿐 절대적인 요소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용자들조차도 막상 A와 B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슬며시 출력이 크게 표시되어 있는 앰프 쪽으로 손이 간다. 그만큼 우리는 대출력 파워 앰프에 대한 막연한 선망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출력은 크면 유리하다. 공간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친 대출력의 파워 앰프를 사용하면 오히려 낮은 레벨에서 음의 디테일을 잡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파워 앰프의 출력이 크면 여러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출력의 크기는 좋은 소리를 만드는 수많은 요소 중 한가지 일뿐이다. 같은 100만원의 파워앰프로 여타의 사용 부품이 다 똑같은데, 하나는 100W이고 하나는 300W일 수는 없는 것이다.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하고 정확한 스펙 확인 필요


만일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가 두 대 있는데 둘 사이에 표시된 스펙상의 출력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난다면 필경 다음 두 가지 중 한가지일 확률이 크다. 하나는 출력이 큰 앰프가 무언가 다른 부품에서 값싸고, 열악한 소재를 썼을 경우다. 이 경우는 나타나는 소리는 오히려 출력이 작은 앰프가 나올 확률이 높다. 보통 그렇다. 출력이 큰 앰프를 가지고 있다면 대출력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스피커나 설치 공간 등도 앰프에 걸맞게 구성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면 그 사람은 별로 쓰지도 못할 출력에 비용만 지출하고 음질을 결정짓는 다른 요소 몇 가지를 희생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음질을 결정짓는 여타의 요소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출력이 더 높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값이 더 비싸다면 말이다. 이건 당연한 공식이다. 비싼 기기는 비싼 이유가 있고 싼 기기는 싼 이유가 있다. 가격이 모든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가격은 시장 논리에의해 정해지게 마련이다. 저가형 앰프에서 대출력을 찾았다면 그 앰프는 무언가 다른 요소를 희생했을 것이다. 그것은 수학 공식과 같은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앰프 제조사 사장은 '자선 사업가'가 틀림없다. 물론 비슷한 성능의 음질을 가진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가 10~20W정도의 출력의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 의외로 꽤 많은 사용자들이 이 10~20W정도의 차이에 좌우되고는 한다. 알고 보면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숫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또 다른 한 가지 확률은 실제로 두 앰프 사이에 출력의 차이는 거의 없는데, 순전히 제조사의 농간에 의해 사용자가 스펙을 잘못 읽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가 제일 흔하다. 파워 앰프의 출력을 평가하는 간섭 요소가 도대체 얼마나 많고 복잡한지 초보자뿐 아니라 중상급자들도 헷갈리기 십상이다. 눈을 부릅뜨고 바라볼 만큼 많은 숫자가 적힌 스펙이나 제공하면 그래도 그 제조사는 양반에 속한다. 어떤 회사는 아무런 조건 사항도 없이 달랑 출력 숫자 하나만 표시해 놓기도 한다.



스피커의 감도와 앰프의 출력에 유의하여 매칭


이제부터 파워 앰프의 출력에 대해 몇 가지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자. 파워 앰프의 출력에 대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점 두 가지는 이렇다.


하나는 '어느 정도의 출력이나 나에게 적정한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스펙에 표시된 출력 수치를 좌우하는 주변 조건들이 어떤 것이 있나?' 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 파워 앰프의 출력을 욕조에 붙어 있는 수도꼭지에 비유하곤 한다. 공중 목욕탕의 커다란 욕조라면 수도꼭지도 여러개 붙어 있어야 하고 수도관도 굵어야 하겠지만 일반 가정용 욕조에 수도꼭지가 여러개 붙어 있는 것은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우선 나에게 어느 정도의 출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는 곧 스피커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흔히 파워 앰프와 스피커 간의 매칭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매칭이란 매우 폭넓은 의미인데 음색의 매칭, 구동력의 여유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으로 볼 때 구동력이란 대개 중고음역보다는 저음역에서 결정된다.


스피커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그에 걸맞은 파워 앰프의 출력량은 다 각기 다르게 결정이 된다. 쉽게 계산해서 이렇다. 90dB의 음압을 갖는 스피커에서 필요로 하는 출력량은 87dB의 음압을 갖는 스피커에서 필요로 하는 출력량의 절반정도 수준이다. 또 8Ω 임피던스를 갖는 스피커에서 필요로하는 파워 앰프의 출력량은 4Ω 임피던스를 갖는 스피커에서 필요로 하는 파워의 절반 정도다. 음압과 임피던스는 스피커에 어울리는 적절한 출력량을 판단하는데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요소다.


87dB의 감도를 가진 스피커는 1W의 파워를 입력시켰을때 1m 거리를 기준으로 87dB의 음량을 발생시킨다. 공식에 따르면 음량이 3dB 올라갈 때마다 필요한 출력은 두 배가 된다. 90dB이 되려면 2W, 93dB이 되려면 4W가 필요하며 96dB이 되려면 8W가 필요하다. 계산을 계속해 나가면 128W의 출력으로 108dB의 음량이 나온다. 한편 90dB의 감도를 가진 스피커라면 같은 공식을 사용할 때 64W 정도의 출력이면 동일한 108dB의 음량을 낼 수 있다. 만일 이 스피커가 128W 출력을 받는다면 111dB의 음량을 나타낼 것이다.


한편 8Ω 스피커에서 100W의 출력을 내는 파워 앰프는 4Ω 스피커에 물렸을 때에는 200W, 2Ω 스피커에 물렸을 때에는 400W의 출력을 내주게 되어 있다(물론 이는 공식 상으로만 그런 것이고 대부분은 출력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데 무조건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신이 사용하는 스피커가 몇 Ω 이고 감도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똑같은 출력의 파워 앰프도 어떤 경우에는 충분하고, 어떤 경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임피던스 8Ω, 87dB의 음압을 갖는 스피커 A와 임피던스 4Ω, 90dB의 음압을 갖는 스피커 B를 비교해 보자. A스피커에 100W를 공급하는 파워 앰프는 B스피커는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200W를 공급할 수 있다. A 스피커는 음압이 낮기 때문에 100W의 출력으로 107dB 정도의 음량을 1m 거리에서 얻을 수 있다.


반면 B스피커는 음압이 높기 때문에 A와 똑같은 100W를 공급 받더라도 A보다 더 큰 110dB의 음량을 얻을수 있는 상황인데 덧붙여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200W의 출력을 공급 받게 되고 따라서 113dB이나 되는 음량을 얻게 된다. 똑같은 파워 앰프를 사용해도 결과는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A스피커를 가지고 B스피커에서 얻은 113dB의 음량을 이끌어 내려면 현재의 네 배인 400W 파워 앰프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즉 A스피커+400W 앰프의 조합과 B스피커+100W 앰프의 조합은 동일한 음량을 나타내는 것이다.



시청 공간의 환경을 고려하여 앰프의 출력을 결정


변수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청 공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시청 공간의 크기, 벽과 천장의 재질 등에 따라 잔향감, 반향음의 크기가 크게 바뀐다. 시청 공간의 크기가 클수록 더 큰 출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시청 공간이 밀폐형인지 개방형인지도 변수가 된다. 또한 시청 공간이 라이브한지 데드한지도 중요하다. 소리의 흡음 효과가 뛰어나 반향음이 적은 환경을 흔히 '데드하다'고 하고, 소리의 반사 효과가 큰 환경을 흔히 '라이브하다'라고 한다. 대개 데드한 환경은 클래식에 적합한 편이고, 홈시어터는 다소 라이브한 편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는 벽면과 바닥이 콘크리트이므로 카펫이나 흡음재 등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상당히 라이브한 소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 데드한 환경은 라이브한 환경보다 적게는 2~3배, 감도가 둔한 스피커를 쓸 경우는 4~5배까지도 더 큰 출력을 필요로한다.


이쯤 되면 필요한 파워의 양을 설정하는 일이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스피커의 감도가 어떠한지 임피던스가 어떠한지, 그리고 시청공간의 크기와 구조, 재질 환경은 어떠한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똑같은 파워 앰프도 각각의 시스템과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성능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출력 앰프면 일단 좋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대출력 앰프는 대개 값이 비싸다. 값이 같으면서 대출력이라면 무언가 다른 음질 저하 요소가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앞서 비유했던 예처럼 작은 가정용 욕조에 공중 목요탕용 수도 배관을 할 필요는 없다. 비용도 문제이거니와 오히려 해가 될수도 있다.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대출력은 오히려 소리의 균형을 깨드리게 된다.


홈시어터의 경우 5평 정도 공간을 기준으로 할 때 채널당 8Ω 기준 70~100W의 출력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앞서 말했듯이 스피커의 특성과 시청 환경의 상황에 따라 가감이 있을 수 있다. 메인과 서라운드 채널의 파워에 굳이 차이를 둘 필요는 없다. 물론 하이파이 2채널 음악을 즐겨듣는 사용자라면 일단 프런트 2채널에 보다 큰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AV 사운드를 주로 즐기는 사용자라면 가급적 프런트와 서라운드는 같은 출력의, 같은 앰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5채널 이상의 멀티채널 앰프를 사용한다면 이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이 똑같아지겠지만 말이다.


이번 호에는 파워 앰프의 출력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많은 사용자들이 파워 앰프를 구입할 때 출력 수치에 너무 연연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자신에게 필요한 파워의 양, 자신의 파워 앰프가 표현해내는 파워의 양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는 이번 호에 이어서 파워 앰프의 스펙을 보고 판단하는 간단한 요령과 더불어 멀티채널 파워 앰프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