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음악, 머리가 좋아진다
- CBS영재학술원 하종덕 소장 -
머리가 좋아지는 음악이 있다?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라면 귀가 솔깃해질 말이다. 요 근래 대형 음반매장의 클래식 코너에 가면 음반 을 고르고 있는 중·고생이나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부모를 심심찮 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음반은 대부분 바로크 음악들.
교보문고 내 음반매장 ‘핫트랙’의 이혜원씨는 “2월 초부터 갑자기 바로크 음악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 예전에 비해 음반이 2~3배 더 팔린 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로크 음악을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가정 주부나 중고생 같이 기존의 클래식 구입 계층이 아닌 일반인들”이라 고 귀띔한다.
이름하여 ‘바로크 붐’이라 할 만하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바흐 가 사망한 1750년까지 발전한 음악인 바로크 음악은 작년, 복고바람을 타고 클래식 팬들 사이에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바로크 음악의 선율 이 삽입된 대중음악이 작년 히트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모으 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바로크 붐은 다르다.
붐의 근원은 바로 SBS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이라는 프로그램. 지 난 1월 마지막 주에 방영됐던 이 프로그램에서 ‘정말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지는가’하는 실험을 진행·방영했다. 유치원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엔 바흐의 음악을 들려주고 한쪽엔 음악을 들려 주지 않았다. 한 시간 후 이들을 상대로 언어, 도형, 공간능력 등의 실 험을 한 결과 음악을 들은 쪽이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것으로 결론났다.
이 실험을 제안했던 인천교대 감호광 교수는 “바로크 음악이 두뇌를 개발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있다는 외국의 연구 자료를 보고 실험해 볼 것을 제안했다”며 “평소에도 미술이나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아이들에게 음악을 틀어주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살된 딸을 둔 전길자씨(서울 강북구 미아동)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부들 사이에 바로크 음악이 아이들 두뇌 개발에 좋다는 소문이 금방 퍼졌다”며 “직접 방송은 못봤지만 음반은 구입했다”고 말했 다.
타워레코드의 이인섭씨는 “대부분 손님들이 찾아와서 ‘정말로 머리 가 좋아지느냐’고 묻는다”며 “바로크라는 이름만 붙어 있으면 몇 개씩 사가는 등 지나치게 맹신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 다.
수업 시간에 바로크 음악 듣는 시간을 넣기로 한 유치원, 어린이집도 있다. 서울 성동구 ㅈ유치원 교사 장선경씨는 “일주일에 2시간씩 바 로크 음악 듣는 시간을 시간표에 짜넣기로 했다”며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창의력 개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말 바로크 음악이 머리를 좋아지게 할까? 이에 대해선 아직 많은 임 상실험과 연구가 행해지고 있는데 앞의 주장을 ‘근거 없다’고 반박 할 만한 특별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소아과 전문의 이창호 박사는 “바로크 시대 음악엔 통주저음이라는 베이스 리듬이 사용되는데 이는 인간의 심장 박동수와 대략 일치하고 그 때문에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며 “IQ, EQ가 향상된다고 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해 서 이끌어낼 수 있는 부수적 효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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