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Classic

해외 유명 현악사중주단 연주 비평

凡石 2009. 4. 27. 22:04
해외 유명 현악사중주단 연주 비평 (번역)

 

                                      - 베토벤 현악 사중주를 중심으로 -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검색어로 해외 웹사이트를 서핑 중에 짐밥 박사(Dr.Jimbob)라는 사람이 쓴 흥미로운 글이 있어 번역해 봤습니다. 아마 의학박사인 걸로 보이는데, 베토벤의 현악사중주에 단단히 미쳐 있는 분 같습니다. 다음은 이 분의 다소 주관적인 '베토벤 현악사중주 연주 사중주단 인상기'라 할 수 있는 글을 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물론 저마다 마음에 맺히는 연주는 다 하나씩 가지고 계시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 맘에 맺히는 연주를 신뢰하고 그 연주에 대한 믿음과 그 연주로부터 얻는 감동이 굳건하다면, 제 아무리 평론가가 이러니 저러니 악평을 해대도 그 주관이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를 이 사람이 아무리 '씹는'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우울해지시지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헝가리 사중주단(Hungarian Quartet)

EMI 레이블에서 나온 7-CD 세트로 시중에 구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저렴하다. 세라핌 LP로 들었던 이 연주에 대한 나의 기억은 매우 희미하다. Op.59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놀랍게도 다른 것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중주단의 제1바이올린 주자인 Zoltan Szakeley는 매우 뛰어난 음악가이다(바르톡의 두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헌정자였다). 그리하여 아마도 이 사이클은 한 번 쯤 들어볼만 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아마데우스 사중주단(Amadeus Quartet)

역시 비교적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세트이며 모두 일곱 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주에 가해지는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는 연주가 너무 양순하다는 것이다. 이 '경건'하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의 연주 치고는 너무 매끈하다는 점이다. 특히 후기에 있어서. 그러나 나는 이러한 주장들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의 연주에 있어서 나타나는 정밀함은 부다페스트나 알반 베르크의 그것처럼 매우 인상적인 것이다.

나는, 전술한 비판이 문제 삼는 문제점보다도, 이 사중주단이 보다 깊게 작품에 천착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거칠거칠한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능력은 때로는 경이적인 장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대푸가에서의 카운터포인트를 이다지도 명확하게 들려주는 사중주단은 또 다시 없었다. Op.131에서의 스케르초 연주는 간단히 말해 호흡을 멎게 하고 다른 사중주단의 연주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Op.131과 Op.132의 연주가 대단히 뛰어나다. Op.18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중기와 후기의 연주가 충분히 만회한다. 덧붙여 William Pleeth와 함께 한 슈베르트 오중주 연주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이탈리아 사중주단(Quartetto Italiano)

난 언제나 이탈리아 사중주단에 비판적이었다. 난 여전히 그들의 드뷔시, 라벨, 모짜르트 현악사중주를 애호한다. 그러나 베토벤에 이르러서는 매몰차질 수 밖에 없다. 음색은 청신하며 기량에서도 흠잡을 데 없지만 그들은 베토벤의 사중주로부터 내가 만족할만 한 것, 나에게 강하게 엄습하는 음악의 힘과 정수를 뽑아내지 못한다. Op.127과 Op.131의 느린 악장들이 특히 문제이다. 그들은 변주적 악장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일한 해석이다.

베그 사중주단(Vegh Quartet)

베그 사중주단의 연주는 역시 매우 이질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 사중주단은 가히 올스타 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리더인 Sandor Vegh는 그 자신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실내악 음악가이며 지휘자이고 이 사중주단의 다른 두 명의 음악가들 역시 그뤼미오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다. 베그 사중주단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연주는 모두 여덟 장이다. 베그 사중주단은 초기 현악사중주와 Op.135에서 좀 과도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중기와 후기에 있어서는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 하다. 대푸가의 해석은 매우 지적이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면 그건 녹음이다. 잔향이 좀 심하고 음색이 뿌옇게 들린다. 그러나 그런 점이 Op.130의 연주에 있어서 잇점으로 작용하긴 한다.

탈리히 사중주단(Talich Quartet)

아마 영민한 독자라면 지금까지 내가 앞서 거론한 사중주단 중 거의 다가 이제는 구성원 중 최소 한 명 이상을 저 세상으로 떠내보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탈리히 사중주단의 연주는 칼리오페 레이블의 8-CD 세트로 구할 수 있다. 이 연주에 있어 가장 기억하고 싶은 사중주는 Op.95이다. 그러나 이 레코드에 있어 단점은 역시 목욕탕에서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음질이다. 심지어 모노 레코딩인 헝가리 사중주단의 녹음도 이것보다는 나으리라!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주들
다시 한 번 더 이런 글은 내 취향에서 쓰여졌음을 밝혀야겠다. 험담하기 전에 말이다. 줄리어드 사중주단의 녹음은 연주가 견고하지도 통찰적이지도 않다. 알반 베르크의 경우 너무 부드럽고 또 부드럽다. 너무나 부드러운 나머지 초기를 제외한 중기와 후기의 연주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않다. 토쿄 사중주단의 연주는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부다페스트의 경우, Op.18만 추천하고 싶다. Op.18을 지나면서부터 앙상블의 견고함이 그 힘을 다하고 연주의 초점이 사라지는 것처럼 들린다. 최소한 내게는 말이다. 보로딘 사중주단의 경우, 후기로 갈수록 구조가 무너져 내린다.

린지 사중주단(Lindsay Quartet)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마지막을 위해 아껴두어야 한다. 지금 누가 나에게 베토벤 현악사중주 연주를 하나만 추천하라고 주문하면 단연 린지 사중주단의 이 압도적인 연주를 추천하겠다. ASV 레이블에서 출반됐다. 린지 사중주단의 연주가 항상 예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베토벤 현악 사중주 연주에 목숨을 건 것처럼 연주한다. 그들은 현악사중주의 이상-다양성으로부터의 통일성-을 견지한 몇 안되는 현악사중주단 중 하나이다. 이 사중주단의 각 구성원은 그들 특유의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러나 이 네 개의 목소리가 합쳐졌을 때, 이것은 각 부분들의 총합보다도 더욱 광대한 결과를 낳게 된다. 그들은 베토벤 현악사중주의 구조와 건축미에 대한 견고한 이해에 입각해 연주하며 그들의 연주 중 몇몇 부분은 실로 주술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그들의 Op.132 중 느린 악장을 들으면 당신은 정말로 병에서 나은 기분을 '느끼게' 되며 따라서 신에게 감사하고 싶어질 것이다. 음질은 꽤 괜찮다. 아마 베토벤 현악사중주 음반들 중 가장 좋은 음질일 것이다.

부시 사중주단(Busch Quartet)

이 사중주단의 제1바이올린 주자인 Adolf Busch는 아주 이상적인 실내악 음악가이다. 그의 프레이징은 매우 정확하며 지적인 분석력 역시 뛰어나다. 부시 사중주단은 1930년대에 EMI 레이블을 위해 Op. 18/1, Op. 59/3, Op. 95, Op. 127, Op. 131, Op. 132, and Op. 135 등을 녹음했는데 하나같이 명연이며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사중주단은 나치 독일의 치하에서 유럽을 탈출해야 할 명운에 처해졌으며(부시의 사위는 유태인 피아니스트 루돌프 제르킨이었다). 미국에서 그들은 CBS 레이블을 위해 Op.130을 녹음했는데 이 때쯤 해서 이 사중주단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녹음에 미치지 못한다 뿐이지 역시 대단한 녹음이라고 생각한다.

 

 

* 출처 - http://www.sunslif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