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진갑(進甲)을 맞으면서...

凡石 2009. 5. 8. 22:43

 

 오늘(5. 8))은 내 생일이다. 음력으로는 사월 열나흗날이니까, 매년 초파일로부터 엿새만 지나면 생일이 돌아온다. 작년에 환갑이 지났으니까 금년은 진갑(進甲)이 되는 해이다.  예전에는 60세 이상 살면 오래 산 것으로 여겨 진갑 잔치를 성대하게 열었으나, 오늘 날에는 이른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생겨 날 정도로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진갑의 의미도 그만큼 퇴색되었다고 본다. 

 

 그래도 아내와 자식들은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하여, 지난 일요일(5. 3)에는 식구들과 같이 과천에 있는 <어울더울>이라는 식당에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 식당은 몇 달 전에도 친구들과 같이 가 본 적이 있는데 휴일 날 저녁에는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면서 먹는 곳이다. 한우와 삽겹살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이날 식구들과 같이 맛있는 한우등심과 차돌배기를 숯 불에 구어, 소주 한 잔을 하고 나니, 새삼 가족의 고마움과 소중함이 느껴진다.

 

  

    

 

    

 

 

오늘(5. 8) 아침에는 아내가 끓여 준 미역국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니 후배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위원님 생신을 축하합니다!" 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아니 이 사람들이 도대체 내 생일을 어떻게 알고 인사를 하는거지?"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하였는데, 곁에 있던 김종수라는 친구가 귀뜸을 해 준다. 내가 출근하기 전에 자기가 미리 공포를 하였다고...   

 

 사연인 즉, 엊그제 이런 일이 있었다.  퇴근 무렵 그 친구에게 당구나 치고 가자고  청을 하였더니, 그 친구 대답이 "오늘이 자기 부인 생일이라서 일찍 가 봐야  된다" 고 하길래  "아! 내 생일은 내일 모래인데..." 라고 지나가는 말을 한마디 하였더니, 이 친구가 그 말을 기억하고 오늘 사무실 후배들에게 공표를 한것이다.

 

원래 그 친구의 머리는 기억력도 좋고 다방면으로 모르는 것이 없이 해박하다. 나는 그를 보고 "김박사" 또는 "독일제 머리" 라고 가끔 놀려댄다.  축하 인사를 받고 그냥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서, 오후 서 너시쯤 출출할 때 간식이나 제공할까 하여 꿀 떡 한말을 주문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는 후배 동료들을 위해 간식을 한번 쯤은 제공하여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마침 잘 되었다고 본다. 각 팀별로 나누어 먹다 보니, 늦게 온 사람들은 차지를 못하였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미한한 생각이 든다.

  

 

 

 오후 5시 쯤 공가파트 주말 회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 내 생일을 축하 하기 위해 후배 동료들이 케익을 준비하였다. 다 같이 생일축하 노래도 하고, 촟불 점화도 하고, 케익도 절단하는 등, 제대로 격식을 갖춘 파티를 받고 나니,  송구스러운 마음 그지 없고, 고맙기 짝이 없다.

  

 

 

 

   

 이날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차량이 정체되어 두 시간이나 걸렸다. 평소 같으면 약 40분이면 오는 길인데, 오늘은 어버이날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버스 안에서 시간이 무료하여 mp3를 꺼내 신나는 가요를 듣고 있노라니 흥이 절로 난다. 더구나 최근

구입한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니, 음질도 좋고 선이 없어서 듣기가 매우 편리하다.  

  

 

 

 집에 들어 오니 여덟시 삼십분이다. 아내와 자식들이 나를 반기면서 생일 축하케익을 준비하였으니, 빨리 옷 갈아 입고 나 오라고 재촉을 한다.   이 자리 역시, 식구들이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고, 촟불에 불을 붙이고 샴페인을 터트린다. 마침 오늘이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자식들이 카네이션 꽃을 준비하였다.

 

 아들은 제 엄마에게, 딸은 내게 꽃을 전해 주면서 "두 분 모두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세요." 라는 인사말까지 받고 나니 웬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오늘은 진갑도 뜻 있게  잘 치루고, 어버이로써 대우도 잘 받았으니 기분이 그야말로 짱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