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등산

청계산 등반(2007.9)

凡石 2009. 5. 12. 13:29

오늘(2007.9)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단 둘이 청계산을 다녀왔다.

원래는 서 너명이 가기로 하였으나 결혼식 참석 등으로 바뻐서 참석하지 못하였다.

어제 밤에는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잠이 오지 않아 혼이 났다.

아마도 내일 산행의 즐거움을  미리 생각하여 보니 마음이 설레였던것 같다.

아침 아홉시에 양재역 7번출구에서 친구와 만나 청계산 가는 마을버스를 타려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등산객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어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였으나 사람들은

저 마다 밝은 얼굴로 친구와 애인 그리고 애들과 같이 어울리며 재잘대는 모습이 활기가 있었다.

어떤 이는 애기를 목에 무등을 태우고 있는가 하면, 어떤 아가씨는 남자 친구의 팔에 매달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애교를 살살 부리는 것을 보니 보기가 좋았다. 앞으로 우리 며느리도 저렇게 애교가 많은 아가씨가 들어 왔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하여 본다.

 

산행코스는 청계산입구에서 시작하여 옥녀봉→매봉→만경대봉→석기봉→ 이수봉→국사봉→

원터까지 가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날씨는 햇빛이 구름에 가려 산행하기는 더 없이

좋은날이었으나, 차츰 구름이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눈앞에 펼쳐져 햇살이 따거웠다.

아마도 산행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될것으로 보고 천천히 가기로 하였는데,

한번 시작하면 천천히 가지 못하는 성질때문에 쉬지 않고 옥녀봉까지 단숨에 올라챘다.

 

옥녀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관악산과 과천 경마장모습인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경마 경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한산한 모습이다.

 

 

옥녀봉에서 맑은 하늘 아래 내다 보이는  매봉 정상의 모습은 아직 단풍이 들지않아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으나, 조금 더 있으면 온산에 융단을 깔아 놓은듯 울긋불긋한

모습이 장관을 이룰것이다.

 

 

옥녀봉에서 매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사각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약 1,000개가

훨씬 넘는것 같다. 각 계단마다 번호표가 붙어있고 기증자의 소망이 적힌 글귀와 기증자의

성명이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서초구민 또는 단체에서 계단(사각목) 하나 하나를 기증하여

만들어진 것같다.

쓸데없이 왜 계단을 만들어 놓았을까? 돈이 넘쳐나는것 아냐?  하면서 역시 부자 동내의

과시를 보는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 구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지자체에서 이만큼

신경을 쓰고 있구나를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였다.

이런생각 저런생각 하면서 한계단 한계단 묵묵히 올라 가는데 제법 힘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비록 힘은 들지만, 계단 하나 하나가 나의 건강을 다져 주는

건강 계단이라고 생각하면 한계단 한계단 오르는 재미도 솔깃 하다. 

매봉 정상에 다달어 중간에 돌문바위가 있다. 돌문을 세번 들락 날락해야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하여 많은 등산객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고자 돌고 있다.

나는 세번 도는 것이 좀 남세스러워 한번만 지나치고 말았는데 별다른 소원없이 형식적으로

돌고 나왔을 뿐이다.

어느새 매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 올라 산하를 내려다 보고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나니,

온 천하가 내것인양 마음이 든든하고 후련해 진다.

아직까지  체력은 그런대로 괞찬은것 같은데...  앞으로도 강인한 체력을 유지하려면 

더욱 심신을 갈고 닦어야 할텐데...  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하여 본다.

정상의 비문에는 매봉 높이가 높이가 582.5m라고 새겨져 있다. 구태여 소수점 이하까지

표기해 놓을 필요가 있을까?

 

 

다음 행선지는 최고봉 망경대 (618m)다. 매봉에서 망경대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산악인 변창수씨가 운영하는 막걸리 좌판이 보인다. 안주는 멸치, 마늘쫑, 양파, 고추

 (매운것, 덜 매운 것)를  미닫이 설합에 넣어 놓고 된장과 고추장 을 찍어 안주로 먹는다 .

나는 그중에서 마늘쫑을 묶은 된장에 찍어먹는 것이 가장 맛이 있었다.

된장  맛이 좋아 어디서 구했는냐고 물어 보니 어느 절에서 담은 된장이라고 하는데

구수하여 찌개를 끓여도 맛이 일품일것 같다.

전에 왔을 때는 좌판 뒤 철조망에 어느 시인이 변창수씨를 위해 써준 삼행시(詩)가  걸려

있었는데,  산과 인생 그리고 술을 노래하는 아주 감동적인 시 구절이 있었는데 오늘 안보여서

좀 아쉬웠다.

변창수라는 사람은 노총각이라고 한다. 나이는 제법 들어 보이나 산악인으로서의 소탈함과 

순수함이 몸에 배여 진정한 자연인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좌판 주변에는 꽃도 심어놓고 산새들과 대화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도 만들어 놓고,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청계산의 명물이요,터줏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와 같이 막걸리 한대접(2,000원)을 마시니 피로도 풀리고 기분이 아주 좋다. 

사진에 두건을 쓴이가 변창수씨이다.

 

  

막거리 한잔하고 나서,  혈읍재를 지나 오르막길을 가면 군 통신부대가 있는 망경대 (618m)

바위가 나온다. 멀리는 과천과 평촌이, 가까이는 경마장과 서울랜드가 시야에 들어온다.

망경대에서 석기봉까지 가는 내리막 길이 난코스인데 웬만큼 등산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붙잡을 수 있는 끈과 나뭇가지를 이용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아래 사진은 매봉에서 보는 망경대 정상이다.

 

 

석기봉(560m)을 지나면  헬기장과 공터가 나오고 이어서 이수봉 (545m)이 보인다 

중간에 막걸리 파는 곳이 있어 또 한잔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이수봉까지 한번에 올라갔다.

두번째 먹는 막걸리라 그런지 변창수네 것 보다 술과 안주 맛이 별로였다.

이수봉의 유래는 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여창(1450-1504)선생이 무오사화(1498)때

이 산에 은거하여 목숨 잃을 위기를 두번이나 모면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수봉에 다달으니 등산객들이 많아진것을 알 수있다. 성남 옛골이나 원터에서 쉽게 올라오는

봉우리다. 올라오는 길은 계단이 아니고 흙길로 다듬어져 애들도 쉽게 올라오기 때문에

많은이들이 올라오는것 같다.

사진은 이수봉의 비 앞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원터 버스종점까지 내려오고 나니 오늘 등산은 청계산을 종주 한것이다.

종주시간은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모처럼만에 땀한번 실컷 흘리고나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점심은 청국장과 보리밥을 먹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도중에 이수역에 내리고보니

역 구내의 가설 무대에서 마침 지역 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할아버지 할머지들을 위한

위안공연이 있길래, 한참 동안  재미있게 구경하였다. 밴드는 노래방 기기에다 아코디온,

색스폰, 기타, 전자올갠이 구색을 맞추고 있었으나 연주실력은 낮은 수준이다.

하기야 연주자 모두가 60대 이상이고, 노래 부르는 가칭 가수들도 40대 50대 아주머니들로

구성되었으니 이해가된다. 개중에는 중년 남자들도 있다. 어떤 할아버지 가수는 연세가 77세란다.

모두들 노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아마도 젊어서 가수를 지망했거나 동내 콩쿨대회에 나가

입상 정도는 했을 정도로 실력들이 대단하였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 이제 나도 별 수 없구나, 노인네 다 되어 가는구나... ”

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간다.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허전해 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집에 돌아와 보니 집사람이 저녁상으로  비지찌개와 삶은 양배추를 준비하여 놓았다.

지난주 영종도 조카집에서 따온 풋고추와 양배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니 힘이 절로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