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22) 10시 30분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지금 일식이 일어나고 있어요"하고 외친다. 나는 오늘이 부분일식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오늘 그 친구 아니었으면 그토록 기대했던 우주쇼의 장관을 못 보고 그냥 넘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볼 수있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부지런히 건물 옥상으로 뛰쳐 올라 갔다.
아불싸! 일식을 관찰하려면 해를 볼 수 있는 도구(검은 셀로판지, 필름, 플로피디스켓 속지, 검게 그을린 유리판 등)가 있어야 되는데 아무 것도 없으니 해를 볼 수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전에 아무 도구라도 미리 준비하였더라면 좋았을텐데 미쳐 생각을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맨 눈으로 해를 보니 도저히 눈이 부셔서 그냥은 볼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우선 검지 손가락을 구부려 아주 가늘게 구멍을 만들고 그 사이로 해를 보니까, 해가 달에 가려 한쪽이 잠식되어 가는 현상이 어렴풋이 보인다.
이어서 누군가가 컴퓨터 보안경을 들고 온다. 또 어떤이는 비닐 바코드 쪽지도 갖고 온다. 이런 도구를 이용하여 해를 보니 그런대로 해가 잠식 당하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좀 지나니까 해가 구름에 가리기 시작한다.
이 때는 아무 도구도 없이 맨 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제대로 관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가 있었다. 만약 이 순간에 구름이 없었더라면 장엄한 우주쇼를 제대로 보기는 커녕 사진촬영은 엄두도 못냈을텐데, 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분일식 현상을 지켜 보고 있노라니 그야말로 감격의 순간이 펼쳐진다. 해와 달의 공전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상은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를 직접 보고 있노라니 매우 신기하기만 하다. 더구나 태양이 약 80%가 가려 질 때는 대기 온도가 갑자기 4도 가량 떨어졌다고 하니, 대 자연의 마력(魔力)으로 생기는 불가사의한 술법 같아서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하고 은근히 무서워 지기도 한다.
오늘 일식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과 중국 그리고 중앙아시아 권에서 볼 수 있었으며, 중국과 일본 남단에서는 약 500년만에 보는 개기일식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늘같이 약 80%를 가리는 부분일식은 약 60년만에 보는 것이라고 한다. 하기야 오늘보다 규모가 작은 부분일식은 내가 아주 어렸을때 가끔씩 본 기억이 난다.
다음 일식은 내년 2010년 1월 15일에 관측될 전망이며 규모가 오늘만 못하다고 한다. 달에 의해 해가 완벽하게 가려지는 개기일식의 경우는 오는 2035년 9월 2일에 북한 땅에서 관측될 것으로 보이며, 테두리만 보이는 금환일식은 오는 2041년 10월 25일에 관측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단다.
구름에 가린 해를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컴퓨터 보안경으로 비치는 현상을 찍었는데, 마치 고급카메라로 다중노출로 촬영 한 것 같이 나왔다.
어떤이는 휴대폰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비닐 바코드로 해를 관찰하고 있다. 아주 작은 비닐 공간으로 비치는 해가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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