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09.9.17) 오후에는 오랜만에 만석공원에 나가 초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즐겁게 산보를 하였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엊그제만 해도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반팔소매에 짧은 바지차림었는데, 오늘 와 보니 긴소매 차림이 많다. 그저께는 밤과 낮이 같다는 추분이었다. 해 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름내 짙푸르기만 하던 초목들의 잎파랑이가 하루가 다르게 붉고 노랗게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아닌게 아니라 공원의 꽃과 나무도 제법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한다. 길가에 늘씬하게 자란 코스모스는 산들 산들거리며 나를 반기는 듯 방끗 웃어주고, 엊그제만 해도 그렇게 푸르던 은행나무, 벗나무 잎새도 이제 별 수 없이 노란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다. 물가에 무더기로 핀 갈대도 허리가 굽어 고개를 숙였다.
해 마다 찾아오는 가을이건만 유독 올 해 가을은 더 허전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 가면 갈 수록, 이런 기분은 더 할 수 밖에 없다고 보나, 살아 가면서 실망 보다는 희망을 노래하면서 의욕적으로 생활 한다면 이를 충분히 극복하리라고 본다. 오로지 이 풍성한 가을을 더욱 사랑하고 즐기면서, 인생의 멋과 낭만을 위하여 화이팅을 외쳐본다.
한참을 걷다보니 평소 안 보이던 것이 눈에 띤다. 경기도 시인협회에서 주최하는 '2009년 가을, 시와 사진전'이 이곳 만석공원 호반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규봉 사진작가의 그림에 각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가 어울어져, 그야말로 초 가을 호반 분위기를 더 해 주고 있어, 마음이 흐뭇해 진다.
시는 좋아 하나, 정작 쓸 줄을 몰라 항상 답답 해 하던 소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 십편의 작품을 감상하였는데, 잘 모르나 모두가 수준급 이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감명 깊게 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황문식 선생이 지은 '갱년기 아내'라는 시다. 내 아내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기를 넘긴 초로의 아낙네들의 아픔을 노래한 것 같아, 몇 번씩 되뇌며 읽어 본다.
갱년기 아내
-황문식-
결혼 전 아내의 손은
너무 예뻐 잡을 수가 없어 울었다
요즈음 아내의 손은
손 마디가 너무 굵고 거칠어서 운다.
육체적 변화가 당혹스러워서 그런지
변화의 은밀함을 감추는 아내
바쁜 출근시간 햇과일 차를 끓이는 모습이
가슴을 출렁이게 한다.
육체적 변화가 부끄러운지
수줍움을 타는 아내
저며 말린 과일 향기처럼
눈가 주름이 아름답다.
시집 간 딸 아이 전화 받은 날
아내가 방에 갇혀 운다
아내가 내 엄마를 닮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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