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4.29)은 백령도 앞 바다에서 순국한 천안함 장병들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다. 오전 10시가 되니 묵념 싸이렌 소리가 들려 온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들의 영혼을 위해 명복을 빌어 본다. 어쩌다 이런 비극이 일이 일어 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 진 것에 대해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점심을 일찍 먹고 시청 앞에 마련된 추모현장으로 달려 갔다. 장속곡이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많은 추모객들이 줄을 서서 헌화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젊은 여학생들도 보이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도 보인다. 그들 마음 속에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있는지 모르나 아마도 이것만은 똑 같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여 고귀한 인명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해 모두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안착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일 것이다.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꽃들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그냥 떨어져 버린 것을 생각하면 애통하기 짝이 없고, 그들을 그냥 저 세상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유족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면 비통한 마음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이번 일이 벌어 진 원인은 아직 소상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 상황에서 초계근무를 하다가 벌어진 불상사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한 민족이 어쩌다가 서로 이념을 달리하여 적대시하면서 총칼을 겨눠야만 하는지, 생각 해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도 중차대하다고 본다. 거국적으로 보면 저들이 오판하지 않도록 우선 국방력을 한층 더 강화 시키면서, 온 국민들이 안보의식만큼은 하나가 되어 다시는 저들이 호시탐탐하지 않도록 정신을 재 무장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올바른 국가관과 시민의식을 갖고 현실에 처해진 지역 감정이나 사회 양극화 현상을 보다 좀 완화 시키는데 앞장을 서야 할 것이며, 적게는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배려 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만 해도 사태의 원인을 놓고 좌와 우가 보는 시각이 분명히 달라, 서로 믿고 지내는 친한 동료 간에도 말을 함부로 할 수 가 없고, 눈치만 살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마치 인공난리 때와 같다고나 할까. 나는 직접 겪어보지 못하여 그 실상을 잘 모르고 있으나, 당시 겪었던 어른들의 말을 들어 보면 아주 심각하였다고 한다. 이념간의 대립은 동기간도 없고 이웃도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살벌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이러한 이념간의 대립 분위기는 결코 바람직하지가 않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소신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소통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사회적으로 비 생산적인 마이너스 요인이 크다고 본다.
당연히 진정한 민주국가를 이루려면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 집단들이 모여, 서로 자기의 소신을 마음껏 표출하고 토론하므로서 가장 이상적인 국가 경영방안을 모색해 나갈 때, 비로서 건전한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일방적 집단만 모여 일사천리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며 그것이 바로 독재국가로 가는 길인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더라도 그들의 의견을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간에 서로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배려도 중요하지만 우선 개인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사태를 직시하고 판단하는 논리적 자세와, 항상 넓은 아량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을 중요하게 받아 주는 훈훈한 사회가 하루 빨리 정착 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천안함을 비롯한 금양호와 핼기 사고로 인한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 본다.
시청광장에서 조문을 마치고 착잡한 마음을 달래 보려고 청계천을 구경하면서 을지로 3가까지 걸었다. 4월 봄날인데도 날씨는 춥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어린 꽃들이 피지도 못하고 땅 위에 시름없이 떨어진다. 피지도 못한 꽃들이기에 더 안타깝기만 하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이미 고인이 된 천안함 장병들이 불현듯 떠 오른다. 꽃다운 이팔청춘들이 사회에 나와 제 뜻 한번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검푸른 바다 속에서 그냥 죽어 가야 하는 그 고통을 생각 하니 아찔하면서도 몸서리가 쳐진다.
어느 누군가가 조문을 다녀 오면서 조문 현장에서 얻어 온 "근조(謹弔)" 리본을 이제 움이 트기 시작하는 어린 새 싹 옆에 붙여 놓은 것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아마도 이런 행위를 한 분은 마치 어린 새싹이 천안함 어린 장병들과 똑 같다고 보아, 너무 안스러운 마음에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나 본다. 매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보면서 셧더를 눌러 본다.
4월 봄 날 청계천의 꽃은 활짝 피었지만 향기도 없고 환하지도 않다. 4월의 봄 날씨는 100여년만에 처음이라는 기상이변으로 을씨년스럽고 춥기만 하다. 또한 이곳 저곳에서 예기치 못한 처참한 사태가 터져 여러모로 잔인하기만 하다. 머지않아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다같이 화이팅을 외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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