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4.17)은 사당동 김가네 식당에서 '전구회' 모임을 갖었다. 석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인데 오늘이 금년들어 처음이다. 또한 새 임원진이 구성되어 처음 갖는 모임인데 다른 때 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더구나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은 동 부인를 함으로서, 그 어느 때 보다도 자리가 더 화기애애 하고 빛이 난다. 아무래도 할배들만 있는 자리 보다는 한결 더 부드러우니까...
오랜만에 만나보니 다들 건강한 모습이 보기가 좋다. 비록 나이가 들어 머리카락은 빠지고, 얼굴에 주름살은 굵어져, 그다지 볼 품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이팔청춘으로서 젊은 오빠들이다. 만나자 마자 서로 안부도 잊은채, 소시적 그 시절로 돌아 가, 옛날 옛적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늘 만나면, 너니 내니 하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 가, 허심탄회 하게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린 애들과 다름이 없다.
이 들 중 나를 비롯하여 나머지 두 명만 빼고, 모두 손자손녀를 둔 할아버지들이다. 이 날도 제각기 자기 손주 자랑에 여념이 없다. 누군가가 휴대폰을 꺼내, 바탕화면에 있는 자기 손주 사진을 보여 주니까, 다른 할아버지들도 모두 휴대폰을 꺼내기 시작한다. 어떤 친구는 친 손주와, 외 손주 사진을 애니메이션 으로 편집하여, 번가라 가면서 보여 주는데 아주 근사하다. 요즈음은 그야말로 휴대폰을 통해 손주 자랑하는 것이 대 유행이 되었다.
이날 참석한 할아버지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개가 자기 자식을 키울 때 보다도, 손주들 커가는 모습이 더 귀엽고 흐뭇하다고 한다. 늙어 가면서 자기가 뿌린 자손들이 귀엽게 재롱을 떨면서,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노라면, 그 어느 누구도 대견스럽게 느껴 질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귀여운 손주 사진을 휴대폰에 넣고 다니면서 남에게 자랑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보면서,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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