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6월을 맞이 하여 우리 협회 옥상 정원에는 푸르름이 한창이다. 온 갖 채소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고, 정열의 꽃 빨간 장미와 때 아닌 코스모스도 활짝 피었다. 오늘 오후 세 시쯤 사무실에서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나와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졸리지 않느냐고 하면서 옥상에 올라 가, 바람이나 쐬면서 앵두도 따 먹고 꽃 구경이나 하자고 한다.
아니 무슨 앵두가 옥상에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동료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야말로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맨 먼저 반기는 것이 계절을 잊은 코스모스 서 너송이가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가을에 피어야 할 코스모스가 왜 지금 피었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돌연변이 같아 안스럽기도 하지만, 봄 철에 코스모스를 본다는 것이 한편 반갑기도 하다.
앵두나무에는 콩 알만한 앵두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큰 것은 누가 다 따 먹었는지 아직 덜 익은 앵두가 오후 한나절 볕에 무르 익어간다. 맞은편 코너 포도나무에는 애기 손 같이 여린 포도 열매가 송이송이 열려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른 봄에는 노란 개나리가 주변을 환하게 수놓더니 지금은 잎만 무성하다. 화단 한 구석에는 어린 매실나무와 살구나무가 앙증맞게 자라고 있다.
옥상 정원에는 토마토, 고추, 호박, 오이, 가지, 치커리, 청상추, 적상추, 들깨, 도라지, 더덕, 아욱, 씀바귀 등이 자란다. 대한민국의 채소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채소 천국이다.
꽃도 한창이다. 붉은 장미는 한 철이 지나서 그런지 잎이 시들어 볼 품은 없으나 아직 향기만은 은은하다. 때 아닌 코스모스도 피었고 제 철을 맞은 나리꽃과 봉숭아꽃도 만개하였다. 머지않아 옥잠화와 과꽃, 접시꽃, 분꽃이 피면 또 다른 장관이 펼쳐 질 것이다.
이렇게 정원을 가꾸어 온 장본인은 바로 우리 협회의 최고 미남이자 산악대장인 양과장님이다. 원래 심성이 착하고 부지런한 분으로 소문이 난 분이다.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일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에서 가시라도 돋는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청계천을 따라 황학동까지 산보를 한다. 걷는 속도도 무척 빠르다. 웬만한 사람은 따라 가지 못 할 정도로 빨라서 동료들은 그를 보고 가슴에 벤츠 엔진을 달고 다닌다고 놀려 댄다.
그렇다. 비록 하찮은 초목이라도 돌 보아 주면 주는만큼 잘 자라는 법이다. 매일 물도 주고, 풀도 뽑아 주고, 양분도 주고, 마치 자기 자식처럼 정성을 다 해 돌 봐 줌으로서 이만큼 잘 자란 것이다.
아무튼 복잡한 도심지 한 복판에서, 철따라 변하는 식물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즐길수 있는 휴식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큰 자산이라고 본다. 일을 하다가 잠시 옥상에 올라 와, 커피 한잔 하면서 곱게 핀 예쁜 꽃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정신이 맑아 지고 생동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으로서 개인의 정서 함양은 물론 훈훈한 직장분위기 조성에 크게 이바지 되리라 본다. 이런 훌륭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양과장님의 노고에 대해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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