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My Birthday~~

凡石 2010. 5. 28. 19:29

 

 엊그제는 딸내미가 " 아빠~ 내일 모레 저녁에 시간이 있어요?" 라고 묻길래 "왜?"하고 되 물었더니, 그냥 오래간만에 식구들과 같이 저녁식사나 하자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날이 내 생일날인 것이다.  어짜피 생일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식구들과 회식 한번해야 되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쾌히 승낙을 하였다.

 

 바로 그 날이 오늘이다. 어디 가서 먹느냐고 물었더니 신라호텔 뷔페식당에 이미 예약을 하였다고 한다. 집 근처에도 먹을 만한 집이 많은데 왜 그런 곳에 가는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딸내미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아버지~ 지금까지 키워 주고 가르쳐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그 보다도 더 좋은 곳으로 모셔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중에 시집가면 그렇게 할께요."라고 애교를 떨어댄다.

 

 실은 이 놈이 요즈음 취업관계로 이곳 저곳 다니면서 면접을 보러 다니더니, 마침내 어느 중견 제약업체에 경력직 사원으로 취업이 되어 연구소에서 '대리'로 근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턱을 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고 보면서 매우 기쁘기 한량이 없다. 그렇게 열심히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더니 급기야는 좋은 결실을 얻었구나 생각하니 딸내미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저녁 6시 40분쯤 애마를 몰고 반포대교를 건너 남산 제2 터널을 지나니 바로 신라호텔이 보인다. 로비에 들어서니 아들 놈이 먼저 와서 우리를 반긴다. 창가로 내다 보이는 남산자락의 소나무와 호텔 경내의 조경 나무들이 신록으로 물들어 내 마음을 한껏 푸르게 한다. 맛있는 요리를 이것 저것 먹으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남산에 어둠이 깔린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N타워 조명이 내 생일를 축하라도 하는 듯 오색의 광채가 영롱하기만 하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차 안의 라디오를 켜니 평소 좋아 하는 흘러간 노래 몇 곡이 내 귓전을 울린다. 손시향의 "이별에 종착역" 최희준의 '하숙생'이다. 흥에겨워 따라 불러 보지만 아내와 애들 앞에서 주책 떠는 것 같아 쑥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 그 실력이 나오질 않는다. 

 

 오늘같은 날에는 애들이 결혼이라도 해서 며느리와 사위가 한 자리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잠시 생각에 잠겨 보지만  결혼은 인륜지대사로서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성장한 자식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기의 배필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기다리다 보면 머지않아 좋은 배필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오늘 내 생일을 위해 축하를 아끼지 않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