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8.8 일요일)은 삼복 중 마지막 더위라는 '말복'이다. 오전 내내 집에서 에어콘을 틀고 컴퓨터와 씨름을 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여 오후 세 시쯤 아들 보고 등산이나 하자고 물었더니 흔쾌히 받아드린다. 요즘은 해가 길어서 이 정도의 늦은 시간에도 집에서 가까운 관악산 정도는 충분히 다녀 올 수있다. 어느 코스로 가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과천역에서 내려 관악산 계곡을 타자고 한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과천역에 내리니, 파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흰 구름은 우리 보고 손 짓하고, 길가에 핀 무궁화 꽃은 방끗 웃으며 인사를 한다. 연일 폭염으로 달구어진 대지는 아침에 내린 소나기로 한 풀 꺽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람 한 점 없이 무덥기만 하다. 역시 말복 더위는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등산로 입구에 다달으니 계곡에는 많은 인파들이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어른 애 할 것 없이 뒤범벅이 되어 물놀이도 하고, 나무 밑 그늘에서는 가족끼리 나와 복땜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하고, 또 다른 패들은 볼상사납게도 화투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올라 가는 사람보다, 내려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 오르는데 약간 지장은 되었으나, 그래도 열심히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힘차게 내 딛다 보니,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한다. 모자와 셔츠가 흠뻑 젖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놀랄 정도이니, 좀 챙피하기도 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몸 속에 노폐물이 빠져 신진대사가 원활 해 지는 효과도 있지만, 너무 과도하게 빼면 체내에 진액이 빠져 면역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아예 안 하는 것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는데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나는 등산을 하게 되면 아무리 어려워도 가급적 쉬지 않고 끝까지 올라 간다. 혹여 쉬더라도 앉지 않고 서서 쉬는 성미라서 어떻게 보면 미련하기 그지없다.
중턱 쯤 올라 가다 보니 멋진 계류가 있길래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아 보았다. 계류에서 내뿜는 시원한 물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시원 해 진다. 우리는 정상에 올라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나서 사당역 방향으로 내려오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간다.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에어콘을 시원하게 틀어 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샤워를 하고 나서 식구들과 같이 복땜이나 할까 하여 청계산 밑 자락에 위치한 백운호수 쪽으로 차를 몰았다. 오리와 닭 백숙으로 이름이 난 '청운 누룽지 백숙' 집에 와 보니, 들어갈 수 가 없을 정도록 손님이 밀렸다. 간신히 차를 대고 약 30여분 기다리니 드디어 우리 이름을 부른다.
뼈까지 푹 삶은 닭 백숙을 안주로 하여 우리 쌀로 빚은 막걸리 한 잔을 하고 나니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우리네 풍속을 보면 복날에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산간 계곡을 찾아 시원한 바람도 쐬고, 보신탕이나 삼계탕으로 몸을 보신 하는 것이라는데, 오늘 말복을 맞이하여 이 두 가지를 모두 해 냈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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