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10.12.23)는 죽마고우 송년모임을 친구가 경영하는 던킨도너츠 송파점에서 갖었다. 매년 송념모임은 부부동반으로 호텔 식당이나 뷔페식당에서 좀 거창하게 하였는데 금년에는 남자들끼리만 조촐하게 하였다. 이은영 회장 말에 의하면 우리 나이의 부부동반 모임은 북적거리는 연말보다, 정초에 조용하게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여, 다들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 해를 그냥 넘기는 것은 좀 아쉬우니, 우리끼리라도 간단히 소주 한잔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누군가가 제의를 하여 이 날 만나게 된 것이다. 장소는 마침 한지섭회원이 약 한 달 전에, 송파구 석촌역 주변의 송파여성문화회관 바로 앞에 던킨도너츠 송파점을 개업하게 되어 축하도 하고 구경도 할 겸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저녁 7시 석촌역 3번출구에서 만나 밖으로 나와 보니,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것 같다. 근년에 보기 드문 강추위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목도리와 털 모자를 뒤집어 쓰고 송파 여성문화회관 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어 가니, DUNKIN' DONUTS'라고 쓴 영문 간판이 눈에 띈다. 새롭게 치장을 해서 그런지 그 일대에서는 가장 환하게 빛이 난다. 안으로 들어 가니 주인 내외분이 가게 분위기 만큼이나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어서 형형색색의 도너츠와 따끈따끈한 커피 한 잔을 대접 하길래 시음을 해 보니 입안에서 살살 녹아 감칠맛이 난다. 아마도 도너츠 특유의 부드러운 맛과 커피의 구수한 향이 조화를 이루어 환상의 맛을 내는 것 같다. 누구나 이 맛에 길들여 지면 자연스레 던킨도너츠의 마니아가 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맛이 특유하다. 종류도 다양하고 맛이 제각각 달라 자기의 입 맛에 맞추어 가끔씩 즐길만한 기호식품이 아닌가 싶다.
밝고 훈훈한 가게 분위기에 취하고, 마음씨 착한 주인 아주머니의 인자함에 취하고, 따끈하고 부드런운 커피 향에 취하다 보니, 꽁꽁 얼었던 몸이 봄 눈 녹듯이 어느새 확 풀린다. 아무튼 큰 마음 먹고 차린 가게니만큼 열심히 하여 대박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 일행들은 저녁식사 장소인 방이역 부근의 어는 횟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식당은 생선회와 조개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꽉 들어 찼다. 아마도 뭔가를 잘 하는 모양인데 은근히 기대가 된다. 2층 방으로 안내를 하길래 자리를 잡고나니, 방어회를 포함한 갖가지 모듬회가 한 상 그득하게 나온다. 생선회를 먹고 나니 이번에는 키조개를 비롯한 갖가지 조개들을 큰 냄비에 쪄서 푸짐하게 나온다. 그야말로 조개들의 향연이다. 뽀얀 국물을 한 수저 떠 먹어 보니 진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이 자리에서 이은영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더욱 재미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면서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지난 해 송년 모임에서 회장 자리를 인계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나갔다. 그야말로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어찌보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있는 생활을 바쁘게 하였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아무튼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역시 세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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