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처남들과 같이 전주 예식장에 다녀 오면서.

凡石 2010. 12. 27. 21:45

 

 어제('10.12.26)는 처 4촌의 자제 결혼식이 있어 처남들과 같이 전주에 다녀왔다. 예식이 오후 한 시니까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네째 처남 집에서 만나, 아침 식사를 하고 다 같이 떠나기로 하여 하여, 처남 집이 있는 잠원동으로 애마를 몰았다.

 

 처남댁이 끓여 주는 떡국 맛은 정말 일품이다. 사골을 진하게 고아서 만든 국물 맛은 구수하기 짝이 없고, 졸깃졸깃한 떡 한 첨 위에, 농 익은 알타리 김치 한 닢을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기막히게 맛이 있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배가 부르다.

 

 일기 예보 상 호남 지방에 눈이 많이 내린다기에 좀 일찍 떠나기로 하여 8시 40분 쯤 집을 나섰는데, 논산을 지나 호남 땅에 접어 들었는데도 눈은 커녕  날씨만 쾌청하다. 예식장에 도착하니 11시 40분이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어 왔는데도 3시간 밖에 안 걸린 것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무엇을 할까 궁리하고 있던차에 누군가가 말하기를, 예식장에 일찍 들어가 점심을 먼저 먹자고 하길래, 그것이 좋겠다고 하여 모두 식당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예식장 로비로 내려오니 혼주와 일가 친척들이 많이 와 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무척 반갑기만 하다.  처 4촌 및  6촌 형제들과 처 고종 사촌들을 만나서 서로 안부를 전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실 내 친족들은 별로 없어도 처가 쪽으로는 형제 자매들이 꽤 많은 편이다. 농사 짓는 분도 있고, 장사 하는 분도 있고, 현역 장군도 있고, 학교 교장도 있고, 은행장도 있어 그야말로 직업이 다양하다.

 

 서울에서 내려 간 우리 일행이 모두 7명이라서 차 두대를 갖고 갔다. 내 차에는 우리 식구 두명과 네째 처남의 막내 딸인 '본아'가 같이 탔는데, 이 놈이 제 고모와 같이 뒷 자리에 앉아 어찌나 재잘거리던지, 오 가면서 전혀 심심하지가 않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데 학교 공부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 잘 친다고 제 자랑을 한껏 늘어 놓는다. 요즘 애들은 다방면으로 조기 교육을 잘 시켜서 그런지, 어른 뺨 칠 정도로 똑똑하다.   

 

 논산 쯤 올라 오니 함박 눈이 펑펑 내린다. '본아'가 신이 났다.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은 처음 본다면서, 차창가로 내다 보이는 광경을 휴대폰으로 사진을 마구 찍어댄다. 정안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 처남들과 따끈한 커피 한 잔을 하고, 밖에 나가 보니 흰 눈이 소록소록 내린면서 온 천지를 하얗게 수 놓는다. 나도 휴대폰을 꺼내 '본아'를 모델로 하여 사진 몇 장을 찍어 본다.

 

 흰 눈이 차분히 내리는 경관을 보니 내 마음도 어딘가가 차분해 지면서 깨끗해 지는 기분이다. 눈 내리는 경관을 보고 좋아 하는 모습은, 육십이 훨씬 넘은 나나, 이제 겨우 아홉살 밖에 않된 '본아'나 똑 같다는 생각을 하니, 좀 쑥스럽기도 하고 어느면에서는 천진난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다면, 설령 백살이 되어도 그런 마음 변치 않기를 은근히 기대 해 본다.

 

 논산에서 천안까지는 눈길을 조심하여 올라 오느라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천안에서부터 서울까지는 눈은 오지 않는데,차량이 많아서 그런지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한다. 아들이 스마트폰의 GPS로 도로 정체 현황을 보니, 1번 국도가 그래도 덜 하다고 하여 천안 톨케이트를 빠져 나와, 평택 수원을 거쳐 남태령을 넘어 집에 도착하니 7시 반이다. 물론 수원에서 맛있는 전복 삼계탕을 먹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4시간은 걸린 셈이다.

 

 오늘 하루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라고 본다. 오랜만에 처가집 동기간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었고, 식구들과 나드리 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갖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일 모레면 아들 놈이 뉴욕으로 업무 차 장기 연수를 떠나기 때문에, 그 놈과 같이 석별의 시간을 갖었다는 자체가 가슴이 뿌듯하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모쪼록 집을 떠나 이역만리 머나 먼 땅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무사히 다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