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10.1.27) 저녁에는 을지로 2가 수라칼국수집에서 306호 멤버들이 모여 단합대회를 갖었다. 단합대회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막걸리 한 잔하면서 저녁을 먹는 정도다.
사실 한 사무실에 있으면서 저녁에 모여 술 한 잔 하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각자 생활 방식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일과 후, 시간을 내기가 좀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학원으로 공부하러 가고, 또 어떤 사람은 손자 손녀를 돌 보러 일찍 집에 가야 되고, 그런가 하면 아예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건강 상 술을 가까히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구구 각색이다.
이 날 모임은 우리 방의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정위원이 자리를 마련하였다. 다사다난 했던 경인년을 뒤로 하고, 신묘년 새해를 맞는 싯점에서, 우리 다같이 망년회 겸 신년 단합대회를 갖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다른 위원들에게 의사를 타진하니, 뜻이 가상스러워서 그런지 누구 하나 거절을 못하고 동의를 한다.
장소는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러 다니는 수라칼국수집으로 하자는 것이다. 하필이면 왜 그 집이냐고 하니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요즘 제철을 맞은 벌교 참꼬막이 그 집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꼬막을 안주로 하여 막걸리 한 잔을 마시자는 것이고, 둘째는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다른 집에 비해 아주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값이면 아는 집에서 팔아 주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 아니냐고 너스레를 떤다.
참꼬막이 제 철 음식이라고 하니 불현듯 새조개가 떠오른다. 이왕 맛을 보는 김에 새조개까지 맛을 보면 어떻겠냐고 하였더니, 부지런한 정위원께서 일부러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새조개와 더불어 키조개, 가리비, 모시조개를 조금씩 사왔다.
참꼬막은 예로부터 알이 꽉 찬 벌교 꼬막을 알아 준다고 한다. 맛이 졸깃졸깃 하고 짭짤하여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이름이 나 있었다니, 가히 그 맛을 짐작할만 하다. 이 집의 참꼬막 역시 알맹이가 탱글탱글하게 여물어서 그런지 씹히는 맛이 졸깃졸깃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참꼬막과 새조개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는 건강식품이라기에 욕심을 내어 실컷 먹었다.
맛있는 안주와 서비스에 취해 막걸리 몇 잔을 걸쳤더니 모두들 흥이 나서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 "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새들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 " 어떤이는 젓가락 장단으로, 어떤이는 어깨 춤으로 분위기를 한껏 돋군다. 이 정도에 이르니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노래가 이어진다.
평소 그렇게 젊잖하던 모모 위원도 그 분위기에서는 맥없이 무너진다. 웃고 노래하면서 그 집이 떠나 갈 정도로 박장대소를 한다. 한편 다른 손님에게는 미안한 마음 그지 없으나 주인과 손님들에게는 충분히 양해를 구하였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누가 말릴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허물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원 없이 떠들어 대니 속이 다 후련 하다. 그야말로 십년 넘은 묵은 체증이 쑥 내려 가는 기분이다.
그렇다. 우리 같은 나이에는 일도 좋지만 가끔 놀 때는 확실히 노는 것도 기분 전환 측면에서 바람직 하다고 본다. 항시 있는 기분 그대로 표현 하면서, 매사를 적극적이고 너그럽게 생각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 매우 좋다. 한 말로 말 해 너무 젊잖만 떨지 말고 약간의 주책도 용인하면서 그저 속 없이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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