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설 연휴 가족과 같이 나들이 하면서.

凡石 2011. 2. 9. 22:13

 

 지난 설 연휴기간('11.2.4~2.5)에는 식구들과 같이 전주 한옥마을을 거쳐 무주 리조트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사랑스런 딸 소연이가 여행 일정과 숙박 장소를 미리 정하였다. 이번 연휴 기간에는 아내 생일(2월5일)과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2월3일)이 포함되어 있어 특별히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금년에는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묘하게도 가까히 겹쳐 있어, 한꺼번에 기념식(?)을 갖을 수 있어 마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해서 좋다.

 

 

그렇지 않아도 금년 설은 예년과 달리, 연휴기간이 무려 닷새나 되어, 집에서 가만히 있기는 시간이 무료할 것으로 생각되어, 가까이 있는 온천이나 다녀 오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딸이 이것 저것을 고려하여, 이런 훌륭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뜻이 너무 가상스럽기만 하다. 

 

 

 설날 다음 날,  일찍 애마를 몰고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전주 톨게이트에 접어드니 오전 11시 20분이다.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시내 초입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 들려,  바람도 쐬고 갖가지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스트레칭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식사는 전주에서 비빕밥으로 유명하다는 한국관에 들려 비빔밥 한 그릇을 먹었다.  전주 비빕밥으로 4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이 집은 놋쇠 비빔밥과 돌솥 비빔밥, 육회 비빔밥을 주 메뉴로 하고 있다. 콩나물과 각종 나물을 섞어서 만들어 낸 비빔밥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여 먹을 만 하였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는 인상을 갖게 되어 뒷 맛이 개운하지는 않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이벤트인 전주 한옥마을로 애마를 몰았다.  황금 연휴라 그런지 수 많은 인파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숙소인 전주 한옥생활체험관에 여장을 풀고 한옥마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였다. 

 

 

 전주한옥마을은 약 700여 채의 전통 한옥으로 이루어졌으며, 일제시대에 일본 상인들이 강제로 성곽을 허물고 이 성 안으로 들어오자,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여 자연스럽게 뭉치면서 만들어진 곳으로서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볼 만한 곳으로는 판소리 · 춤 · 타악 등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와, 막걸리의 제조 과정과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전주전통 술 박물관이 있으며, 한옥에서 숙박을 하면서 온돌과 대청 마루 등 한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는 전주공예품전시관 및 명품관 따위가 있다.

 또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연회를 열었던 오목대와 이목대, 한국 천주교 순교 1번지인 전주 전동성당, 전주향교 따위의 문화유적도 있다. 

 

 

 

 

 

 

 

 

 

 

 

 

 

 

 

 

 

 

 

 

 

 

 

  

 

 

 

 

 

 

 

 

 

 

 

 

 

 

 

 

 

 

 

 

 

 

 

 

 

 

 

 

 

 

 

 

 

 

 

 

 

 

 

 

 

 

 

 

 

 

 

 

 

 

 

 

 

 

 

 

 

 

 

 

 

 

 

 

 

 

 

 

 

 

 

 

 

 

 

 

 

 

 

 

 

 

 

 

 

 

 

 

 

 

 

 

 

 

 

 

 

 

 

 

 

 

 

 

 

 

 

 

 

 

 

 

 

 

 

 

 

 

 

 

 

 

 

 

 

 

 

 

 

 

 

 낮에 한옥마을을 둘러 보고 저녁에는 이 고장의 음식문화를 체험하고자 전주 막걸리로 유명한 서신동의 옛촌막걸리 전문점을 찾아 갔다. 택시기사에게 그 곳으로 가자고 하니까 알아서 데려다 줄 정도로 널리 알려 진 집인가 보다. 옛촌이라는 간판이 보여 들어가 보았더니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밖으로 나와 건너 편을 보니 그 곳에도 옛촌 간판이 보인다. 그 곳으로 가 보았더니 역시 줄을 서서 기다린다. 잠시 기다리다 보니 자리가 나서 식탁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니, 온 벽에 낙서가 즐비하고 손님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가 마치 시골 장터에 온 것처럼 시끌벅적하다.

 

 

 탁주 또는 청주 한 주전자를 만 오천원을 주고 시키면,  따라 나오는 안주가 삼계탕, 김치찜, 족발이 나오고, 또 한 주전자를 시키면 파전, 후라이, 생선구이 나오고, 또 한 주전자를 시키면 석굴과 대하구이가 나온다.

 

 

 첫 주전자로 맑은 술, 청주를 마셔 보았는데 맛이 부드럽고 순하여 마시기가 좋다. 두 번째는 탁주 맛을 시음 해 보기 위해 탁주 한 주전자를 시겼다. 역시 맛이 부드럽고 좋다. 자고로 술 맛은 물이 좋아야 제 맛이 난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전주 지방의 물은 좋은 모양이다. 

 

 

 흔히 말하기를 전주에서 막걸리를 마셔 본 사람들은 네 번이나 취한다고 한다. 첫번째는 막걸리 마시는 기분에 취하고, 두번째는 그득한 안주에 취하고, 세번째는 맛에 취하고, 네번째는 값에 취한다. 그러나 나는 이 날 다섯 번이나 취하였다. 기본 네 번에다 또 한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마시는 흐뭇한 기분이다.

 

 

 가족과 마주 앉아 즐겁게 대화하면서 분위기에 취하다 보니, 여느 자리 보다도 더 정겹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단지 듬직한 아들 환영이가  미국 출장으로 그 자리에 없어서 좀 서운하기는 하였으나, 아내와 딸 앞에서 오랜만에 마음의 문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었다는 자체가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본다.  

 

 

 

 

 

 

 

 

 

 

 

 

 

 

 

 

 

 

 

  

 

 

 

 

 

 

 

 한옥 생활 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니 여행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뜨끈뜨끈하게 달구어 놓은 구들 방에서 몸을 지져서 그런지 온 몸이 개운하다. 전 날 마신 막걸리로 속이 좀 거북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 아침 여덟시가 되니 아침식사를 하라고 밖에서 누군가가 외친다. 식당에 들어서니 이미 예약한 인원 수대로 식사가 준비되었다.

 

 

 쌀밥과 떡 만두국을 주 메뉴로 제공하고, 김치찌개, 김치, 생선, 전, 그리고 대 여섯 가지의 나물들을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내 놓는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놋그릇으로 밥과 반찬을 담아 주던 생각이 나 잠시 그 시절의 향수를 느껴 본다.

 

 반찬 맛은 간이 적당하고 담백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야말로 전주 음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침식사를 하고 생활체험관을 나와 다음 일정인 무주 리조트로 애마를 몰았다. 가는 도중 딸에게 마이산을 구경 시켜 주려고 잠시 들렸으나,안개가 자욱하여 봉우리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리조트로 향하였다. 리조트에 다달으니 스키철이라서 그런지 알록달록한 옷으로 장식한 수많은 스키어들이 몰려 설원을 아름답게 수 놓았다.

 

 

 콘도라를 타고 덕유산 종착 지점에 다달으니 청춘남여의 등산객과 스키어들이 뒤 섞여 장관을 이룬다. 그 곳에서 약 30분간 올라 가니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다다른다. 거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내 마음이 확 트인다. 이왕 왔으니 새해 벽두에 천지신명께 가족의 건강과 소망을 빌어 본다.

 

 

금년에는 아내와 자식들 모두가 건강하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고, 자식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두 손 모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