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1.8 토요일)은 정읍에 있는 어느 전기 학원으로 평가 업무차 출장을 가는 날이다. 아침 8시 반 쯤 학원에 도착 하려면 용산에서 05시 20분에 출발하는 KTX를 타야 한다. 오늘도 아내가 맞추어 놓은 괘종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04시가 아니고 05시인 것이다. 한 시간을 늦게 맞추어 놓은 것이다. 어쩐지 종전 같으면 시간이 너무 일러, 일어 나기가 아주 힘들었데 오늘은 좀 가뿐하다. 본의 아니게 한 시간을 더 잤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약 20분 밖에 안 남았다. 집이 사당동이니까 한강만 넘으면, 잘 하면 갈 수 있다고 보아, 곤히 자고 있는 딸내미를 깨워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를 밖으로 얼른 끌고 나오라고 하고, 나는 그동안 준비물과 옷을 챙긴다. 서둘러 밖에 나가 보니 차가 안 보인다. 지하 주차장으로 뛰어 내려 가 보니, 아뿔싸, 우리 차 앞에 다른 차들이 즐비 하여 쉽게 빠져 나올 수가 없다. 아내와 내가 그 차들을 이리 밀고 저리 밀어 겨우 빠져 나온다.
그 시간이 05시 08분이다. 그러니까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약 12분 밖에 안 남았다. 다행히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차들이 별로 없다. 큰 대로를 마치 자동차 경주라도 하듯 시속 100키로를 훨씬 넘겨 질주를 한다. 물론 교통 신호는 무시 할 수 밖에 없다. 부지런히 동작대교를 거쳐 용산역에 다달으니 05시 18분이다. 집에서 역까지 불과 10분 밖에 안 걸린 것이다. 그야말로 무법자의 광란이라고나 할까, 나 자신도 도저히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차를 딸내미에게 인계 하고 용산역 계단을 단숨에 올라 차, 대합실에 다달으니 05시 20분 정각이다. 여기서 그만 포기할까 하다가, 앞을 보니 개찰구 쪽에서 안내원이 나를 보고 손 짓을 한다. 20분 차를 타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숨이 차서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떡였더니 어디론가 워키토기로 무전을 친다. 아마도 열차 승무원에게 타실 손님이 있으니 잠간 기다리라는 신호인 것 같다. 나보고 빨리 몇 번 승강장으로 내려가라고 재촉을 한다.
불이 나게 계단을 뛰어 내려가니 거대한 KTX가 문이 굳게 닫친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승무원이 뭐라고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잘 안들린다. 잠시 문이 열려 올라 타니 그 시각이 05시 22분이다. 그러니까 나 때문에 2분을 늦게 출발하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당장 숨이 막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승강구 통로에 쪼그리고 앉아 가쁜 숨을 몇 차례 내 쉬어 본다. 한참을 진정하고 나니 살 것만 같아, 내 자리로 가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난다.
여기서 오늘 벌어진 해프닝에 대해 몇가지 반성을 해 본다. 첫째 내 일은 내가 챙긴다는 것이다. 매번 출장 때마다 아내가 깨워서 역전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는 습관이, 오늘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아, 앞으로는 절대 아내에게 미루지 말고 내가 직접 시계를 맞추고 일어나,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무리하면서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 아무런 사고가 없었기 망정이지 자칫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 서두르거나, 무리하거나, 만용을 부리면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만약 그 차를 못 타면 다음 차를 이용하면 되는데, 왜 굳이 그 차를 타려고 서둘렀는지 지금 생각 해 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물론 다음 차는 약 한시간 10분 늦게 출발하는 차라서 일행들과 같이 못 간다는 것이 흠이지, 업무를 보는데는 시간적으로 크게 지장이 없었는데 말이다.
세째는 '불가능이란 없다' 라는 나플레옹의 말대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다. 오늘도 집에서 부터 차를 몰고 가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 가까스로 탈 수도 있다는 한 줌의 희망 때문에, 질주하고 숨 가쁘게 뛴 것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 같이 위험을 안고 시도 하는 것은 최선을 다 한 것이 아니라 만용을 부린것이다. 평상시 사소한 일에도 늘 공을 드리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오늘 일을 되 돌아 보면 잘못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최선을 다 한다는 교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앞 뒤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서둘렀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미리 준비하고 차분하게 대처 하는 습성을 길러, 절대 이런 일이 재발 되지 않도록 명심 하는 바이다.
아침 일찍 정읍역에 내려 학원으로 가는 도중, 길 저편에 동이 훤하게 트기 시작한다.
학원 주변의 설경이 아름다워 휴대폰 카메라로 한 컷을 찍었다.
일을 마치고 용산역에 도착하니 어둠이 깔려 주변 트리 조명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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