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 집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의 대목 풍경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역시 우리나라 최대 명절의 대목이라 그런지 평소 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장의 물건도 평소 양 보다 서 너 배는 더 많고, 떡, 과일, 채소, 나물, 전, 생선, 고기, 등 가지 수도 이루말할 수 없이 많다.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나 할까.
특히 채소와 전을 파는 집 앞에는 줄을 선다. 예전 같으면 부치개나 전은 집에서 직접 부쳐서 차례 상에 올리는데, 요즘은 시장에서 사다가 쓰고, 가래떡도 집에서 쌀을 불려서 떡 방앗간에 가서 직접 빼 왔는데, 지금은 시장에서 조금씩 사다가 먹는 집들이 많다. 그야말로 명절 음식이나 풍습이 옛날과는 사뭇 다르고 간소화 되었다.
명절은 크게 보면 설,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명절은 설이다. 설은 새해의 첫날로서 윗 어른에게 세배하고 돌아 가신 조상님 묘소에 성묘를 하는 날이다. 따라서 설 명절에 준비하는 음식과 제수는 가급적 정갈하게 장만하고, 마음 가짐도 경건하게 갖는 것이, 우리네의 전통이자 풍습이건만 요즘은 세태가 변하여 그렇지가 않다. 또한 명절이면 각 동네마다 쥐불놀이나 윷놀이 제기차기 등의 전통문화 놀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만큼 조상에 대한 숭모 정신이나 옛 것을 중요 시하는 문화와 풍토는 점점 희박 해 지고, 개인의 이기와 편의만 점점 팽배되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좀 안타깝기는 하나,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옛날부터 내려 오는 미풍 양속을 요즘같이 메마른 현대사회에 접목시킨다면 윤활유가 될 것이 틀림없다.
평소 카메라로 가게 풍경을 찍으면 주인이 왜 찍느냐고 시비를 걸거나 물어 보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바빠서 그런지, 아니면 즐거운 명절 분위기로 마음이 넉넉해져 그런지, 누구 하나 물어 보는 사람이 없다. 누군가가 간혹 물어 보면 '물건이 예쁘고 보기 좋아서 그래요'라고 대답하면, 그저 빙긋이 웃는다. 그럼 나도 빙긋이 웃어 준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냄새를 맡아 보는 것 같아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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