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고양 꽃 전시회를 구경하면서.

凡石 2011. 5. 10. 11:45

 

  엊그제('11.5.8) 어버이날에는 아내와 같이 고양시 일산에서 열리는 꽃 전시회에 다녀왔다. 오전 10시 쯤 이수역을 떠나 올림픽대로에 들어서니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차들이 한산하다. 아마도 샌드위치 휴일이 겹치다 보니 휴가를 내서, 해외나 지방으로 놀러간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일산까지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도착하니 11시다. 꽃 전시장은 오후에 가기로 하고, 먼저 덕이동에 있는 가구단지로 애마를 몰았다. 왜냐하면 집에 있는 소파가 패브릭(직물)인데, 근 10여년을 넘게 쓰다 보니, 쿠션도 주저 앉고 천이 탈색 되어 불편하면서도 실증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가죽 소파로 바꿔보려고 작정을 하였다.

 

 가구단지 이곳 저곳을 다녀 보니, 소파의 모양과 질이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가격대도 몇 십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 있다. 소파 전체를 천연 면피 가죽으로 만든 것은 최소한 3백만원 이상은 주어야 쓸만하다. 좋기는 좋은데 너무 비싼 것 같아, 그냥 쓰기 편하고 약간 저렴한 콤비(천연 면피와 인조가죽으로 구성)소파를 구입하고, 바로 꽃전시장으로 향하였다.

 

 이 곳 꽃 전시회는 매 3년마다 열리는데, 지난 번 보다 규모나 내용면에서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전시장 면적만 봐도 실내와 실외 모두 약 8,300평으로서 예년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다. 꽃 주제도 지난번에는 장미와 선인장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에는 계절이 일러서 그런지, 장미는 별로 보이지 않고, 주로 선인장과 서양난들이 눈에 많이 띈다.

 

 말만 국제 꽃 박람회라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해외 참가국이 무려 20개국이라는데, 아프리카 와 유럽 몇몇 나라만 보일뿐, 다른 나라 전시관은 잘 보이질 않을뿐더러 내용도 부실한 편이다. 아마도 내가 너무 건성으로 봐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전시장 앞 마당에 들어서니, 내 작은 눈이 갑자기 커진다. 노랑 빨강  분홍색의 튜울립이 장관을 이뤄 황홀하기 그지 없다. 시원시원하게 쭉 자란 꽃대에서, 어쩌면 이렇게 단아하고 예쁜 꽃이 피어 날 수 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형형색색의 꽃 봉우리가 아름답고 우아하다.

 

 실내 전시장에서는 선인장을 보고 또 한번 놀랬다.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꽃의 형태도 가지가지다. 다홍 분홍, 노랑 꽃이 선명하고 앙증스럽다. 어쩌면 저렇게 가시 돋친 잎에서 저렇게 예쁜 꽃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전시장 밖으로 나와 보니 이번에는 호수공원의 풍경에 또 한번 놀랬다. 총 35만여평에 호수면적이 15만여평이나 된다고 하니, 규모면에서는 동양 최대의 인공 호수 공원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이런 풍경을 가히 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일산의 명소로서 자랑할만 하다. 몇 년전만 해도  공원에 심어 놓은 나무들이 어려서 자연의 맛이 좀 덜 했는데, 이번에 와 보니 제법 고목이 되어 호수 전체가 웅장하면서도 자연의 멋이 풍부하다.

 

 내 달쯤 되면 이 곳에 장미가 한창일 것이다. 아마 그 풍경 또한 장관일 것이다. 너른 잔디 광장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쌍쌍히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어떤 젊은 아베크 족은 잔디에 누워 뒹굴면서 장난을 치고 있고, 어떤 중년 부부는 벤치에 앉아 다정하게 밀어를 속삭이고 있다. 마치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보는 듯하다. 그야말로 한가롭고 평화롭다.

 

 그 날 찍은 사진을 너무 많이 올린 것 같다. 취사선택하여 그럴듯 한 것만 올려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잘 하지 못한다. 하나 하나가 모두 특색이 있는 것 같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전부 올렸다. 너무 욕심이 과한 탓이라고 보면서, 나 자신이 무식함을 스스로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