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남도 여행 / 둘째날

凡石 2011. 11. 30. 23:27

 

오늘은 남도여행 둘째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 나 숙소 3층에 있는 목욕탕에서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숙소를 나와, 나주 매일시장 부근에 있는 노안 곰탕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한우 사골을 가마솥에 넣고 푹 고아 낸 진한 국물에. 졸깃졸깃한 사태와 양지머리를 넣어 만든 곰탕 맛은, 아주 옛날 시골 장터에서 먹어 보던 국밥 맛과 유사하여,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곰탕하면 의례적으로 딸아 붙는 것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김치 깍두기다. 이 집에서 제공하는 김치는 작년에 담은 김장 김치로서 농 익었고,깍두기는 약간 덜 익었으나 국물은 새콤달콤하고 무우는 아삭아삭하다.  진하고 구수한 곰탕 국물에 새콤한 깍두기 국물을 넣어 간을 맞춘 후, 여기에 잘 익은 묵은지 한 잎을 얹어 먹는 맛은, 그야말로 별미 중에 별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입안에서 군침이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침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서, 아주 먼 옛날 이곳 금성골 관아의 객사로 사용하다는 금성관을 잠간 둘러보고 난 후, 본격적으로 오늘의 여행길로 접어든다. 첫번째 행선지는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이다.

 

 

 그곳은 조선 초기에에 왜군이 침입하자 김반길이라는 사람이 의병을 일으켜 처음 토성을 쌓았다가, 그 후 조선 중기 임경업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하였을 때, 현재의 석성을 중수하였다고 한다. 앞은 넓은 평야지대이고 뒤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 마을이 아늑하다.

 

 성안에는 옛 모습 그대로 한옥 전통마을로 이루어 졌으며, 그 당시 관아와 가옥이 약 90여채가 있으며, 시중 일반 가옥과 같이 매매가 이루어 지며 가격은 집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적어도 일억 이상 간다고 한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 다른 민속촌과 다르다는 것이다.

 

 

 돌담길 양지 바른 텃밭에는 파랗게 자란 배추와 무우가 한창이고, 초가지붕에 볏짚으로 이엉을 잇는 마을 남정네들의 모습은 순수하면서도 수수하다. 민속주점에 들려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잔 하고 나서, 즐비한 초가집 사이 돌담길을 걸어 보니, 옛날 어릴적 내가 살던 고향 마을이 생각난다.

 

 

 낙안읍성을 보고 나서 갈대군락지로 유명한 순천만을 구경하였다. 순천만은 갯벌에 펼쳐지는 갈대밭과 S자형 수로 등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해안 생태 경관지로서, 갯벌에 먹이가 다양하고 풍부하여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먹황새 등의 국제 희귀조류와 수백여종의 조류가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갈대 군락지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광경이 장관을 이룬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니 저 멀리 갯벌과 물논에 새들이 바글바글한데 그냥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새 떼가 무리 지어 날아 오르는 광경이 장관을 이루고, 해 질무렵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사진 작가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갈대밭 구경을 마치니 오후 2시반이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 아마도 아침에 곰탕을 하도 맛있게 배불리 먹어서 그런것 같다. 점심은 이왕 벌교에 왔으니 이곳의 별미인 꼬막요리를 먹기로 하였다. 어느집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요즘 한창 뜨는 kbs방송의 일박2일팀이 들렸다는 태백산맥 꼬막맛집를 찾아 갔다.

 

 

 꼬막정식을 시켰더니 삶은통꼬막, 양념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꼬막탕이 나온다. 꼬막회 무침에 공기밥 한 그릇을 넣고 쓱쓱 비벼서 된장국물과 같이 먹어보니, 약간 새콤달콤하면서도 맛이 구수하다. 1인분에 15,000원인데 솔직히 말해 좀 비싼편이다. 하기야 참꼬막은 4년 정도 키워야 먹을만 하며, 잡을 때도 사람이 일일히 건져 낸다니 그럴만도 하다. 새꼬막과는 양식자체도 다를뿐더러 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꼬막은 까먹기가 매우 불편하다. 이 집 아주머니께서 까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젓가락을 꼬막 뒷편의 옴폭 들어간 곳에 끼우고 비틀어 주면 꼬막 껍데기가 쉽게 열린다고 하길래, 그렇게 해 보니 숙달이 안 되서 그런지 좀처럼 열리질 않는다. 성질 급한 우리네는 까먹기가 힘들어서 몇 개 먹다가 그만 먹었다.

 

 

 꼬막집을 경영하는 식당 주인도 문제다. 이렇게 까먹기가 힘든 음식을 내놓고, 손님이 까먹던지 말던지 하는식으로 방관만 하고 있느니 말이다. 직접 까 주던지 아니면 아예 까 놓은 것을 내 놓던지...  마침 주방 쪽을 보니 아주머니 두 분이 꼬막을 손질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 준 방법으로 까는 것이 아니고, 무슨 도구를 갖고 쉽게 까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도구의 집게 부분을 옴폭한 곳에 넣고 펜치같이 손잡이를 누르면 집게가 벌어져 껍데기가 쉽게 열리는 구조다.

 

 

왜 이런 도구를 손님에게 제공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였더니, 그 아주머니 하는 말이 걸작이다. 그렇지 않아도 테이블마다 하나씩 놓았더니 십중팔구가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한개에 5천원인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되 묻느다. 우리 국민 수준이 겨우 그것밖에 않되는 것 같아, 그저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아주머니 말에 공감이 간다.

 

 

 이제 구경할 것 다 하고, 먹을 것 다 먹었으니, 남은 것은 서울로 올라 가는 일만 남았다.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 오다가 죽전에서 우동 한 그릇하고 서울로 올라 오니 저녁 7시다. 이번 남도여행에서 얻은 멋과 맛을 영원히 간직하면서, 우리의 우정이 더욱 두터워지길 바란다. 특히 이번 모임을 주선한 이은영회장에게 특별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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