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은 화초 가꾸기를 일상 취미로 하고 계신 분이다. 처가집에 가 보면 베란다와 거실에 크고 작은 화분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하도 정성을 들여 키운지라 시시때때로 꽃이 피고 향기가 거실에 그윽하다.
작년 언제쯤인지 처가에 갔을 때다. 베란다에 꽃이 만발한 것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장모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자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몇 개 가지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염치불구하고 아래 화분들을 골라 집으로 갖고 와서 베란다에 놓고 키워 왔다.
요 몇일전 거실 창문을 열어 보니, 게발 선인장에서 희고 붉은색의 꽃망울이 여러개가 보인다. 곧바로 이 희소식을 장모님에게 전해 드리기 위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문자메세지를 넣어 드렸다. 그것을 보셨는지 못보셨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장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반가운 마음에 무조건 꽃 사진을 보셨느냐고 여쭤보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시는 모양이다. 그저 전화가 와서 전화를 해 보았다고만 하신다. 아마도 문자메세지를 열어 보실 줄 모르시는 모양이다. 그러실만 한 것이 연세가 80 중반이시니, 문자를 열어 본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문자를 전해 드린 것이 큰 불찰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저 송구스럽기만 하다.
요즘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 베란다 화초들이 혹시 얼지나 않을까 하여 모두 거실 안으로 옮겨 놓았다. 특히 선인장 종류는 조금만 추워도 얼어 죽기 때문이다. 거실 화초들이 나에게 고맙다는 표현이라도 하듯, 다른 화초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비록 장모님이 주신 작은 선물이지만, 나에게는 이보다 큰 선물이 없다고 보면서, 오랫동안 장모님 생각하면서 이 화초들을 정성껏 돌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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