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4.1)은 4월 초하루 만우절이자 일요일이다. 따뜻한 봄날 집에 있기가 아쉬워 아내와 같이 강화도로 드라이브 여행을 떠났다.
올림픽 대로를 지나 김포 양촌 마을에 접어드니, 봄의 전령인 개나리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려 온 산하가 연노랑으로 물들고, 초지대교를 지나 동막해수욕장에 다달으니, 울창한 소나무 밭에서 내뿜는 솔 향과, 드넓은 갯벌에서 풍기는 갯 내음이 내 코를 자극한다.
바닷물이 쓸리면서 만들어 낸 갯벌 바닥의 그림은 마치 한 폭의 비구상화를 보는듯 신기하기만 하다. 피카소가 그려도 이렇게는 못 그렸을 것이다. 그야말로 잘 그려진 한폭에 추상화다. 풀 포기 하나 없는 갯벌 대 평원에서, 큰 숨 들여 마시며 내 작은 가숨 한껏 부풀려 본다.
솔밭 벤치에서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은 마치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모래 밭에서 천진난만 하게 뛰 노는 아이들 모습은 마치 동자처럼 귀엽기만 하다. 또한 갯벌 창공를 유유히 떠 도는 흰 갈매기 떼는 마치 평화의 수호신처럼 한가롭기만 하다.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친다. 연정, 동심, 낭만의 시절을 회상해 보며 다음 장소를 향해 애마를 몬다.
사실은 오늘 드라이브의 주 목적은 쑥과 냉이를 캐려고 나왔다. 집에서 칼, 장갑, 모자 등을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는데 막상 와 보니, 철이 일러서 그런지 새싹이 보이질 않는다. 설령 있다고 하여도 오늘같은 날은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 선뜻 밖에 나가기가 만만치가 않다. 예년 같으면 꽃 피고 새 우는 화창한 봄날일텐데 올 해는 그렇지가 않다. 4월에 서울 지방에 눈이 내린 것은 이번이 19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이상 기온이 틀림 없다.
집으로 돌아 오늘 길에 대명항에 들려 어시장 풍경을 구경 하였다. 도다리와 간재미가 한창인가 보다. 상점마다 회를 그득히 떠 놓고 손님을 부르지만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경기 탓이 아닌가 싶다. 마른 망둥어와 맛깔스런 조개 젓, 새우 젓, 멍개 젓을 조금씩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늘은 아내가 저녁 식사로 특식을 준비하였다. 이름하여 멍개 비빔밥이다. 흰 쌀밥에 새싹 야채를 듬뿍 넣고, 멍개 젓깔을 넣은 다음, 참기름을 조금 붓고 쓱쓱 비비니, 그 맛이 일품이다. 약간 짭짤하면서도 고소하다.
멍개 특유의 향이 입안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군침이 절로 나온다. 그 언젠가 남도 지방 여행에서 먹어 보던 그 맛보다도 훨씬 맛있다. 오늘 특식을 준비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면서 다음 특식을 은근히 기대 해 본다. 탱큐 베리 마치~
'[자유게시판] > 생활 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꿉회 모임에서 (0) | 2012.04.12 |
---|---|
집 앞 화단 개나리 풍경을 보면서. (0) | 2012.04.12 |
전구회 모임에서. (0) | 2012.03.27 |
이륙산학회 대모산 등반 (0) | 2012.03.18 |
7인회 자리에서 (0) | 2012.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