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Classic

진지한 출발점-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凡石 2009. 4. 27. 21:37

1. 시작하며

나의 교향곡 감상을 향한 진지한 항해의 첫 출발점은
베토벤의 [운명. 합창] 교향곡과 함께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과 4번]이었다.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 39.40.41번]과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드보르작의 '신세계'는 그냥 들려서 듣는 정도의 수준에 있었고...
그러나 꽤 즐겨 들었다.

좋은 명곡과 이에 상응하는 명연주는 늘 첫만남부터 우리를 전율케하며,
허우적거리게 하는 괴력의 힘이 있는 모양이다.
거칠 것없는 도도한 질주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베토벤-브루크너-브람스-R.슈트라우스-말러-쇼스타코비치 등의 교향곡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의외로 유사한 흐름 속에서...

'운명'교향곡은은 워낙 비클래식 시절부터 자주 접했기때문에...

그러나 브람스의 1번 교향곡의 서주부는 나를 다르게 끌고 가는 힘과
경이로운 세계가 처음부터 느껴졌다.

'비창'과 '쥬피터'에게도 그런 운명적 만남이 남아 있었지만...


2. 브람스 교향곡 제 1번 C단조 op.68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낭만적인 작품으로 악장 곳곳에 긴장감과
환희가 넘쳐 흐른다.
대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적절히 이용하여 드라마틱한 음향을 멋지게
만들어 내고 있다.

첫인상을 깔끔하게 표현한 글이다.

브람스는 22세에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착상을 시작하여
43세인 1876의 가을에 비로소 이 곡을 완성하여
1876년 11월4일에 칼스루에에서 오토 페소프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브람스가 그의 첫 교향곡을 작곡하기까지 걸린 오랜 기간(21년)은
이미 유명한 것이다.
(2번은 4개월,3번은 5개월,4번은 1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교향곡 제1번]은 브람스의 책상 서랍 속에서 매우 오랫동안
숙성 중 이었다.
조금씩 변형되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아름다운 빛깔을 내면에
품은 체...세상의 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브람스는 관현악곡에대한 철저한 이해(세레나데,하이든 주제에대한
변주곡 등)와
다듬고 또 다듬어낸 신중함으로 한편의 교향곡을 완성했다.

베토벤의 발자국 소리를 등 뒤에 들으면서......

이미 베토벤의 교향곡 아홉곡이 거대한 봉우리로 우뚝 솟아 그의 앞을
가로막았고,
동시대에는 브루크너(1824-1896)가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이며
엄청난 스케일의 교향곡을 쓰고 있었다.

신중한 성격의 브람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선택이었다.

2-1.

브람스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제1번 C단조는
베토벤의 정신적 후계작품이라고 하여도 좋을만큼 고전파 교향곡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곡의 초연을 들은 당대의 대지휘자 한스 폰 뵐로우는
"브람스의 제1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다"라고 하며
깊은 감동을 표시했다.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 제9번이 발표된 이후 50년만에
나온 걸출한 교향곡 작품이란 뜻이다.

또한 브람스의 교향곡은 여러가지 점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닮은
데가 있다.

우선 C단조라는 조성은 베토벤의 제5번과 같고
제1악장의 짧은 기본 동기 취급법과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사상도 제5번과 유사하다.

또 끝 악장의 제1주제는 제9번의 '환희의 주제'와 유사점이 있고
오케스트레이션도 베토벤처럼 검소하고 중후하다.

이렇게 형식상 베토벤을 닮은 데는 있지만, 베토벤의 아류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베토벤은 남독일 사람답게 개방적으로 표출했고,
브람스는 북독일 출신이기때문에 흐린 표출과 감싸는 울림으로
북극적인 어두움과 깊이를 나타냈다.



3. 베토벤과 브람스의 음악적 성향

남부 독일 본 출신의 베토벤이 개방적이고 활달한 데 비하여,
북부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브람스는 내면적이고 응축적인 점이 많았다.
어두움이 드리운 감정을 표출하며 북극적인 깊이의 음악을 들려준다.

어둡고 깊은 북구적인 무게가 브람스의 작품 세계를 짓누르고 있으나,
오히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 수록 새로운 감정이 발현되는 깊이가
있다.

즉, 베토벤 스타일의 화끈하게 밀어부치는 투쟁적 행군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를 향하여 시각의 초점을 맞출 때 뜻밖에 브람스가
주는 위안과 평화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성숙한 위안은 인생을 사려깊게 달관한 자의 심성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4. 전 악장의 간단한 감상자적 접근법

1) 제1악장
초기 도입부에서부터 브람스가 이 교향곡을 완성하기까지 겪어 내야만 했던 힘든 창조 작업의 혈전이 보이는 것같다.

팀파니의 동음반복의 연타도 이 악장의 중요한 리듬의
지주가 되고 있다.

2) 제2악장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현악기의 연주로 2악장의 막이 열린다.
눈을 감으면 낭만적인 선율의 아름다움이 귀를 미세하게 자극한다.
현악기와 목관악기를 다루는 도제적 브람스의 모습이다.

3) 제3악장
중간부에 브람스가 생애를 통해 즐겨 사용한 두개의 동기가 나온다.
그 하나는 <운명의 동기>인데,관악기로 나타난다.
또 하나는 <죽음의 동기>라고 불리는데,현악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4) 제4악장
알페호른의 선율!
(4악장 서두에 등장하는 호른의 독주)
1868년에 브람스가 클라라 슈만에게 보낸 가곡적 단편의 선율이다.
브람스가 거기에 붙인 가사는
"높은 산 위에서 ,깊은 계곡에서 나는
당신에게 수없이 많은 축하 인사를 보냅니다"라는 것이다.

4악장의 제1주제는 베토벤의[ 합창] 주제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주제에 새로운 동기를 더하여 진행되고 격렬한 열기를
내뿜는다.

전곡 중 4악장의 서주의 혼 주제와
바이올린에 의한 제1주제는
브람스 팬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

완전히 흥분과 환희로 가득찬 오케스트라의 힘찬 총주로 마지막 악장이 종결된다.




4. 추천 음반들



1) 샤를르 뮌쉬/ 파리 관현악단. EMI ,1968년 1월 녹음

샤를르 뮌쉬는
1967년 앙드레 말로의 제창으로 새롭게 탄생한 파리 관현악단의
초대감독으로 취임한다.

전곡의 기본이 되는 느린 템포 ,
당당한 위풍과 엄청난 스케일,섬세한 피아노시모로부터 폭발적인
포르테시모에 이르는 커다란 진폭,긴밀한 앙상블과 애수어린 노래는
어떠한 독일의 지휘자와 악단도 표현할 수 없는
가장 독일적인 연주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명연으로 우리에게 남겨져있다.

푸르트뱅글러를 능가하는 큰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연주는
종악장 말미에 보여주는 대단한 박력과 함께 우리에게 뜨거운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생명의 분출력이 확 느껴진다.



2) 푸르트뱅글러/비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References)

고전적 명반으로 꼽히는 음반이다.
푸르트뱅글러의 강력한 역동성과 심대한 음악성이 유감없이 느껴진다.
마지막 악장의 트럼펫과 트롬본의 연주가 최고의 압권이다.



3) 오토 클렘페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EMI ,1995-57년 녹음

오토 클렘페러는 느리고 묵직한 모범적인 독일적 해석을 보인다.
굉장히 느린 곡의 서주를 포함하여 1악장의 넉넉한 템포 속에 담긴
응집력은 이 연주가 클렘페러의 것임을 확연하게 반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음반을 애청한다.
그의 느긋한 그 진중함이 좋다.



4-1) 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1990년9월 녹음

브람스의 1번 교향곡은 현악의 강함이 어울린다.
베를린 필의 현악 파트는 최고다.
베를린 필을 연주하는 아바도는 그의 특징인 선명하고
세부적인 음향을 이끌어내며,그의 브람스는 건강하고 활기차다.

4-2)

*칼 뵘/빈필,DG.1975년 녹음

*푸르트뱅글러/베를린 필,DG.1952년

* 귀도 칸첼리/필하모니 오케스트라.EMI(테스트먼트).1954년

* 퀸터 반트/시카고 심퍼니 오케스트라,RCA.1989년 1월 녹음

* 쥴리니/빈필,DG.1991년 녹음 등의
연주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며 모두 명연.명반이다.

명산에는 명찰이,명찰에는 명승이 있듯
명곡에는 유명 지휘자의 명반들이 많을 수 밖에...

5)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1987년1월 녹음

카라얀의 동 곡에 대한 여섯번 째 녹음으로 만년의 연주다.
거장의 관조적 여유로움과 유유자적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좋은 음반이다.

그의 만년(1987-1989)의 교향곡 연주들은 뛰어난 예술성과 완성도를
지닌다.
그도 죽음을 스스로 예감한 것은 아니겠지...




5.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0의 죽음

64세의 생애를 마칠 때까지 독신으로 살다간 우수의 작곡가 브람스!

그가 내면 속에서 정신적으로만(?) 사랑했던 클라라 슈만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후 시름시름 앓다가
1897년 4월3일 이 세상을 떠난다.
3일 후 4월6일 베토벤의 무덤 옆에 안치되어
영원한 안식을 청한다.



6. <브람스 C단조 교향곡>의 짧은 여행을 마치며...

브람스가 남긴 4편의 교향곡들은 독일 교향곡사에 찬연히 빛나는
걸작이다.
특히 베토벤이후 서서히 퇴조 기미를 보이는 교향곡과 절대음악 양식을 다시 거대한 봉우리로 일으켜 세운 브람스의 공적은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준열함이 있다.

따라서 그 첫번째 교향곡인 C단조 교향곡은 절대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며,
특히 제4악장은 우수에 찬 느낌이 가득하여 무거운 속도로 천천히
다가온다.
눈물을 머금은듯한 혼의 선율에 이어지는 현악기들의 깊은 소리를
듣다보면 슬프고도 지친 마음이 스스로 치유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4악장은 "느림의 선율을 타고 다가오는 위로의 음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인생의 막막함에서 용기를 잃지않고 인내와 끈기로 싸워 성취감을
맛보게하는 대기만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곡이다.

나에게는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제2악장 라르고>와 함께
삶에 용기와 실천적 의지를 가져다주는 '위로의 음악'이다.



첨언1. 레코드평론가 선병철 선생의 글을 부분적으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첨언2. 전문가의 글이 아니기에 오류도 있을 수 있음도 말하고 싶다.
감상자 및 애호가의 단순한 글이니까...

첨언3. 그래도 즐거웠다.
이 졸필을 올리기위해 3일동안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를
10번이상 진지하게 감상했다.
기쁜 일이 아닐까?
먼지를 털어냈으니...

 

 

* 글 ; 조갑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