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Classic

오페라 가수의 불룩한 배

凡石 2009. 4. 27. 21:58

오페라 가수의 불룩한 배



전형적인 오페라가수 이미지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소프라노의 풍만한 몸, 테너의 불룩한 배. 일반적인 ‘오페라 가수’의 이미지다. 과연 오페라 가수는 뚱뚱해야 노래를 잘 하는 걸까?

대부분의 성악가들에게 물어 보면 ‘체형과 노래 실력은 별개’라는 ‘공식 답변’을 듣기 마련.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오페라 가수 중에는 몸이 ‘넉넉한’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살을 뺐더니 소리가 달라졌다”는 말도 흔히 듣는다.

“2주 동안 4kg을 뺐더니 (오페라)단장님이 소리가 흔들리니까 살을 빼지 말라고 하더군요.”(국립오페라단 소프라노 오미선)

음악계에서는 ‘베이스들은 대체로 목이 길고 키도 큰 반면, 테너는 몸집이 작고 목이 짧다’는 등 체형에 얽힌 속설이 많다. ‘러시아는 베이스가 강하고, 이탈리아는 테너가 강하다’는 말도 이와 맥락이 닿는 주장.

국립오페라단원인 베이스 함석헌 씨는 “체형과 소리(성량)는 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스피커의 앰프가 클수록 베이스음이 강해지고,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울림도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오페라 가수들의 배가 나오는 이유를 복식 호흡에서 찾았다.

‘몸의 증상학’의 저자인 홍명호 전 고려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복식 호흡을 하면 횡경막 아래 허파꽈리까지 모두 숨쉬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숨을 내쉬는 양이 많아지고 자연히 성량이 풍부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복식호흡을 할 경우 배 둘레가 얼마나 늘어날까? 함 씨가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숨을 들이마시자 배가 불룩해졌다. 그는 “평소 허리 사이즈는 34인치인데 최대 38인치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대 의상을 제작할 때는 숨을 한껏 들이마셨을 때(=배가 가장 많이 나온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국립오페라단의 양정인 의상팀장은 “보통 남자는 2∼3인치 정도, 여자는 1∼2인치 정도 평소의 배 둘레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오페라 가수들은 흔희 무대에 서는 것을 ‘공연한다’ 대신 ‘연주한다’고 표현한다. 오페라 가수들에게 ‘몸은 곧 악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

소프라노 오 씨가 들려준 일화는 성악가들이 얼마나 자신의 ‘악기’를 소중하게 다루는지를 엿보게 한다.

“여자 성악가는 출산할 때 제왕절개를 피한다. 배를 가르면 호흡하는 ‘길’이 끊어지고, 배의 근육이 예전처럼 뭉쳐지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48시간을 꼬박 진통을 참으며 자연분만하기 위해 버텼다. 결국 의사가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하자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문을 붙들고 외쳤다. ‘안돼요, 선생님. 저는 소프라노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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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몸 이야기] 여성 첼리스트의 ‘짝 가슴’



여성 첼리스트의 가슴은 정말 ‘짝짝이’일까?

연주자의 몸에 대한 속설 중 하나가 바로 여성 첼리스트들의 ‘짝가슴’이다.

연주자의 쇄골에 닿는 콘트라베이스와 달리 첼로는 가슴 부분에 바짝 대고 연주하기 때문에 육중한 첼로가 한쪽(왼쪽) 가슴을 누른다는 것. 그래서 가슴이 발육하기 전부터 첼로를 시작해 20∼30년씩 연주해 온 여자 첼리스트들은 자연히 양쪽 가슴의 크기(모양)가 다른 ‘짝가슴’이 된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여섯 명의 현역 여성 첼리스트에게 물었다. “짝가슴이신가요?”

이들은 모두 ‘익명’을 전제로 ‘신체의 비밀’을 알려줬다.

여섯 명 중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은 “짝가슴이 맞다”고 대답했다. 물론 겉으로 보아 남들이 알 만큼 확연하게 다르지는 않지만 본인(그리고 남편)은 알 수 있을 만큼 짝짝이라는 것. 이들은 공통적으로 “오른쪽 가슴이 왼쪽보다 약간 크고 탄력도 오른쪽 가슴이 더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 교향악단 소속의 한 여성 첼리스트는 “흔히 생각하듯 첼로가 가슴을 눌러서 왼쪽 가슴이 작아져 짝가슴이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활을 잡고 켜는 오른팔과 오른쪽 어깨를 왼쪽보다 많이 움직이다 보니 자연히 오른쪽 가슴이 왼쪽 가슴보다 더 발달해 짝가슴이 되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속설은 ‘첼리스트는 다른 악기 연주자에 비해 가슴이 크다’는 것. 자신의 가슴 크기를 ‘(브래지어) C컵 사이즈’라고 밝힌 한 여성 첼리스트는 “비올라나 바이올린 등 다른 현악기에 비해 첼로는 악기 자체가 크고 폭이 넓어(약 75cm) 연주자의 팔 동작 움직임 폭도 크다. 이런 동작이 가슴을 발육시키는 효과를 낳는지는 몰라도 대체로 다른 악기 연주자에 비해 여자 첼리스트의 가슴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 속설도 근거가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헬스 트레이너 김민정(서울 파이낸스 헬스센터) 씨는 “첼리스트들이 큰 폭으로 팔을 움직이며 연주하는 자세는 헬스에서 덤벨운동 중 팔꿈치로 팔을 밀 듯하며 양팔을 반원 그리듯이 휘둘러 가슴 근육을 키우는 ‘버터플라이’나 ‘덤벨플라이’의 동작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라는 첼로. 어쩌면 여성 첼리스트의 짝가슴은, 첼로를 끌어안은 채 영혼을 위로하는 ‘가장 인간적인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맞바꿔야 하는 ‘아름다운 훈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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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몸 이야기]관악기 연주자 “내 입술을 돌려줘”



오보에 연주를 위해서는 입술을 거의 안 보일 만큼 완전히 말아넣어야 하기 때문에 ‘얇은 입술’이 유리하다. 사진 제공 서울시향
관악기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몸 부위는 ‘입술’.

악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입술은 모양의 변화나 호흡의 강약, 또는 미세한 떨림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를 위해 입술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만만찮다.

“오보에는 입술을 입에 말아 넣다시피 하고 불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오보에가 닿는 아랫입술 부분의 입술선이 거의 지워져버렸다. 아랫입술선이 없어지는 건 대부분의 오보이스트들이 겪는 일이다.”(서울시립교향악단 오보이스트 이미성 씨·사진)

입술 모양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플루트의 경우 아랫입술에 걸치듯 하며 연주하기 때문에 플루티스트들의 아랫입술은 ‘밖으로 뒤집어진 듯한’ 모양이 되거나 좀 더 도톰해지기도 한다.”(플루티스트 윤혜리 씨)

반면 트럼페터들은 아랫입술보다 윗입술이 고통 받는다.

“트럼펫을 불다 보면 입술이 눌려서 일종의 굳은살이 생긴다. 특히 윗입술 가운데 부분에 생기는 경우가 흔한데 없어지지 않는다.”(서울시향 트럼페터 이영환 씨)

관악기 연주자에게 최악의 계절은 겨울. 찬바람에 트거나 건조해 갈라진 입술은 연주에 치명적이다. 때문에 남자 연주자도 수시로 보습제나 꿀을 발라 입술을 보호한다.

관악기 연주자에게 ‘이상적인 입술’은 어떤 것일까? 요즘은 앤젤리나 졸리의 입술처럼 도톰한 입술을 ‘섹시하다’며 선호하는 추세지만, 관악기 연주자의 입술은 얇을수록 좋다.

클라리네티스트 이범진 씨는 “입술이 좀 두툼한 편인데 처음 클라리넷을 할 때 선생님에게 ‘너는 입술이 두꺼워서 소리 낼 때 힘들겠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며 “입술이 얇으면 아무래도 촉각이 더 예민하고 입술을 오므리거나 안으로 말아 넣을 때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술과 혀를 섬세하게 놀려야 하는 관악기 연주자에겐 종종 ‘키스’와 관련된 농담이나 속설도 따라다닌다. 대표적인 것이 “오보이스트(또는 플루티스트)가 키스를 제일 잘한다”는 말. 사실일까? 이에 대해 연주가들은 “우스갯소리지만, 완전히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보에 전공 학생들은 흔히 듣는 이야기다. 아마 오보에가 목관 악기 중에서 입술 근육을 가장 많이 사용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이미성 씨)

“‘텅잉(Tonguing·악기 소리를 내기 위한 혀 사용법)’ 때문인 것 같다. 플루트는 다른 악기보다 혀의 놀림이 자유롭다. 또 입을 다물고 텅잉을 하는 오보에와 달리 플루트는 입을 약간 벌린 상태에서 텅잉을 하는데 그래서가 아닐까?”(윤혜리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