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금난새와 함께하는 작은음악회를 보고나서...

凡石 2009. 6. 18. 22:53

 

 

 어제(6.18)저녁 7시에는 동작구 문화원에서 주최한 "금난새와 함께하는 동작문화원 작은음악회"에 다녀왔다. 6시 30분 쯤 연주회장에 다달으니 벌써 많은 관객들이 입구에 모여 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러 나온 것이다. 강당에 들어가니 로얄석이라고 할 수 있는 1층 자리는 차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러군데 자리가 비어있어 혹시나 자리가 있는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모두 임자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일행 중 어느 한 사람이 일찍 와서 자리를 미리 잡아 놓고, 나중에  일행들이 오면 그 자리를 내 주는 식이다.  한 말로 말해 자리 확보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다행히도 1층 앞 부분에 어느 한자리가 비어 있어 그 자리에 앉았다. 

 

관객들을 보니 대부분이 애들을 데리고 온 주부들이 많다. 주로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애들이 대다수이고 심지어는 젖먹이까지 안고 온 사람도 있다. 애들이 이곳 저곳에서 뛰어 다니고 떠들어 대는 것을 보니, 공연장분위기가 마치 어린이날 행사를 위한 공연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하기야 문화원에서 지역주민을 위해 무료로 공연하는 음악회라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나, 음악회의 성격상 아주 어린 아이들의 출입은 어느정도 제한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에 대한 클래식의 이해를 도모하고, 온 식구가 단란하게 음악회를 즐기기 위해서 다같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클래식 음악회의 특성과 공연 취지를 어느정도 이해한다면 약간은 삼가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7시 정각이 되니 VIP들이 속속 입장하면서 드디어 공연시작 사인이 울린다. 시끄럽던 장내는 어느정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인 금난새씨가 무대에 나타나자 많은 관중들이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낸다. 그는 특유의 제스쳐와 억양으로 관중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면서 장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당부의 말을 건넨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와서 장내가 시끄럽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면서, 부모들에게도 협조를 부탁하고, 애들에게도 조용히 해달라고 특유의 익살을 부려 본다. 아무튼 애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애들 눈높이에서 다독거려 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금난새의 작은음악회의 특색은  클래식을 딱딱하고 무겁게 느끼는 일반 사람들에게 친절한 해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이다. 대개 일반인들이 클래식을 듣는 다는 것은 뜻은 잘 모르고 그저 선율만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음악의 주제와 뜻을 알고 들으면 클래식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즉 무겁고 딱딱한 클래식음악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고, 그것을 만든 사람이 어떻게 만들었으며, 앞 부분은 어떤 의미이고 뒷부분은 무엇을 묘사했는지를 알면 다르게 들린다는 것이다.

 

 역시 오늘 음악회에서도 금난새씨는  악장별로 부분 부분을 연주하면서, 주제가 갖고 있는 의미를 익살스럽게 잘 표현함으로서, 많은 관중들을 즐겁게 하고 클래식 감상 분위기를 더 한층 고조시켰다.

 

오늘 연주는 모짜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뮤지크 ]와 베버의 클라리넷 5중주이다. 연주를 맡은 악단은 유라시안 앙상블로서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로 구성되었으며 단원은 모두 다섯명이다. 특히 이날 클라리넷 연주자는 나이가 12살밖에 안 먹은 어린 소년인데도 그 실력이 대단하여,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음악도라고 한다.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변변치 않은 내 입장에서 보면, 먼저 연주한 세레나데의 현악 5중주보다, 나중에 연주한 클라리넷 5중주가 더 조화롭고 감미로웠다. 물론 악기의 편성이 다르고 곡이 주는 특징과 선율이 다르다는 점에서 서로 비교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연주는 후 곡이 더 좋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클라리넷 연주자의 기교와 독주성 연주가 돋 보이면서, 후반부에 접어들어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리드미컬한 조화는 그야말로 관중들의 감흥을 사로잡을만 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훌륭한 연주를 듣게 되어 가슴이 뿌듯하다.

 

 그동안 연주회에 가 본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마침 동작문화원 덕분에 실황 무대에서 생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매우 즐거웠다. 또 한편으로는 오디오나 MP3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만 듣다가 실황 음악을 접하니, 내 귀가 놀라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오늘 훌륭한 연주와 함께 음악상식을 듬뿍 전해 주신 금난새씨와 악단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 그리고 동작문화원의 관계자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