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 해가 밝았다. 새 해를 맞이하여 식구들과 단합대회(?)라도 갖어야 될 것 같아, 멀리는 못 가더라도 가까운 곳에 가서 온천이나 할까 하여, 옷을 두툼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서울에서 가까운 온천은 이천, 아산, 신북 등이 있지만, 주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교통여건을 감안하면 이천 쪽이 더 좋을 것 같아 애마를 중부고속도로 쪽으로 몰았다.
이천에 도착하여 미란다호텔에서 목욕을 하고 나니, 어언 두 시가 다 되어 간다. 일행 중 누군가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주에 있는 아울렛이나 들려 보자고 한다. 여주는 이 곳에서 약 3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그리 부담스럽지가 않다. 더구나 이천에서 42번 지방도로를 타고 여주까지 가다 보면, 중간에 부발읍 죽당리라는 곳에 유명한 해장국집이 있는데, 그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면 더욱 좋을 것 같아 흔쾌히 동의 하였다.
그 집은 사골뼈를 푹 고은 국물에, 선지와 콩나물 그리고 우거지를 넣고 끓여서 그런지, 국물이 진하면서 구수하고 담백하다고 소문이 났다. 홀에 들어서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찼다. 그 때 시간이 두시가 넘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많을 것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명성은 그대로 인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전, 이 곳 이천에서 근무할 때 자주 이용하던 집이었는데, 맛이 그 때보다 좀 덜 한 것 같아서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오늘 배가 덜 고파서 그런 것이 아닐까?
아울렛에 들어서니 입구에 있는 주차장은 꽉 차서 들어 갈 수가 없고, 맨 뒤에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한다. 아마도 우리와 같은 부류의 족속(?)들이 몰려 든 것 같다. 신년 벽두부터 명품아울렛을 찾는다는 자체가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아이(Eye) 쇼핑을 하면서 눈요기 하는 것도 그런대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코너를 들려 보았으나, 그런대로 값 싸고 실용적인 물건은 이미 다 빠졌는지, 눈에 안 띈다. 사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누구나 한번 쯤 갖고 싶은, 흔히 말하는 명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일텐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한 두시간 쇼핑을 하다보니 피곤하기도 하여 커피 한잔을 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오랜만에 식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면서 오순도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가장으로서 새 해를 맞는 나의 소감을 식구들에게 전하였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니만큼 각자 건강관리에 소흘히 하지 말 것과, 가정의 평안을 위해 가족과 동기간에 대한 사랑과 우애를 중요시 하고, 밖에서도 각자 자기 위치에서 맡은 바 본분을 충실히 하여 달라는 말을 당부하였다. 더 나아가서는 불우한 이웃이나 장애인에 대한 온정도, 이제 좀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생각해 보는 것이, 사회적인 측면에서 도리가 아니겠는가 라는 말도 덧 붙였다.
금년에 특별히 나에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올 하반기에 학교 공부를 마무리 하는 딸이, 자기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잘 되었으면 좋겠고, 자식들이 혼기가 되었으니, 좋은 배필을 만나, 하나라도 결혼을 하였으면 좋겠다. 물론 바란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꿈이 있어야만 실현이 가능하기에, 그저 이같은 나의 소망을 늘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점심을 뒤 늦게 먹은 탓인지, 저녁 때가 되었는데도, 다들 시장한 것을 못 느낀다고 하여, 그냥 집으로 돌아 와 보니, 아홉시가 다 되어 간다. 저녁 식사를 거르고 그냥 지나가기는 좀 서운한 것 같아, 아침에 끓여 놓은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고 나니 이제 졸려진다. 잠 자기 전에 오늘 일과를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신년 벽두에 식구들과 같이, 나들이를 겸하여 단합대회(?)를 하였다는 자체가 웬지모르게 기분이 좋다. 또 한편으로는 가정평화를 다지는 초석을 놓은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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