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들꽃산악회 청계산 등산

凡石 2010. 3. 1. 12:14

 

 어제('10.2.28)는 들꽃산악회에서 청계산을 다녀왔다. 매주 일요일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정기산행을 하자고 모두가 다짐을 하였으나,  이 날은 몇몇 회원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한 대장의 자제분이 옵서버로 참여하여 모두 7명이 모였다.

 

 우리는 10시 30분에 양재역 7번출구에서 만나 4432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옛골에서 하차 하여, 이수봉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포근해서 그런지 입구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나와 산행을 즐기고 있다. 청계산은 주로 강남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서 자칭 명품산(?)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명품산을 찾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패션도 다양하고 장비와 옷차림도 여느 산의 등산객들 보다 명품을 걸친 사람들이 제법 많다.

 

 12시 30분쯤 이수봉에 다달아  중간 휴식을 취하고 나서, 한 시쯤 석기봉 밑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석기봉 밑의 공터는 평소 바람도 안 불고 햇빛이 따사로워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식사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도 각자가 준비한 김밥과 과일 그리고 술을 내 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을 때, 옆 자리에서는 어느 중년의 남녀들이  한 무리가 되어 시산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알고 보니 그들은 마침 우리 한지섭 대장의 고향(충북 음성)사람들로서 그 곳의 어느 초등학교 재경 동문들이라고 한다. 개중에는 한 대장의 중학교 후배도 있다. 이들 덕분에  뜨끈뜨끈한 시루떡과 시원한 막걸리를 맛 보게 되어, 오늘의 점심식사 자리는 더욱 풍요로웠다.

 

 여기에다  안정기 회원이 갖고 온 이태리산 고급 와인 '끼안티 끌라시코'는 이런 산 중에서 먹기는 너무 아까운 술이었다. 그야말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안심스테이크 한 첨에 와인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것이 제격일텐데...  아무튼 어두운 암갈색에서 풍기는 그윽한 맛과 향은 오래동안 기억이 될만큼 참으로 맛이 있었다.

 

 사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우리 토종 와인이 더 잘 어울린다. 마침 김태혁회원이 집에서 직접 담은 복분자 술을 내 놓길래, 한 모금 맛을 보니, 이태리 정통 와인과의 맛은 차별화 되나, 그런대로 숙성이 잘 되어서 먹기가 아주 편하고 부담이 없었다. 우리 고유의 복분자 술도 숙성만 잘 시킨다면 이태리 정통 와인 보다 더 좋은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막걸리, 와인, 복분자 술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얼굴이 확 달아 오른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석기봉과 망경대의 험한 루트를 피하여, 우회도로를 타고 흡혈재에 접어드니 등산인파가 절정을 이룬다. 매봉으로 올라가는 도중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변창수씨가 운영하는 막걸리 좌판점에 들러 막걸리 한사발을 하고 원터로 내려오니 4시 반이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섭섭하여 어느 음식점에 들려 두부김치와 황태구이로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니, 7시 반이나 되었다. 오늘 하루 종일 땀도 많이 흘리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웃고 걷다 보니, 웬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가뿐해 진다.  바로 이런 기분이 보약이 되는 것이다. 매일 이런 날만 있기를 기대하면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맨 먼저 이수봉에 다달아 모자도 벗고 배낭과 스틱도 풀어 놓았다. 

 

 

  이수봉에 올라 휴식하면서 시원한 배 한 조각을 먹어 본다. 그야말로 꿀 맛이다.

 

 

 

 한 대장이 일장 연설을 하고 있다. 원래 말을 맛있게 잘 하는 분이라서 들어 줄만 하다.

 

 우리 멤버 전원이 이수봉 표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였다.

  

 각자 준비한 술과 음식이다.

 

 앞에 보이는 와인 병이 그 유명한 이태리산 고급 와인 '끼안티 끌라시코'다.

 

 

 김태혁 회원이 들고 있는 술병은 우리 고유의 와인 '복분자 술'이다.

 

 한 대장 자제분의 모습이 늠름하다.

 

 

 한 대장의 후배가 준 시루떡과 머리고기가 보인다.

 막걸리 한 잔 하고 꼬들꼬들한 머리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먹는 맛은,

아마도 그 자리에서 안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모를 것이다.

 

 사진 좌측에 보이는 분들이 한 대장의 고향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시산제를 올리고 다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버들 강아지의 새 순이 보드럽게 피어 오르고 있다.

 

 석기봉과 만경대의 험한 길을 피하기 위해 우회도로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변창수씨의 좌판에서 한 대장이 막걸리 한잔을 하고 있다.

변창수씨와는 오래 전부터 각별히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좌판 앞에는  이곳에 살고 있는 '곤즐박이'라는 텃새에게 모이를 주기위해 땅콩 한 부대를 준비하였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손에 땅콩을 올려 놓으면 새가 날라와 잽싸게 물고 가는 모습이 이채로워

몇 컷을 찍었는데 순간 포착을 못하였다.

 

 한 대장과 그의 자제가 매봉 표석 앞에서 멋있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가 봐서는 아버지보다 아들의 인품이 더 낳은 것 같다.

 

 우리 대원들이 서울 시내를 조망하고 있다. 앞에는 우면산과 대모산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매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산중 야외법당이 있다.

거대한 돌문 사이를 시계방향으로 세바퀴를 돌면 소원성취를 이룬다고 하여

오가는 사람들이 돌문을 돌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우리 대원들은 각자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오로지 자기만 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