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8.25)은 사랑하는 딸 소연이가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날이다. 오후 두 시니까 일단 회사에 가서 오전 일을 보고 12시 쯤 집으로 돌아 와, 아내와 함께 학교로 갔다.
일단 축하의 꽃 다발을 준비하여야 하는데, 졸업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학교 주변에 꽃 집이 안 보인다. 시간은 다가 오고 꽃은 못 구하고 조바심이 난다. 꽃 가게는 여건으로 보아 정문보다는 후문 쪽이 더 있을 것 같아 애마를 낙성대 쪽으로 몰아 본다.
마침 낙성대 정문 맞은 편에 화원이 보인다. 무조건 차를 세워 들어 가 보니, 생화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꼭 필요하면 바로 주문하여 주겠다고 한다.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아 얼른 그렇게 하라고 하였더니, 약 10여분 후에 꽃다발이 왔다. 신림동 4거리 어느 꽃 집에서 배달된 것이라는데 아주 정성껏 예쁘게 잘 만들었다. 조바심하면서 어렵게 구한 꽃이라 그런지 받아 보니 마음이 흡족하다.
무슨 일이던지 사전에 여유를 갖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나는 가끔 이런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다. 이번 일만 해도 좀 일찍 서둘렀더라면 이런 안달복달은 하지 않았을 것을, 공연히 사서 고생한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졸업식장에 도착하니 13시 40분이다.
석사모를 쓰고 나타나는 딸내미를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예쁘고 장하다. 보는 순간 감격의 눈물이 핑 돈다. 오늘이 있기까지 약 2년간 여러모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 매일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일)하고 집에 돌아 오면 피곤해서 그냥 쓰러지기가 일수였고, 등록금도 자기가 벌어서 충당하느라고 남들 같이 용돈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였다.
한창 즐길 나이에 공부에 매달려 좋은 시절 다 가고, 혼기도 놓치는 것 아닌가 싶어 안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오늘 이 영광의 자리를 보는 순간 부질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웬만하면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계속하였으면 좋으련만, 약 3년 다니더니 무엇이 부족하였는지 뜬 구름 없이 공부를 더 하여야 겠다고 하면서, 대학원에 등록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세월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다행히 지난 5월에는 그래도 국내에서 괜찮다는 제약회사에 경력사원으로 취직이 되어 대리로 근무하고 있으니 퍽 잘 된 일이다. 어쨌든 지금와 생각하면 딸내미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면서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 딸내미의 강한 향학열과 목표에 대한 도전과 집념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고 보면서, 누구나 본 받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
갑자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과 "고진감래"라는 고사성어가 떠 오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젋어서 고생도 덜 하고 안일 하게 살다 보니, 쓴 맛, 단 맛도 모르고 그저 인생을 무덤덤하게 살아 온 것이 그저 한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변명 같지만 태생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하고 스스로 위안을 해 보지만 그래도 뒷 맛은 씁쓸할 뿐이다.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아내와 딸내미를 위해, 서울대 입구에 있는 어느 유황오리집에 들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 와, 컴퓨터 앞에 앉아 이글 을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못 난 애비가 딸내미에게 바라건대, 이제 공부할만큼 했으니, 부디 좋은 사람 만나 알콩달콩 재미있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오늘 은근히 자랑 좀 하였다. 아마도 기분이 좀 들 떠서 그런가 보다. 이글을 보는 이는 그저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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