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 2주 전 일요일에는 종중원들이 모여 선산 벌초도 하고 정기 총회를 하는 날이다. 따라서 지난 일요일('10.9.5)에는 아산에 있는 선산에 다녀 왔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냥 지체되고 있다. 천안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추석을 앞 둔 벌초 시즌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이 지체된 것은 아니다. 아마 전 날(토요일)과 분산되어 좀 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선산 묘역에 도착하니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넓은 들판의 고요를 깬다. 십여 대가 넘는 예초기가 이곳 저곳에서 소음을 내고 있으니 어찌 시끄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하에 계신 조상님들이 이 소리를 듣는다면, 시끄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운 하모니로 들으실 것이며,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실 것이다. 이렇게 많은 후손들이 모여 조상의 얼을 되새기며 성묘 하는 광경을 조상님들이 보신다면, 얼마나 흐뭇하고 갸륵하게 생각하실 것인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기 예보로는 비가 오락가락 한다더니 비는 오지 않고 무덥기만 하다. 하늘에는 고추잠자리가 높히 나르고, 비실비실한 늦 나비는 시들어 가는 망초 꽃에 앉아 꿀을 빨아 보지만 시원치 않은지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여름 꽃 목백일홍의 화사함은 온데간데 없고, 열매만 토실토실하게 여물어 가고, 무성하던 강아지 풀은 고개 숙인지 꽤 오래 되었다. 그렇게 싱싱하던 초목이 시들어 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선선한 가을의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벌초를 마치고 점식식사를 한 후 정기 총회를 갖었다. 안건은 여전히 우리 종중의 현안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종중재산 분쟁에 관한 화해의 건이다. 이 건은 지난 7월 중간 벌초 당시 제안되었던 건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상정이 않되었다. 오늘 총회에사는 참석율이 좋아 상정하여 가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종중 한 사람을 제명 처분하는 사안이라, 쉽게 처리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다음 회의로 미루기로 하고였다. 그대신 상대방이 종중이 요구하는 안을 받아드리는 조건으로 미룬만큼 다음 회의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 날 더운데 수고하신 종중원 여러분과 이 자리에 특별히 참석하여 주신 몇몇 아주머니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참석하여, 이 날 분위기를 훈훈하게 하였을 뿐만아니라, 점심식사 때 여러모로 도와 주셔서 점심 맛이 더욱 좋았다. 아마도 동부인하여 와 주신 것을 보면 가정적으로도 모범 가정을 이루고 있으리라 보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것 저것 신경을 많이 쓰신 강우식 회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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