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비오는 날 오후 흘러간 노래와 함께.

凡石 2010. 8. 29. 19:10

   

 오늘('10.8.29)은 일요일이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한 여름 장마비 같이 빗줄기가 제법 굵다. 산에도 못 가고 집에서 이리저리 뒹굴다 보니 좀이 쑤신다. 컴퓨터 앞에 앉아 보지만 그것도 한 두시간이다.  허리 아프고 눈이 침침해 져 오래 할 수도 없다.

 

 클래식이나 들을까 하여 오디오 앞에 앉아 보지만 며칠 전부터 CD플레이어가 고장이 나서 그것도 마음대로 않된다. 답답하기 그지 없던 차에 옆을 보니 바로 LP플레이어가 보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라는 말이 있듯이 CD가 않되면 LP로 들으면 되는 것을, 오로지 CD만을 고집한 것이 바보스럽기만 하다. 가끔은 LP판도 듣기는 하나 가물에 콩 나듯이 듣는다. 왜냐하면 주로 듣는 음악이 클래식인데 음반이 주로 CD이기 때문이다. 

 

 LP판은 60 ~ 70년대에 제작 된 흘러간 노래와, 70 ~ 80년 시대의  대중가요 판이 주로이고 클래식 판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 제일 먼저 듣고 싶은 노래가 무엇일까 하여 망설이다가, 곧 바로 꺼내 든 것이 박인희 판이다. 모닥불, 봄이 오는 길, 목마와 숙녀를 감상하고 나니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 앉는다. 그 기분 그대로 연이어서 줄줄히 주옥같은 노래를 들어 본다.

 

 패티김의 초우,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홍민의 고향초, 박일남의 엽서한장, 해변의 여인, 오기택의 여의도 부르스, 연상의 여인, 조영남 제비, 하남석 밤에 떠난여인, 양희은 하얀목련, 차중락 낙엽따라 가 버린 사랑, 조용필 창밖에 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최진희 사랑의 미로,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김연숙의 그날, 배호의 마지막 잎새, 비내리는 명동, 최성수 해후, 동행, 백미현의 난 바람 넌 눈물, 기타 등등

 

 이번에는 아주 옛날 흘러간 노래를 들어 본다. 이 판들은 내가 직접 구한 것이 아니고 장인 어른께서 생전에 즐기시다가 넘겨 준 음반인데, 주로 60년대 초반에서 70년대 제작된 판으로서 약 100여장이 넘는다. 심지어는 50년대 후반에 만들어 진 귀한 음반도 한 두개가 있다.

 

 나는 생전의 장인 어른을 뵙지 못하였지만, 이 음반들을 대하다 보면 그 분의 체취가 느껴 지고, 그 분의 취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어렴풋이나마 그 분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그야말로 멋과 낭만이 그 누구보다도 풍부한 분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60~70년대 초) 축음기와 레코드 판을 갖고 풍류를 즐겼다는 자체도 그렇거니와, 자식들이 말하는 그 분의 품성을 들어 봐도, 항상 인정 많고 다정다감 하신 분이었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만한 분이라고 본다. 감히 그 분의 멋을 조금이라도 본 받았으면 좋으련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노릇이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건 그렇고 흘러간 노래 역시 무슨 노래를 먼저 들어 볼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남인수의 청춘고백이다. 이 노래는 내가 제일 좋아 하는 십팔번으로서 노래방에 가면 제일 먼저 부른는 곡이다. 이어서 이별에 부산정거장, 무너진 사랑탑, 감격시대를 들어 본다.

 

 황금심의 삼다도 소식, 단장의 미아리 고개, 최정자의 황성옛터, 손인호의 비내리는 호남선, 나는 울었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황포돗대, 섬마을선생님,  남진의 그리움은 가슴마다, 안정애 대전부르스, 김세레나의 새타령, 김정구 눈물젖은 두만강, 고복수의 짝사랑, 타향살이, 사막의 한, 백설희 불사조, 김영춘의 홍도야 울지마라, 백년설의 번지없는 주막, 대지의 항구, 나그네 설움, 강소희 가지마오, 이상열의 아마도 눈물이겠지 등등

 

 CD를 듣다가 모처럼 LP판을 들어 보니 음질의 감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CD는 소리가 경쾌하면서 깨끗하고 딱딱한 반면, LP는 소리가 깊고 묵직하며 부드럽다. 하지만 가끔 툭툭 튀는 잡음이 나기도 하는데, 어떤이는 그 맛에 듣는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좀 예민해서 그런지 귀에 거슬려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디지털과 아나로그의 차이라고나 할까.

 

 오늘 제일 감명 깊게 들은 판은 박일남과 오기택의 판이다. 그들은 저음을 매혹적으로 잘 구사하는 가수들인데, 역시 LP판으로 들어 보니 마치 라이브로 듣는 것 처럼 잔잔하다. 이들이 부른 '해변의 여인'과 '연상의 여인'을 듣고 있노라니, 기분이 고조되어 따라 불러 보지만, 역시 박치라서 잘 않된다. 노래가 끝나는 순간 저절로 감동하여 '부라보"하고 크게 외쳤더니, 옆 방에 있던 아내가 "저 사람 왜 그래~"하면서 뭐라고 한 마디 한다. 

 

 이렇게 비오는 날 오후에 흘러간 노래와 함께 하다 보니, 반 나절이 휙 지나갔다. 이제는 오늘 들은 노래를 언젠가 노래방에 가서 실컷 불러 보는 일만 남았다. 머리가 가벼워 지면서 마냥 즐겁다.

 

 

    

 

 

 

 

 

 

 

 

 

 

 

 

 

 

 

 

 

 

 

   

 

 

  

  

 

 

 

 

   

 

 








 

 



1. 경부선
2. 향기품은 군사우편
3. 이별의 부산정거장
4. 청산유수
5. 대지의 항구
6. 잘있거라 항구야
7. 화물선 사랑
1. 울리는
8. 만리포 사랑
9. 홍콩아가씨
10. 꽃마차

11.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12. 복지만리
13. 딸 칠형제
14. 목장 아가씨
15. 소녀의 꿈
16. 하늘의 황금마차
17. 사막의 한
18. 굳세어라 금순아
19. 경상도 아가씨
20. 감격시대

21. 바다의 교향시
22. 럭키서울
23. 오부자 노래
24. 무너진 사랑탑
25. 럭키 모닝
26. 처녀총각
27. 왕서방 연서
28. 마음 약해서
29. 님과 함께
30. 김포공항

31. 닐니리 맘보
32. 도라지 맘보
33. 노래가락 차차차
34. 기타부기
35. 기분파 인생
36. 찔 레꽃
37. 내고향으로 마차는 간다
38. 노란 입은사나이
39. 울산 큰애기
40. 육군 김일병

41. 대머리 총각
42. 정든배
43. 항구의 사랑
44. 목포의 눈물
45. 알뜰한 당신
46. 추풍령
47. 그대여 변치마오
48. 남원의 애수
49. 삼천포 아가씨
50. 울어라 기타줄
51. 나는 울었네
52. 추억의 소야곡
53. 청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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