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10.9.27)는 친구인 대한전기협회 기술처 이 처장의 정년퇴임을 맞이하여, 조촐한 송별연이 삼청동 금융연수원 옆 단풍나무집이라는 음식점에서 있었다. 이 자리에는 기술처 전 직원과 연구위원들이 모두 참석(16명)하여, 맛있는 한우 등심을 안주로 하여 소주 한잔 하면서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친구는 송별사를 하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년퇴임이라는 기회가 이번이 두번째라고 강조한다. 한번은 전 직장에서 만 58세 정년을 하였고, 이번에는 이곳에서 만 61세에 정년을 하였으니, 자기 같은 행운아도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 하면서, 그동안 각별히 도와 주신 협회 임 직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 한다.
그렇다. 본인 말대로 그는 행운아다. 행운아란 운수가 매우 좋은 사람을 말하는데, 결코 아무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에게 그런 행운이 오도록 평소 열과 성을 다하여 공을 드린 결과이다.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기 위해, 밤 낮 없이 자기의 능력을 꾸준히 연마하고, 인품을 도야 한 노력의 성과라고 본다. 그야말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어느 특정 분야에 발탁은 능력과 인품을 갖춰 놓은 상태에서, 남들이 그를 인정하여 줄 때 기회가 주어 지는 것이지, 그것이 별로인 사람에게는 절대 그런 기회가 주어 질 수 없다. 그런면에서 이 친구는 소시적부터 항상 앞을 내다 보며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하고, 직장 내에서는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어느 상사나 부하 직원들 간에도 항상 격의 없이 소통함으로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또한 그의 자력을 보면, 이 세상에서 두 번째 가라고 하면 매우 섭섭할 정도로 화려하다. 석사학위에다, 소지하고 있는 자격증이나 상이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사장상, 장관상, 국무총리상, 대통령상, 은탑산업훈장까지 무려 20여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니, 이보다 더 화려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대 공기업의 지역본부장이라는 큰 자리까지 역임 하였으니, 이 친구의 능력과 인품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된다.
친구에게 바라건대, 이제는 학식과 덕망을 높이 쌓았고, 재산과 명예도 얻을 만큼 얻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즐거운 인생을 멋지게 사느냐를 궁리 해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너 나 할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출세 잘 하는 법과 돈 버는 법에만 신경을 써왔지,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는 누구나 등한시 했다고 본다.
우리 같이 초로기에 접어드는 인생이 행복해 지려면, 무엇보다도 자기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 매일 보고,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 관계가 불편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행복 해 질 수가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바로 자기 아내와 자식 그리고 동기간과 친구들이다.
그런면에서 아내가 아프지 않도록 평소 아내의 건강을 잘 보살펴 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 갖기 위해 가급적 아내와 같은 취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등산이든 여행이든 취미활동을 하면서도 될 수있으면 아내의 뜻을 존중 하여 행동 하여야지, 자기의 고집을 강요해서는 절대 않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서로 사이가 나빠지면 아니함만 못하니, 알아서 현명하게 처신 해야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친구들이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술 한잔 하고, 산에도 가고, 여행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기쁘고 즐겁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나 자신이 친구와의 오랜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믿음을 갖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이 부르기 전에 내가 먼저 불러, 술 한잔 하면서 친구가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가 관심을 갖고, 만약 친구가 힘들어 하면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즐거워 하면 함께 기쁨을 나누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본다. 그것이 잘 않 되지만 오늘 이 순간 부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실천으로 옮겨 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친구들간에 가장 의리 있고 가장 멋진 친구로 남고 싶다.
이 날 삼청동에서 송별연을 마치고 연구위원들과 같이 광화문으로 걸어 오면서, 신축된 광화문과 교보문고 옆에 있는 기념비전의 야경을 구경하고, 종로구청 옆에 있는 어느 당구장에 들려 당구 한 게임을 쳤는데, 운수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당구대가 좋아서 그런지, 내가 일등을 하였다. 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4호선을 갈아타고 이수역에 다달으니 밤이 늦었다.
어제는 기술처 전체 송별연이 있었고, 오늘('10.9.28)은 우리 306호실의 연구위원들이 섭섭하여 마련한 저녁자리가 있었다. 장소는 평소 이 처장이 잘 다니던 수라칼국수집으로 정하였다. 6시 퇴근하여 정문으로 나가려던 참에 4층 김위원과 여실장이 보이길래 같이 가자고 하였더니, 그렇지 않아도 이 처장과 같이 소주나 한잔 하려고 하였는데 아주 잘 되었다고 흔쾌히 수락을 한다.
평소 좋아하던 홍어정식과 전을 시켜 놓고 막걸리 한 잔하니 기분이 좋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갑자기 이 처장이 최위원 부인에 대해 칭찬을 늘어 놓는다. 최위원과는 소시적에 어느 사업소에서 같이 근무해서 그런지, 안팎 이야기를 아주 스스럼이 없이 이야기 하는 사이다. 몸매도 가냘퍼서 예쁘고 얼굴도 갸름해서 아주 예쁘다고 너스레를 떨어댄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을 꽃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코스모스" 같겠다고 하였더니 아주 꼭 닮았다고 박수를 친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내가 이자리에서 부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꽃 이름 하나씩을 붙여주겠다고 하였더니 다들 좋다고 한다. 이 처장 부인은 "자목련", 김위원 부인은 "도라지꽃", 박위원 부인은 "동양난", 여실장 부인은 "백목련", 남위원 부인은 "백합", 그러더니 이 처장이 내 아내에게는 황송스럽게도 "장미" 라고 붙여 준다. 모두 자기 부인의 이미지와 어쩌면 그럴싸하게 맞느냐고 하면서 박장대소를 하지만, 내 아내만은 결코 아니다. 수 십년간 같이 살며 동고동락한 남편의 얼굴 보면, 그 부인의 얼굴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젊잖게 한마디 해 주었다.
막걸리로 1차를 끝내고 그냥 보낼 수 없어 2차로 인근에 있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 한곡조 뽑고 나서 각자 집으로 헤여졌다. 모쪼록 정년을 맞은 친구 이 처장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건강이 함께하고, 가내의 평안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바란다. 친구여 그동안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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