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아들놈과 같이 관악산을 등산하면서.

凡石 2010. 11. 1. 20:24

 

 어제('10.10.30)는 아들놈하고 관악산 등산을 하였다. 오후 2시 30분 쯤 사당역에서 능선코스를 타고 연주대에 도착하니 4시 10분이다. 그러니까 오르는 시간이 약 1시간 40분이 걸린 것이다. 오르면서 보이는 가을 단풍은 아직 물들지 않았는지 그리 곱지 않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먼 산 자락에는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 군데군데 울긋불긋한 것이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난다. 

 

정상에 올라 좌판에서 파는 막걸리 한 잔씩을 사서 마셨는데, 병술이 아니고 통술이다. 산에서 파는 통술은 관리가 허술하여 불결하다는 것이 언젠가 방송에 나와 마시기가 좀 꺼림찍하였으나, 마셔보니 맛은 그런대로 좋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집에서 가지고 간 사과를 한 입 깨물어 보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아들놈하고 등산 하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지만, 일부러 놈의 체력을 테스트 해 보기 위해 매번 쉬지 않고 곧장 올라 가지만, 이번에도  뒤에서 곧 잘 따라 온다. 요즘 젊은이들은 등산같이 어려운 운동은 하지 않아서 그런지 대부분 헉헉대는데, 그래도 이 놈은 제법 잘 하는 편이다. 하기야  저녁에는 수영을 하고 주말에는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니 체력이 안 좋을 리가 없다.

 

 어쩌면 60대가 30대를 테스트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늘 애기 같이 생각하다 보니 이런 발상이 나온 것 같다. 어느 부모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식이 다 커서 어른이 되어도 늘 애지중지 하며 염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나이가 서른이 갓 넘어 혈기 왕성한 청년을 아직도 어린애로 보고 있다는 자체가 과려가 아닌가 싶어, 이번 기회를 통해 훌훌 털어 버리고자 한다. 이제 빨리 장가를 들여 내 보내야 되겠는데 마땅한 처녀가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마땅한 규수감이 있으면 중매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올라 오는 길이 힘이 들었는지 내려가는 길은 좀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하여, 과천 유원지쪽으로 곧장 내려왔다. 내려오는 시간도 약 한 시간이나 걸린다. 과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수역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 오니 저녁 6시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아내가 피곤하겠지만 처갓집이나 가자고 한다. 왜냐고 하였더니 처 이모님 네분이 모두 올라 오셔서 처가에서 친목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안 가 볼 수 없는 자리라서 애마를 몰고 처가로 달려 간다. 갔다 오니 그 이튿날 새벽 2시 반이다.

 

오늘은 매우 의미있는 하루였다. 아들하고 등산 하면서 대화를 나눔으로서 부자간의 정도 쌓고, 처가에 들려 처 이모님들께 인사를 드림으로서 아내한테 점수도 땄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보람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