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11.5.21)는 이륙산악회에서 북한산 등산을 하였다. 10시 정각에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출구에서 만나, 시내 버스를 타고 정릉유원지 종점에서 내려, 영추사를 거쳐 산성 주능선에 있는 대성문에 올랐다. 대성문에서 우측으로 가면 보국문이고 좌측으로 가면 대남문이다.
보국문 코스는 지난 4월에 가 본 곳이라서, 이번에는 좌측 코스를 타고 대남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를 가다 보니, 성곽 밑으로 대남문이 보이고, 건너편에는 우뚝 솟은 문수봉과 나한봉이 장관을 이룬다. 산 아래 양지 바른 곳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문수사의 대웅전 지붕도 정겹게 보인다.
문수봉 능선 자락에는 오뚝하게 놓여 있는 바위 덩어리가 예술적이다. 마치 도봉산의 오봉을 어느 누가 갖다 놓은 것 같이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 밟아 보는 코스라서 그런지 자연의 경치도 아름답고 이색적이다.
간간히 길섶에 핀 연분홍 철쭉 꽃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심신을 달래 주면서 사랑을 심어 주고, 멀리서 들려 오는 뻐꾸기 소리는 만물이 소생하는 대 자연을 찬미하듯 희망이 부푼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산행 길이 힘들고 고단하지만, 이처럼 자연과 같이 하는 시간이 늘 즐겁기에, 버릇처럼 산을 찾게 되는가 보다.
대성문 주변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문수사 경내에 다달으니, 어느 보살님이 등산객들에게 과일을 나눠주고 있다. 웬 과일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절에서 천도제를 지내고 남은 제물이라고 하면서, 깨끗한 음식이니 맛있게 잡수라고 권한다.
바나나 한 쪽과 배 한 쪽을 받아 먹고 나니, 내 마음 어딘가가 부처님의 기운이 들어가서 그런지 편안 해 진다. 얼굴도 온화 하고 목소리도 잔잔 하신 그 보살님의 은덕과 보시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잘 생긴 보현봉을 왼 쪽으로 보면서, 구기계곡을 타고 한참 내려 가니, 큰 길가 오른 쪽으로 구기터널이 보인다. 오늘은 등산 코스가 길어서 그런지 다들 기진맥진한다. 세검정 쪽으로 내려 가다가 영양탕집으로 아주 유명한 '싸리집'에서, 보신탕 한 그릇에 소주 한 잔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것 처럼 힘이 불끈 솟는다. 오늘도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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