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선소리 산타령 공연 관람

凡石 2011. 5. 31. 17:51

 

엊그제('11.5.24)는 친구와 같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요 공연을 관람하였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 19호인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인 소암 황용주 선생님의 예악생활 55주년 기념 공연이다. 출연진은 소암 황용주 선생님을 비롯하여  수 제자들과 그 문하생들로서 무려 약 200여명이나 되었으며 관중도 1층에서 3층까지 3,000여개의 객석을 모두 채웠다. 

  

 공연은 제 1부와 제 2부로 나누어져 약 두시간 동안 이루어 졌으며, 제 1부에서는 본 공연의 주제곡인 '선소리 산타령'을 서곡으로 하여, 금강산타령, 제비가, 장기타령, 그 밖에 민요가 있었으며, 제 2부에서는 맹꽁이타령, 평양가, 회심곡, 국문 뒷풀이와 각도 민요와 경기 민요로 흥을 돋구면서 막을 내렸다.

  

 특히 선소리 산타령은 황용주 선생님의 신명나는 장구 장단에 맞추어, 약 120여명의 소리꾼들이 소고를 들고 나와, 우리의 전통 노래를 우리 고유의 몸짓과 손짓으로 한결같이 보여 주는 장면은 경쾌하면서도 장엄하기 짝이 없었다.

  

 제 2부에서 황용주 선생님이 직접 장구를 치며 부른 맹꽁이 타령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목소리로, 신나게 한바탕 노시는 모습을 보니, 이팔 청춘의 기개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매우 감명 깊게 보았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야말로 예능생활 55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타령의 진수를 보여 주는 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하였다.

  

 다만 제 1부의 서곡인 산타령이 약 20여분간 진행되면서 좀 지루한 느낌을 받았으나, 그 이후부터는 우리 귀에 익숙한 경기 민요와 각도 민요가 한 바탕 어우러져, 객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어깨 춤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명이 난다. 나도 덩달아 우리 가락에 심취 되어 흥얼거리며 춤을 추었다.

  

 오늘 관람 동기는 이러하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친구(윤박사)가, 본 공연의 초대장이 있다고 하여 같이 가게 되었다. 어디서 티켓을 구하였느냐고 물어 보니, 우리의 평생 직장이었던 한전 모 사업소에서 같이 근무한 홍여사가 이번 공연에 출연 한다면서 두 장을 건네 주더라는 것이다.

  

 물론 홍여사는 나도 잘 알고 있는터라 반가워서 같이 가자고 선뜻 받아드렸다. 공연 당일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가 보니 윤박사가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예쁜 꽃을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있길래, 비닐봉지를 버리고 그냥 꽃만 들고 있으라고 한마디 하였다. 그러면 '꽃을 든 남자'가 되어 여러 사람들이 멋있다고 할텐데, 이 소리를 들은 그 친구하는 말이 천진스럽기만하다.

  

 자기는 이 날 이 때가지 살아 오면서 어느 여자에게 꽃 다발을 줘 본 일이 없다고 하면서, 지금 자기가 꽃을 들고 있다는 자체도 좀 쑥스럽기도 하고, 좀 챙피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웬 남자가 이렇게 순수하면서도 바보스러운지 모르겠다.

  

  공연을 마치고 오늘의 주인공인 홍여사가 로비로 나온다. 그제서야 비닐봉지에서 꽃을 꺼내 건네 준다.  홍여사께서 꽃을 받아 들고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하면서 정말 고마워 하는 모습을 보니, 오가는 정이 얼마나 훈훈한지 내 눈시울이 붉어 진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사람 사는 냄새를 맡아 본 것 같아 흐뭇하기만 하다.

  

 두 분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선소리 산타령이라는 공연을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 그야말로 이렇게 큰 규모의 민요 공연은 처음 본다. 두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우리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나날이 되길 바란다.